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안녕하세요, 박사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Ø 안녕하세요. 저는 독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홍성근이라고 합니다. 독도에 관한 학문 융합적인 연구 조사뿐 아니라,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이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독도'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저의 직업적인 역할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독도 변호사'라고 하고 싶군요.
l 아, 그렇시군요. ‘독도 변호사'라...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어떤 측면에서 그럴까요?
Ø 네, 제가 생각하는 변호사는, 법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에서 사람들을 변론하거나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직업이에요. '독도 변호사'라는 말은 제가 만든 말입니다만,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독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변호한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법학을 바탕으로 독도 연구를 했기 때문에, '독도 변호사'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 것 같네요.
Ø 저는 학부에서는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는 국제법을 공부했어요. 독도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국제법을 전공으로 선택했죠. 국제법은 전통적으로 국가 간의 관계나 국제사회의 규범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으로, 국가의 영토나 해양에 관한 사항, 그리고 국가 간의 분쟁해결 등을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국제법적 측면에서 독도를 연구하면, 영토취득이나 해양법, 분쟁해결 등에 대해 좀 더 깊이 배우고 익힐 수 있게 되지요.
l 그렇다면, 법학적 측면에서 독도 연구를 한다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Ø 음,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겠지만, 법학은 특히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학문이에요. 법학을 공부하면서, 사실 관계를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법적으로 유효한 의미를 찾아내고 평가하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논리적인 사고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그런 학문적 접근을 하게 되는 법학이 맞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우산과 무릉, 독도와 울릉도의 옛 이름
Ø '독도' 연구를 하고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데에도 법학을 전공한 것이 유익했어요. 예를 들어,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이다."라고 할 때, 법학을 전공한 저이기에 조금 더 논리 체계적으로 이것을 살펴보게 되고, 또, 어떤 부분이 법적으로 더 의미가 있고 부각해야 할 부분인지도 짚을 수 있었고요.
l 그렇군요. 보통 ‘법학 전공’이라고 하면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도 연구자'로서, 또 '법학자'로서 걸어오신 길이 궁금합니다.
Ø 아, ‘법학자의 삶'이란 어떤 것이냐는 말씀이죠? 저는 기본적으로 법학적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독도에 관한 연구를 해왔어요. 법적 평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근현대 역사나 지도 등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독도라는 '존재'를 연구하려면, 법, 역사, 지리 등을 융합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답니다.
물론, 저의 경우는 현재 독도 연구 역사에 있어서 약간 과도기적인 현상일 수도 있겠네요.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우리나라의 독도 연구 역사는 광복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당시에는, 각각의 전문분야에서 출발한 연구였지요. 국제법적 측면, 역사적 측면 등등… 지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문 융합적인 접근법이 늘어났답니다.앞으로 독도 연구가 더 진행되면, 다시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접근하는경향이 강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체험관에서 독도를 더 알아가는 방문객들
l 직업인으로서 20년 넘게 독도 전문가로 일을 해 오시면서, 무엇이 이 일을 지속하게 한 동력이 되었을까요?
Ø 제 경우에는, 우선, 독도에 관한 일을 저의 사명으로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미션 (Mission)이란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요, 그래서, 그 사명(Mission)을 독도에 관한 일로 정한 것이죠. 저는 종종 평생 독도 연구를 할 거라고 주변에 말했어요. 나름대로, '이건 내 사명이다'라고 의도적으로 되새김질하며 마음을 다졌던 거죠. 그렇게 연구를 하면서 이것이 직업이 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Ø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제 개인적으로 안식년을 가지면서 영국으로 가게 되었고요. 저로서는 영국의 노예제 폐지를 위해 평생을 일했던 윌리엄 윌버포스의 삶과 동력이 궁금했거든요.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 가족과 함께 직접 영국으로 갔던 거죠.
l 그러셨군요! 그럼, 영국에서 어떤 발견을 하셨나요? 윌버포스의 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Ø 윌리엄 윌버포스는 18세기말 이후 산업화로 인해 부패한 영국 사회에 대한 개혁과 노예제 폐지를 위해 평생에 걸쳐 헌신한 사람이죠. 윌버포스는 20대에 신앙적으로 회심을 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 곧 사명을 가지게 됐어요. 그게 바로 노예제 폐지, 그리고 부패한 영국 사회 개혁이었죠. 윌버포스가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게 되는 데에는 3가지 동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건 바로, 좋은 친구들, 독서, 그리고 끊임없는 사색이었어요. 영국에 가면 클래팜 공원이라고 있는데, 그 옆에 작은 교회가 있고, 윌버포스는 친구들과 함께 그곳에서 노예제와 사회적 문제에 관해 토론하고, 또 어려움을 만나게 되면 서로를 격려하며 이겨나갔다고 해요. 그 모임이 클래팜 공동체, Saints라는 모임이죠.
