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고, 악한 것은 멀리하십시오.
대림환의 촛불이 늘어가며 초의 색이 점점 옅어져가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우리의 회개는 깊어가고, 주님의 오심은 가까와짐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2독서에는 우리가 너무나 많이 듣고,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데살로니카1서 5,16-18)
예수님을 따르는 길의 가장 기본이 되는 태도일 겁니다. 그러나 말씀과 달리 너무나 실천하기에 어려워서 말씀대로 사시는 분을 만나면 너무나 존경스럽고, 저 스스로는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힘들 때마다 가슴속에서 꺼내어 되뇌어 보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너무나 소중한 말씀보다 분별이라는 단어에 오랜 시간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고, 악한 것은 무엇이든 멀리하십시오.” (데살로니카1서 5,21-22)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가 넘쳐나고, 어제는 참이었던 것들이 오늘은 거짓으로 바뀌기 합니다. 소위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날 때 잘 분별하라고 하셨던 성경 말씀이 함께 생각이 납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서만 진위가 중요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삶에서도 선과 악을 구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모든 분별은 기준이 필요합니다. 어떤 잣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합니다.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와 개인은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누구도 스스로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선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들을 누군가는 누가 선하고 누구는 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목숨이 달려 있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분별하는 힘을 이야기할 때는 어떤 기준을 사용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주변 분들에게 종교가 주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합니다. 그러면서 신앙을 가지면 참 좋습니다라고 합니다. 가톨릭 교회 안으로 들어오시면 더없이 좋겠지만, 천주교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라고 합니다. 제게 신앙은 삶의 기준입니다. 차마 신앙 안에서 모든 시간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제 삶에는 신앙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 작은 신앙은 제 삶의 뿌리가 되어줍니다. 무언가 애매한 판단을 해야 하면, 나는 신앙인이지라는 기준에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는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규범이 있습니다. 사회의 규범은 기본적으로 사람들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챙깁니다. 어떤 사람은 법이 허용하는 것임에도 자신의 몫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법만 지키면 되지만, 어떤 이는 법을 넘어서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신앙의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신앙의 기준의 출발은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실 때 당신의 모상을 따라 만든 모든 사람들은 외모나 재력이나 권력과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기준으로 선과 악을 분별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때는 꼭 선과 악, 옳고 그름과 같이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해야 할 것이나 하면 좋은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나 할 필요가 없는 것을 분별하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기준으로 모든 행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기준으로 저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서도 우리가 가져야 할 분별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시면서 안식일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고 물어보십니다. (마르코 3,4)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그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서 병자를 외면했다면, 지금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살 기회도 없었을 것입니다.
요즘은 너무나 다양한 분별의 기준이 있습니다. 돈, 권력, 명예, 사랑, … 그 많은 분별의 기준 중에서 신앙이, 하느님의 피조물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제 분별의 기준이 되어 그 기준에 선한 것을 잘 분별할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 세상의 기준과 천국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