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sy Jun 21. 2024

나의 모든 조각을 모아도 온전한 내가 아닌 #2

"그녀가 왜 좋은데?"

"찾고 있는 중."

"그걸 이제 찾으면 어떡해? 이유가 있으니까 좋아한 것일 거 아니야?"

"좋은 건 보자 마자 알겠던데? 그런데 왜 좋은 지는 모르겠으니까 지금 찾고 있어. 이상해?"

"엄밀히 이상한 건 아니지. 하긴 좋아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좋은 거지."

"내 말이."

"그래도 좋은 게 있을 거 아니야. 이뻐?"

"내 눈에는."

"사진 있어?"

"있지만 보여줄 수는 없어."

"왜?"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사귀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사진 있다는 건 같이 찍었다는 것 아니야?"

"아니, 내가 찍은 거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가지고 있어."

"카톡 프사."

"프사면 실제랑 많이 다른 거 아니야?"

"똑 같아."

"어련하겠어? 디저트 뭐 먹어? 아이스크림?"

"커피."

"지금 커피 먹으면 잠 못 잖아."

"어차피 잠 안 와."

"그 정도야?  누워만 있어도 그녀 생각이 막 나고 그래?"

"그녀 때문 아니고."

"그럼 또 뭔데?"

"학교 일."

"아, 맞다. 이번 학기부터 개론수업 맡았다고 했지?"

"응. 그런데 수강생이 너무 적어."

"철학개론이면 필수 아니야? 필수가 어떻게?"

"올해부터 필수 아니래. 서양철학사랑 둘 중 하나만 들으면 돼."

"헐, 철학개론이나 철학사나 그게 뭐가 달라? 사내경쟁이라도 시키는 거야?"

"교내경쟁."

"그래, 교내경쟁. 너네 학교도 별 치사한짓을 다한다. 강사들 불러 놓고 이긴 놈만 조교수 시켜주겠다는 거야 뭐야?"

"설마."

"넌 그 안이한 태도가 문제야. 큰 그림을 봐야지. 학과에서 그렇게 나오는 데에는 뭔가 구리구리한 속내가 있다고."

"그런가?"

"확실해. 그러니까 절대 지지마."

"어떻게?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안 하는 걸."

"세일즈를 하란 말이야. 요즘 학원선생도 세일즈, 출판작가도 세일즈, 심지어는 회사 간부도 상향평가 잘 받기 위해서 인사고과 시즌 되면 세일즈 한다는데 너도 뭐라도 해야지!"

"뭘 하면 되지?"

"그러니까. 그래, 소문을 내. 네 강의 들으면 A학점이 하늘에 별처럼 쏟아진다고. 학점 잘 준다고 하란 말이야. 요즘 대학생들 학점에 엄청 예민하잖아."

"소문을 어떻게 내?"

"인스타에 올려."

"팔로워  25명인데?"

"괜찮아. 그 중에 한명 정도는 너네 학생이 있을 것 아니야."

"그렇지. 아는 제자도 있고."

"그럼 됐어. 거기에 올리기만 하면 그 제자가 알아서 다 입소문 내 줄거야."

"뭐라고 쓰지? 그냥 학점 잘 준다고 할 수는 없는데."

"흐음. 고민이 필요한 과제다. 뭔가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면서도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다.. 야. 그건 니가 잘하니까 연구해봐."

"알았어.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어."

"기다려봐. 여기서 계속 있을 거야? 종업원들이 눈치 보는게 영업시간 끝나는 것 같은데. 우리 2차 옮길까?"

"응."

"2차는.. 배는 부르니까 간단히 위스키바 어때?"

둘은 일어나서 자리를 옮겼다. 장소는 칵테일과 싱글몰트 위스키를 전문으로하는 '그라츠'라는 바bar였다. 

  

이전 11화 나의 모든 조각을 모아도 온전한 내가 아닌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