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릴로체, 아르헨티나
있잖아.
내가 아는 이 세상 최고의 낭만주의자는 우리 아빠였어.
그리고 난 아빠의 낭만이 무엇에 의해 어떻게 소멸되어 가는지 3년에 걸쳐 봐 오고 있지.
엄마는 아빠가 이상주의자라 생각돼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했어. 왜 20대 때는 그런 게 가장 멋있어 보이잖아.
그런데 지금은 그 이유로 이혼하고 싶대.
엄마는 매일 밤 혼자 울어.
…
내가 좋은 이유에 대해 네가 말해줄 때마다 나는 겁이나.
엄마가 말해준 이유들과 너무 똑같아서.
과거에 아빠를 사랑한 이유이자 이제는 떠나고 싶은 이유들이어서.
아르헨티나에서는 아빠 생각을 종종 했다. 저 멋진 흙길을 아빠가 달린다면. 이 아름답고 장대한 광경을 아빠가 본다면. 그런다면 아빠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넬까. 뭐 그런 생각들. 근데 동시에 너무 슬퍼지는 생각들이어서 깊이까지 가닿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랬다.
***
(2012)
아빠, 우리 함께 남아메리카에 가요.
아빠는 남미보다 뜨겁고 체 게바라보다 멋진 사람이니까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