윌버포스를 만나고 돌아와서, 저도 3가지 동력을 생각하며 삶에 적용해 보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계속 노력하고 있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말이죠.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독도 사진 전시관
l 그렇게 이 길을 지속적으로 걸어가고 계시군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독도'를 위해 보내오신 시간만큼, 앞으로 또 다른 20년을 위해 무엇을 꿈꾸시는지요?
Ø (아직 50대이긴 하지만) 60대 은퇴 후에는 어떻게 독도 연구를 지속하고 이것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할까, 어떤 삶의 형태를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저의 삶을 돌아보며, 20~30대 때는 학생으로서, 30대 후반부터는 직업인으로서 지금까지 평생을 두고 독도를 연구했는데, 60대 이후에는 어떻게 나이에 맞게 독도에 관한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고 있답니다.
사실 은퇴 후에는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 볼까 생각하고 준비하기도 했는데, 저에게 전혀 새로운 분야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독도 관련 강의를 해 볼 수도 있겠고, 책을 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음.. 이거, 저도 직업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저에게 제일 쉬운 건 글을 쓰는 일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아침을 여는 섬, 독도
l 글 쓰는 일이라면, 박사님께서 최근 윤영하 선생님에 대한 책을 저술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일본에서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셨던…
Ø 맞아요. 윤영하 선생님은 재일동포로서 일본 오사카에서 독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에요. 저는 한 시민으로서 일본에서 독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셨던 선생님의 삶을 꼭 기록으로 남겨 드리고 싶었어요. 또, 그분의 족적이 한국의 여러 시민사회 운동에도 귀감이 될 수 있을 것같았거든요.
무엇보다, 기록이란 건, 직접 만나서 전하지 않더라도, 심지어 죽음 이후에도, 다른 이와 또 후대와 ‘공유’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런 측면에서 글쓰기는 참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유명인이 아닌 분들에 대해 인물사 중심으로 책을 쓰고 싶어요. 저는 독도와 가까운 울릉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건 저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일 수도 있겠네요.
Ø 물론, 글을 써서 책을 출판해 돈을 번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돌아보니 돈을 좇아서 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독도 연구를 선택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많았어요. 독도를 공부하면 밥 먹고 살 수 있겠냐라는 말부터, 국제법 중에서도 시대에 따라 인기가 있는 전공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껏 잘 살아온 것 같네요. 그래서일까요? 이 길을 계속 걸을 때, 해야 할 일들이 주어지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있어요.
길을 앞서가는 독도 물고기들을 따라...
l 오늘 박사님과의 인터뷰 시간이 벌써 1시간이 훌쩍 흘렀네요.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아쉬운 마무리로, 박사님처럼 법학자의 길을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Ø 아까 제가 독도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강의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어요. 바로 “독도를 어떻게 하면 잘 지킬 수 있나요?”라는 건데요,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해요. “역사를 보면, 독도가 어려움에 처할 때는 항상 국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예요. 그러니까, 독도를 지키려면 국가가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국민 개개인,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게 바로 독도를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말이죠.
진로와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저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에 ‘잘하는 일'을 택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누구든 ‘우연히' 무언가를 잘할 수 있게 된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 무언가를 잘하게 되기까지, 지속적인 ‘사회적 노출'이 있었을 것이고 ‘배경'이 되는 것, 계속 축적된 무언가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이런 맥락에서, 혹시 과거를 외면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저는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자기에게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제가 울릉도 출신이었던 것처럼요. 어린 시절, 제가 섬에서 왔다고 하면 무시하는 시선도 있었어요. 하지만 독도 연구를 하는 저에게 울릉도 출신이라는 것은 큰 강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당장은 깨닫지 못할 수 있지만, 나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것, 그것이 강점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나의 삶 속에서 ‘잘하게 된 것'을 계속하다 보면, 좋아하게 되고요. 단편적인 고리들의 연결이 또 이어지고…
물론, 가는 길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될 것 같아요.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