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푸석한 포테이토
이제 집에 도착했다는 마음이 들어서일까, 누적되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짐을 푸는 것도 잊을 채 옷만 갈아입고 바로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음…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창 밖은 어느새 까맣게 땅거미가 내려앉은 뒤였고 몸은 찌뿌둥하니 무거웠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정신을 차리러 화장실로 나가려는데,
툭.
문 앞에 붙어있는 쪽지가 떨어졌다.
‘지한~ 자고 있는 거 같아서 쪽지 남겨. 1층 부엌 냉장고에 저녁 넣어 놨어 배고프면 꺼내서 전자레인지 돌려 먹어!’
네모난 포스트잇에 한 자, 한 자, 적혀 있는 아주머니의 따뜻함이 자연스레 나의 입꼬리를 올렸다. 아주머니의 메모는 책상 위에 붙여놓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와 오랜만에 내 얼굴을 확인한다.
밤도 새우고 15시간 비행을 마친 내 얼굴은 헉 소리가 날만큼 초췌했다. 얼른 밥을 먹고 활력을 얻어야겠다.
나는 어두운 복도와 계단을 손 끝과 발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한걸음, 한걸음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휘잉-
- 헉!
- 아... 깜짝이야...
어둡고 조용한 이 공간에 들리는 바람소리마저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얼른 걸음을 옮겨, 주방 식탁에 놓여 있는 작은 무드등을 최소로 켜놓았다. 이 작은 불빛이 뭐라고 마음이 확 놓였다. 드디어 선명히 보이는 시야에, 물건을 훔치는 도둑인 마냥 숨소리도 내지 않으며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을 꺼낸다.
둥근 접시 위에는 메쉬드 포테이토, 각종 채소 볶음, 그리고 크림소스가 올라간 파스타가 있다. 음식이 오랫동안 냉장고에 있었던 탓에 매우 차갑다.
'아... 어떡하지,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소리가 너무 클 거 같은데...'
나는 접시를 손에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전자레인지? 아님 그냥 먹을까..?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첫날부터 패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차가운 음식을 먹기로 결심한다. 접시를 들고 식탁에 놓은 뒤 위에 싸여있는 플라스틱 랩을 벗겨낸다.
'뭐, 이 정도면 먹을 만 하지. 죽진 않을 테니까'
라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며 한입 두 입 먹기 시작한다.
차갑게 먹어서 그런가, 메쉬드 포테이토는 푸석푸석하고 파스타는 되직하고 퉁퉁 불어있었다. 그래도 음식 같은 음식을 근 하루 만에 먹는 거라 그런가 먹을 만하다고 느껴졌다.
'파스타가 좀 짠데...? 역시 뜨겁게 덥혔어야 했나...'
'방에 돌아가면 무엇을 해야 하지...'
시답잖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접시는 깨끗이 비워져 있다. 접시를 싱크대로 가져가 가볍게 물로 세척하고 식기세척기 안에 넣고 무드등을 끈 뒤, 다시 내 손 끝과 발 끝의 감각에 의지하며 내 방으로 더듬더듬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