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에 쓰이는 배경음악에도 작곡가와 저작권이 있고,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 오늘은 배경음악 라이선싱 업무 전문가와 함께 “라이브러리 뮤직(Library music)”의 세계를 탐험해 보려고 합니다. 준비되셨다면, 기어를 올리고 출발!
O 안녕하세요, 전문가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도 아직 이 세계를 열심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서 ‘전문가’라는 호칭이 좀 어색합니다만…
O 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업무를 하고 계시니 전문가로 부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만…^^
> 아, 그런 의미라면…네,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라이브러리 뮤직(Library Music)’의 라이선싱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라이브러리 뮤직은 프로덕션 뮤직(production music)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아마도 ‘배경음악’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실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음악 (저작물)이 특정 작품에 사용될 때마다 발생하는 저작권료 (로열티)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레이블 수출입, 저작권 내 저작재산권 관리, 아티스트 관리, 여러 나라 음반 기획사들과의 협업과 업무 조율, 저작권료 정산 등의 업무가 모두 포함됩니다. 등록된 곡이 수백만 곡이 되기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해요
O 듣기만 해도 무척 전문적인 일인 것 같은데요, 처음 어떻게 라이선싱 업무에 입문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 제가 처음부터 라이선싱 업무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캐나다로 유학 가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였고, 졸업 이후 2012년에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가창 오디션 프로그램의 막내방송 작가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역할은 ‘영어작가’로서 정해진 작품의 흐름에 맞게 출연진들의 컨택 포인트 역할과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 벤치마킹을 담당하는 것이었죠. 대선배 작가님 두 분을 포함하여 십여 명의 작가들과 함께 하면서 한국 생활에 적응하랴, 일하랴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느라 고군분투했습니다. 촬영 출장도 자주 갔었죠. 작품을 만들어내는 PD 님들을 부러워한 적도 있습니다.
O 그러셨군요. 그 이후의 행보도 궁금합니다.
> 돌아보니 저는 계속 일의 종류나 형태에 크게 개의치 않고 “영어”를 활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업무를 계속 맡아왔어요. 그래서 라이선싱 업무를 본격적으로 맡게 되기까지는 외국계 회사의 데이터 큐레이터 업무, 법무팀, IT 스타트업에서의 운영지원, 에디터 업무 등을 했습니다.
O 이전에 했던 업무들, 예를 들면 데이터 큐레이팅이나 법무팀의 업무 등이 현재의 라이선싱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 음, 예를 들면 법무팀 업무를 할 때, 당시 한국에는 막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개인정보보호법”을 다루었는데, 그러한 법률 서류에 익숙해진 것이 현재 작곡가분들과 해외 협력사들과의 계약사항 등을 검토할 때 일부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O 그렇다면, 배경음악 라이선싱이라는 분야, 산업이랄까요? 어떻게 업무가 진행되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 네, 우선 배경음악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자연이나 스릴러, 로맨스 등 극에 등장하는 분위기(무드)에 따라 모두 다른 음악이 쓰이게 되는데, 이때 마치 도서관, 라이브러리에서 원하는 책을 찾는 것처럼 해당 음악들을 찾아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요 국내 고객은 방송국 음악감독님, 광고 대행사 등입니다. 참고로 영상에 음악을 입히는 것은 ‘싱크(Sync)’라고 합니다.
모든 음악 작품에는 작곡가가 있습니다
> 이런 모든 음악 작품들은 “작곡가”가 있고요, 곡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또는 함께하는음악저작인 협회에 등록하여 해당 곡이 사용될 때마다 저작권료(로열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저작권료에는 작가 지분이 있고, 또 제가 근무하는 ‘음악 출판사 (Music Publisher)’와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지분 분배가 있습니다.
이렇게, 협회에 곡을 등록하고, 국내와 해외 매체와의 계약, 작품별, 매체별 사용 상황 등을 개개인의 작곡가분들이 다 확인해서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예를 들어, 00 프로그램의 160화에 해당 음악이 등장했다.. 라든가) 정산 금액을 받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라이선싱 업무를 진행하고 관리(Management)를 할 수 있는 전문 ‘음악 출판사’가 에이전시로서 관리합니다.
‘출판사’라면 보통 책 출판을 많이 생각하시는데, 예전에는 음악 작품이 지류 ‘악보’ 형식으로 등록, 유통되었죠. 그래서, ‘음악 출판사’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O 그렇군요. 국내에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나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에 곡을 등록한다면, 해외는 어떤가요?
> 우선 음악에 대한 사용권을 처음 등록한 곳은 “원출판사 (Original Publisher)”이고, 해외로 수출을 하면 이를 해당 국가에서 관리하는 해외협력업체를 “부출판사 (Sub-Publisher)”라고 부릅니다. 나라마다 협회마다 곡을 등록하고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하는 규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이러한 모든 업무 처리를 “신속 정확”하게 하는 곳이 “일 잘하는 출판사”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고 할 수 있어요.
