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사랑해."
"어제 초등학생 한 명이 성적을 비관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대!"
"사랑해."
"팔레스타인에서 오늘 큰 폭발 테러가 있었어. 사람들이 많이 다쳤을 거야."
"사랑한다고."
"나, 아르헨티나에 다시 가고 싶어."
"……."
"왜 그래 또… 삐졌어?"
"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너는 그때마다 하루에 몇 명이 죽어 나가는지,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 가고 싶은 나라 등에 대해 이야기해."
"그게 뭐 어때서?"
"우리의 대화가 정상이라고 생각해?"
"아닌 건 또 뭔데?"
"사랑한다고 말해 줘."
"……."
"말하지 못할 줄 알고 있었어."
"사랑이라는 게 꼭 말해야 아는 거야? 우리가 서로를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이야기하는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또…!"
"그냥 계속 보던 뉴스나 봐."
'다시 아르헨티나에 간다면, 너랑 함께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