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1부. 셋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임신 초기에는 애써 의식하지 않으면 내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자주 깜박하곤 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아기가 생각이 나면, 배를 만지며 ‘정말로 이 안에 뭐가 들어있나?’ 의심했다. 그러다 정말로 아기가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은 병원에서 초음파를 볼 때 뿐 이었다.
처음 임신 사실을 확인 하러 갔을 때는 아기집이 5mm 크기로 아기는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일주일 후에 쭌이와 병원을 찾았을 때는 그새 아기가 5mm로 자라있었고, 자신의 심장소리도 낼 줄 아는 존재감 있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2주 후, 다시 아기를 만났을 때는 키는 무려 1.87cm에다 팔과 다리까지 자라 어엿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내가 몰랐던 사이에 아기는 이렇게나 열심히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존재 자체가 감동스럽고, 잘 자라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심장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잘 뛰며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자체로 너무 대견하고 뿌듯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대단하고 귀엽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진료가 끝나고 병원을 나섬과 동시에 우리 아기 탄탄이가 이렇게나 훌륭하게 자라고 있고 귀엽다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카톡을 날렸다. 아마 이날부터였다. 내가 고슴도치 엄마의 모습을 보이게 된 건.
1차 기형아 검사 때는 태아의 목 뒤쪽에 투명하게 보이는 부분의 길이를 재는 ‘목 투명대검사’를 하는데, 이날 탄탄이는 작정을 한 듯 너무나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초음파 검사 시간이 10분이나 걸렸는데, 요리조리 움직이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의사와 함께 한참을 웃었더랬다.
2차 기형아 검사를 할 즈음부터는 아기의 성별을 추측할 수 있다는 소리에 병원 가는 날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또 다리를 꼰 채로 움직이지 않아서 얘가 사람 마음을 갖고 놀 줄 안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또 모과 태몽이나 움직임이 활발함으로 미루어볼 때 모두가 탄탄이는 남자아이 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추측을 깨고 여자아이였음이 밝혀지자 반전을 즐기는 스토리텔링의 천재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가끔씩 ‘탄탄아 이리와 봐~’하고 배를 톡톡 두드려 그 곳을 차 줄 때, ‘벌써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냐’며 감탄을 했다.
집중하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 않던 아주 작은 움직임들이 점점 더 커지고 확실해져갈 때 마다, 그리고 하루하루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가는 탄탄이의 신호에 집중하면 할수록 탄탄이 엄마로서의 마음도 점점 자라나고 커져갔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고슴도치 맘이 되어 있었다. 유별난 건 싫지만 그렇다고 예쁜 걸 예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으니 참 곤란한 일이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고슴도치맘의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아이가 의미없는 옹알이를 해도 단어로 들리고, 목을 가누고 뒤집는 행동 하나하나가 경이롭게 느껴졌다. 4살이 된 요즘에는 ‘게다가’, ‘왜냐하면’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어휘력에 감탄을 하고 있다.
모든 아이가 해도, 내 아이가 하면 특별하다. 아이가 사랑한다고 얘기하며 안아주면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행복함만이 가득하다. 내 품에 안겨 잠이든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 무엇도 이 아이를 대체할 수 없음을 느낀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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