O 나라별로 규정과 관리 협회가 다르다면,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우선 모든 협회들의 협의체는 CISAC (국제저작자작곡자단체연맹, Con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 Sociétés d'Auteurs et Compositeurs)이라고 해서, 이곳의 회원이어야 협회로부터 저작권에 대한 저작권료 징수-분배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 작곡가의 곡이 한국의 드라마에서 사용된 부분에 대한 비용이 발생되었을 때, 해당 곡의 사용료에 대한 작가 지분을 한국 협회가 미국 협회에 전달하면, 미국 협회로부터 작가가 직접 분배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각 국가에서 등록된 곡들에 대한 저작권료를 관리하는 협회가 운영되는데, 예를 들면 한국은 앞서 말씀드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rea Music Copyright Association, KOMCA)와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The Korean Society of Composers, Authors and Publishers, KOSCAP)가 있고, 미국은 ASCAP (American Society of Composers, Authors, and Publishers), BMI (Broadcast Music, Inc.), SESAC (Society of European Stage Authors and Composers) 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JASRAC (Japanese Society for Rights of Authors, Composers and Publishers)이 있고요.
O 그렇군요. 저는 몇 곳을 제외하고는 말씀하신 대부분의 기관명이 생소한데요, 앞서 말씀하신 여러 용어들도 새롭고, 마치 ‘음악 라이선싱’이라는 제가 잘 몰랐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라 흥미진진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협회들과 그리고 여러 음악 출판사 관계자들, 작곡가분들, 방송국, 광고사 등 고객사와의 유기적인 업무를 진행하시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요?
> 무엇보다 “관계 (유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도 종종 있는 편이고요. 음악 등록은 대부분 독점권을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현재 등록된 기존 레이블을 관리하고 또 신규 레이블을 찾아서 계약을 진행하는 부분도 중요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관계 유지를 통해 진행되는 부분입니다.
지속적으로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O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일 할 때 나라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물론 각 국의 문화차이나 성향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뭐랄까요..서로 ‘라이브러리 뮤직’ 업계에서 일한다는 유대감이 있는 편이에요. 복장도 캐주얼한 편이고 서로 업무상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나이스’한 편입니다. 작곡가 출신들도 많고요. Big4라고 불리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 BMG, 소니, 워너-채플 등 규모가 큰 음반사에서 일하다가 인디펜던트 음악 출판사 쪽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이동도 종종 일어나요. BBC 음악 작곡가 (Composer) 였다가 음반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보았고요. 결국 이 ‘산업 영역’ 내에서의 이동이 자유롭고 유동적이다 보니 더욱 관계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O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저글링 하는 느낌이네요. 이러한 업무가 전문가님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끼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찾고 개발하고, 도전하는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규칙적인 패턴 속에서도 소소한 자극(?)을 찾고, 이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볼 수 있고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서 사소한 것들을 헤쳐가곤 하죠. (탐험가가 정글에서 목적지에 가기 위해 키보다 높은 수풀을 조금씩 헤치며 앞으로 나가는 느낌일까요?)
가끔 데이터의 바다에 빠지면 힘들 때도 있지만요 (웃음^^)! 저는 작곡가분들이 계속 음악 작품을 생산하고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 유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음악이 있고 작곡가가 있지만 모두가 소위 ‘대박’이 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책정되는 저작권료가 설령 0원으로 정산되더라도 그 과정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진행해서 작곡하신 분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앞을 헤치며 나갑니다. 저 너머 목적지까지.
국내에서 라이선싱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100여 명 정도로 알고 있어요. 무척 적은 숫자인데,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작곡가분들께 정당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저작권료를 정확하게 정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O 이렇게 음악 출판사에서 라이선싱 업무를 해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해 주고 싶으신 말이 있을까요?
> 이 일은 내가 하는 업무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봐요. 누군가의 권리에 대한 적합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일에 대해, 그러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가치를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O 마지막으로, 전문가님이 앞으로 꿈꾸는 것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제 경우는 내가 잘하는 것과 나를 필요로 하는 영역의 접합점을 찾는 과정, 깨달아 가는 과정을 겪었어요. 저는 늘 작가를, 글을 쓰는 일을 꿈꾸고 있는데 이 부분도 조금씩 실행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꿈을 향해 가지만 그 가는 길에는 다른 좋은 것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일하며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기, 가는 길에 아름다운 것이 있어요.
#전문가님의 답변 하나하나마다 새로운 여행 사전을 펼치는 것 같은 라이브러리 뮤직 세계 탐험을 다녀오는 길, 제 머리와 마음속은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음악 라이선싱의 세계에서 ‘저글링’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그 길을 갈 때,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보는 것도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