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무의식 02화

무의식_2

첫 발걸음

by code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38번 기둥 옆에 흰색 SUV차가 보인다. 가디언이 보내주신 차 번호와 대조해 보니 저 차가 맞는 거 같다. 나는 차를 찾자마자 캐리어를 이끌고 차 옆으로 다가간다. 내가 다가가자 포근한 인상의 가디언이 차에서 내려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어~ 지한아 고생 많았어. 짐 나 주고, 앞에 타.”


나는 몸이 매우 피곤했지만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가디언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가디언께 내 캐리어를 전달해 드리고, 내 짐을 차 트렁크에 넣어 주시는 동안 나는 차 앞자리에 앉아 지친 몸을 한결 편히 둔다. 몸의 긴장이 풀리고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와 몸이 노곤해질 때쯤 가디언이 운전자석에 들어와 앉으신다.


“지한아 피곤하지? 정말 고생 많았어. 여기, 내 전화번호거든? 나한테는 그냥 삼촌이라고 불러도 돼~”


“네…! 감사합니다…”


도윤삼촌은 벨트를 매고 차의 시동을 거신다.

[가디언_도윤삼촌] (+1) 437-xxx-xxxx

나는 도윤삼촌의 연락처를 휴대폰 메모에 옮겨 적은 뒤, 고개를 돌렸다. 창 밖에 보이는 낯선 풍경에 피곤함도 잊히고 그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창문 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주택들과 여러 인종의 사람들, 여러 상점들이 내 마음속에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삼촌은 피곤할 나를 배려해 주시는 건지 말을 일절 걸지 않으시고 내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해 주신다. 그 덕분에 내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대화를 배경음악 삼아 고개가 떨궈진다. 차 안은 향긋한 방향제 냄새와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그와 대조되는 차가운 겨울내음이 맴돌았다.




덜컹거리는 자동차에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어느새 자동차는 주택가에 들어서 내가 지낼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삼촌은 한 집 앞에서 차를 멈추더니,

“딱 맞춰서 일어났네~ㅎㅎ 이제 다 왔어”


나는 삼촌의 말에 눈에 힘을 주고 정신을 차리려 노력한다. 창문 밖을 보니 집 한 채가 보인다.

아, 이 집이 이제 내가 지낼 곳이구나… 짙은 갈색의 벽돌로 지어진 지하실이 있는 2층 집에는 초록색 식물과 검은색 나무로 된 현관문과 톤이 매치가 된 창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얼핏 보면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집에 햇살과 시작의 설렘이 더해지니 보기만 해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동화책에서만 봤던 집에서 내가 살게 되다니…! 괜히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짐을 끌고 현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른다. 아- 드디어 구나! 발이 동동 굴리고 펄쩍 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띵동-

내가 초인종을 누르자 집 안에서 급하게 나오려는 한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나의 심장도 함께 쿵쿵 울리기 시작한다.

철컥- 끼익-

현관문이 열리고 160쯤 되어 보이는 짙은 갈색의 긴 곱슬머리를 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나를 보곤 환하게 맞이해 주신다. 나는 답으로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도윤삼촌이 대신 말꼬리를 틀고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쭈뼛쭈뼛 삼촌의 뒤를 밟으며 집 안으로 발을 들인다. 앞에선 삼촌과 호스트 아주머니의 대화소리가 들리고,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내가 지낼 곳을 구경한다. 우와… 분위기가 차분하고 은은하게 우드냄새도 나는 것이 편안한 무드를 내뿜는다. 곳곳에 놓여있는 식물들과 벽에 걸려있는 풍경그림, 짙은 우드톤의 바닥과 벽, 간간히 포인트가 되어주는 무드등들과 장신구들에 눈길이 확 빼앗겼다. 편안한 분위기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안녕~”


호스트 아주머니께서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말을 걸어 주신다. 집 구경하느라 주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탓에 깜짝 놀란다. 나는 놀란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 튀어나갔다.


“아! 안녕하세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드리는 도중, 도윤삼촌이 이만 가본다고 한다.


“지한아, 삼촌은 이만 가볼 게! 잘 지내고 무슨 문제 생기면 연락 줘~”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딱히 친한 것도 아니었는데… 낯선 곳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가 사라지자 마음 한 구석이 비어버린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정말로 나 혼자서 모든 걸 헤쳐 나가야 한다.

삼촌이 떠나고 호스트 아주머니가 내가 지낼 방을 소개해 주신다.


“여기가 네가 지낼 방이야~ “


우와… 방 문을 열자 창문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과 여러 가구들의 조화가 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아줌마 나갈 테니까 편하게 짐 풀고 이따가 저녁 먹을 때 부르면 내려와~”


“네…! 감사합니다…”


밝은 회색의 러그가 깔려 있는 바닥, 직사각형의 흰색 책상과 불편해 보이는 네모난 검은색 의자, 안에 옷걸이가 걸려있는 나무 옷장과 흰색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져 있는 침구가 정리되어있는 포근한 침대까지…! 내 새 출발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환경이란 생각이 든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제 마음을 단단히 잡고 이곳에 정을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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