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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엄마와 나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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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명선 Aug 28. 2024

1부 - 4화. 약자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엄마와 나>

1부. 셋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4화. 임신부는 약자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임신부는 약자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임신을 하면 절대 무리하면 안 되며, 어디를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배려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한 달 정도는 나 스스로도 ‘약한 사람’ 프레임을 씌우고 있기도 했다. 초기에는 몸살감기처럼 컨디션이 안 좋기도 했고, 전혀 무리하지 않았는데도 배가 당기는 일도 있어서 아기에게 해가 갈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색을 하다 보면 ‘초기에는 아기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유산도 종종 일어난다더라’는 식의 무서운 이야기도 보게 되니 더욱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몸을 쓰는 일에 소극적이게 되고, 운전도 그만두었다.

그렇게 나를 제한하다 보니 화가 났다. 임신을 했을 뿐인데 할 수 있는 게 이렇게나 줄어든다니, 계산이 맞지 않았다. 하나가 생기고 수백 가지가 사라지는 손해가 엄청난 일이었다. 게다가 임신과 육아를 먼저 경험한 선배 엄마들이 입을 모아 배 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고,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이야기를 하니, 임신 기간 중에 최대한 많이 움직여 하나라도 이뤄놓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전과 똑같이 하지는 못하기에 촬영 현장에 나가야 하는 일들은 정중히 거절했고, 할 수 있는 일들을 받아서 아기와 타협하며 공존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거나 무거운 짐을 드는 등 과격한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은 일들 위주로 스케줄을 다시 짰고, 일을 하기 전에는 항상 아기에게 ‘오늘 엄마가 이런 일을 하는데, 탄탄이가 조금 불편할지도 몰라. 그래도 엄마랑 같이 힘내서 다녀오자.’라고 이야기를 하고 스케줄을 소화했다. 가끔 무리한 마감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들도 있었지만, 아기와 나의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일을 하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니까 그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임신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고, 아기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 보니 그저 무섭고, 막막하고, 걱정이 됐었는데, 변화된 몸과 새로 생긴 아기라는 존재에 대해 조금씩 적응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면서 임신을 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처음에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집중했을 때는 우울하고, 억울함에 눈물도 많이 나왔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들에 집중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으니 삶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임신부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전과 똑같은 나다.

임신부는 약자가 아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에티켓 중에는 ‘그의 요구가 있을 때 돕도록 하라.’는 것이 있다. 상대방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자신이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친절이 아닌 참견이며, 과잉친절이나 과잉보호는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임신을 한 사실을 주변에 알린 후부터 주변에서는 나를 배려하기 위해 많은 친절을 베풀어주셨고, 나도 그분들에게 고마운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안 해주셔도 괜찮은데’라는 마음이 들 때도 많았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들이었는데, 배려라는 이름 아래 배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도 들었고, 집에서는 수저를 놓고 반찬 그릇을 옮기는 일상적인 움직임마저 하지 못하게 하니 내가 정말 약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임신을 한 후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과 신체의 변화들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아프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개인에 따라 아주 심할 수도, 아예 없을 수도 있고, 같은 증상이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심하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언제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임신부가 도움을 요청할 때에 필요한 일을 도와주면 된다. 임신부는 대체로 성인이며, 성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주변이든 의료기관이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임신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이런 때 행동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