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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 Sep 01. 2021

웅진 북클럽

나를 처음으로 사교육에 흔들리게 한 그것_






























































  아이를 낳기 전부터 나의 육아관은 ‘Freedom’이었다.


  뭐든지 OK, 그래, 다 괜찮아,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렇게 키우려고 했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자신의 불안과 싸워야 했고 남편과 육아관도 맞아야 했고 아이도 그만큼 따라와 줘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만큼은, 우리나라 사교육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간혹 가다가 나를 굉장히 자극하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키워봐. 그게 되나.’     


  나는 반항심이 엄청 높은 편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나의 신념은 더욱 더 확고해져 갔다.     


‘하, 그래? 사교육? 내가 흔들리나 봐.’     


라는 마음을 먹고 첫째가 4세가 되던 해에, 웅진 북클럽을 고민하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우리나라 사교육은 대단하다. 엄마의 불안과 부족한 점과 고민되는 부분들을 아주 콕콕 집어서 효자손처럼 긁어준다. 그렇게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 건, 나와는 달리 소신이 뚜렷하고 남의 말에 귀가 잘 펄럭이지 않는 남편이었다. 우리는 웅진 선생님께서 다녀가신 그날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첫 부부토론회를 가졌다.


: 우리 집에 책이 너무 없대.. 지금 이 시기는 한참 발달할 시기인데, 책을 보고 간접경험을 해줘야 한대. 한 달에 원래 13만 원씩 하는데, 지금 프로모션 기간이라 3만 원 할인도 해준대. 그리고 사은품으로 이것, 저것도 준대. 태블릿으로 보고 듣는 거는 솔직히 조금 별로이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엄마들을 위해서 지류 책도 준대. (+눈물, +감정 호소)


VS


남편: 전집 다 필요 없어. 여보 어렸을 때 읽은거 다 기억나? 하나도 안나잖아. 나는 오히려 그때 그때 나오는 이달의 동화책 베스트셀러 두어 권씩 사서 읽혀주는게 훨씬 효율적인 것 같아. 그렇게 한 달에 10만 원씩 주고 시작했는데 아이가 책을 안 읽기 시작하면 그 10만 원이 아까워서 애한테 엄청 짜증 낼 것 같아.     


  남편이 이겼고, 나는 그렇게 웅진 북클럽을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그리고 그 후로 웅진 북클럽에 대한 후기글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했는데 아이가 잘 안 본다, 해지하고 싶은데 위약금이 어마 무시하다, 절대 하지 마라 등. 그 블로그를 보고 남편을 바라보는데 그렇게 잘 생겨 보일 수가 없었다.     


  여하튼 그 이후로도 나는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했고, 솔직히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도 굉장히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고집은 부리고 있으니까, 이제 와서 사교육을 시작하기도 싫었고, 끝까지 ‘사교육 없이 학교 보낸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가 입학을 했고, 지금은 첫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둘째는 7살이다.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사교육은 검도, 축구, 그리고 사고력 학습지 하나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많이 흔들렸는데, 이제는 뭔가 조금 길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후기를 가능하면 학년별로, 그게 좀 힘들면 초등, 중등, 고등 과정별로 기록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하려면 앞으로 10년은 걸리겠지만, 지금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많은 학부모님들과 10년 뒤의 학부모님들께 아주 개미 코딱지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진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훌륭한 전문가분들께서 하시는 말씀들도 참 많지만, 제일 궁금한 건 사실 ‘옆 집 엄마’의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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