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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Dec 07. 2023

대림 제2주일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대림기간 전체를 흐르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회개와 구세주에 대한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직접 세상에 오시고,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이 세상 사람들의 구원이 가능할 정도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예수님의 강림의 기쁨 이전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야만 했던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소위 말하는 극약처방을 하느님이 하신 것 같습니다. 그 극약처방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있으니, 우리에게는 너무나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 베드로2서 3,9


오늘은 참고 기다린다는 구절에 잠시 머무르고자 합니다. 참고 기다린다는 것은 내 생각과 다른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알아서 잘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참고 기다린다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기대한다고 합니다. 일단 참는다는 상황은 내 뜻과 다르고, 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고치고자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기다리면 더 나빠질지, 더 좋아질지도 모르지만, 기다리고 계십니다. 참고 기다리는 것은 온전한 사랑의 다른 모습입니다.


얼마 전 짧은 동영상에서 나이 든 아버지가 장성한 아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새 한 마리를 가리키며 저 새가 무엇이냐고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들은 참새입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잠시 후 아버지는 같은 질문을 다시 합니다. 이번에 아들은 처음보다는 퉁명스럽게 참새입니다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또 아들에게 저 새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아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참새라니까요. 그 대답에는 짜증이 가득합니다. 잠시 후에 다시 아버지가 묻습니다. 저 새가 무엇이냐고. 이제는 아들은 화를 내며, 왜 같은 질문을 계속하냐고 합니다. 그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건넵니다. 지금은 장성한 아들이 말을 막 배우는 어린아이였을 때 아들은 아버지에게 저 새는 무엇이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몇 번이고 즐겁고 다정스럽게 참새란다라고 답을 해주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일기장을 본 아들이 아버지를 안아드리며 동영상은 끝이 납니다. 아버지가 가진 사랑을 아들은 가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그냥 참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가 더 이상 그 새가 어떤 새인지를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다리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길을 벗어나는 것은 어쩌면 그저 어린아이가 참새의 이름을 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는 이 새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언제든지 아버지가 참새란다라고 답을 줄 것을 믿기에 계속 물어보는 것은 아닐까요? 그 순진한 아이도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가 항상 웃으며 답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질문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이의 탓이 아니라, 보통은 아버지들이 더 이상 다정하게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해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탕자의 비유의 아버지처럼 하느님은 우리가 돌아오기를 언제나 참고 기다리십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고개 너머를 매일 바라보며, 그날을 기다리십니다. 한 번은 용서하고, 두 번째는 단죄하시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몇 번이든지 우리가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받아주기 위해서 참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면서 말입니다. (베드로2서 3,9)


참고 기다리신다는 말이 이렇게 감사하게 느껴진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한 번만 참아줄게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도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제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합니다.


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감사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연한 것으로 변해버립니다. 예전에는 작은 것에 감사했었는데, 이제는 큰 것을 당연히 여기는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회개의 시작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원래 내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선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은 것이 죄의 시작이 되는 것이지요.


한번 더 감사하고, 한번 더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저도 다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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