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왜 좋은데?"
"찾고 있는 중."
"그걸 이제 찾으면 어떡해? 이유가 있으니까 좋아한 것일 거 아니야?"
"좋은 건 보자 마자 알겠던데? 그런데 왜 좋은 지는 모르겠으니까 지금 찾고 있어. 이상해?"
"엄밀히 이상한 건 아니지. 하긴 좋아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좋은 거지."
"내 말이."
"그래도 좋은 게 있을 거 아니야. 이뻐?"
"내 눈에는."
"사진 있어?"
"있지만 보여줄 수는 없어."
"왜?"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사귀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사진 있다는 건 같이 찍었다는 것 아니야?"
"아니, 내가 찍은 거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가지고 있어."
"카톡 프사."
"프사면 실제랑 많이 다른 거 아니야?"
"똑 같아."
"어련하겠어? 디저트 뭐 먹어? 아이스크림?"
"커피."
"지금 커피 먹으면 잠 못 잖아."
"어차피 잠 안 와."
"그 정도야? 누워만 있어도 그녀 생각이 막 나고 그래?"
"그녀 때문 아니고."
"그럼 또 뭔데?"
"학교 일."
"아, 맞다. 이번 학기부터 개론수업 맡았다고 했지?"
"응. 그런데 수강생이 너무 적어."
"철학개론이면 필수 아니야? 필수가 어떻게?"
"올해부터 필수 아니래. 서양철학사랑 둘 중 하나만 들으면 돼."
"헐, 철학개론이나 철학사나 그게 뭐가 달라? 사내경쟁이라도 시키는 거야?"
"교내경쟁."
"그래, 교내경쟁. 너네 학교도 별 치사한짓을 다한다. 강사들 불러 놓고 이긴 놈만 조교수 시켜주겠다는 거야 뭐야?"
"설마."
"넌 그 안이한 태도가 문제야. 큰 그림을 봐야지. 학과에서 그렇게 나오는 데에는 뭔가 구리구리한 속내가 있다고."
"그런가?"
"확실해. 그러니까 절대 지지마."
"어떻게?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안 하는 걸."
"세일즈를 하란 말이야. 요즘 학원선생도 세일즈, 출판작가도 세일즈, 심지어는 회사 간부도 상향평가 잘 받기 위해서 인사고과 시즌 되면 세일즈 한다는데 너도 뭐라도 해야지!"
"뭘 하면 되지?"
"그러니까. 그래, 소문을 내. 네 강의 들으면 A학점이 하늘에 별처럼 쏟아진다고. 학점 잘 준다고 하란 말이야. 요즘 대학생들 학점에 엄청 예민하잖아."
"소문을 어떻게 내?"
"인스타에 올려."
"팔로워 25명인데?"
"괜찮아. 그 중에 한명 정도는 너네 학생이 있을 것 아니야."
"그렇지. 아는 제자도 있고."
"그럼 됐어. 거기에 올리기만 하면 그 제자가 알아서 다 입소문 내 줄거야."
"뭐라고 쓰지? 그냥 학점 잘 준다고 할 수는 없는데."
"흐음. 고민이 필요한 과제다. 뭔가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면서도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다.. 야. 그건 니가 잘하니까 연구해봐."
"알았어.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어."
"기다려봐. 여기서 계속 있을 거야? 종업원들이 눈치 보는게 영업시간 끝나는 것 같은데. 우리 2차 옮길까?"
"응."
"2차는.. 배는 부르니까 간단히 위스키바 어때?"
둘은 일어나서 자리를 옮겼다. 장소는 칵테일과 싱글몰트 위스키를 전문으로하는 '그라츠'라는 바ba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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