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사람은 부모였다. 아이는 괜찮은데, 부모가 난리다. 그러면서 아이의 자존감을 찾아주는 방법으로 더 많은 학원과 문제집으로 실력 향상을 하려고 든다. 그전에 생각해봐야 할게 있다.
‘나의 자존감은 괜찮은가.’
무의식이라는건 정말 무서워서, 아이의 공부가 뒤처지면 자존감이 상할 것이라는 생각이 내 무의식 속에 짙게 깔려 있다면, 아이에게 전달하는 언어 하나, 하나에 그 마음이 베어서 흘러나오게 된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아이 역시 무의식 중에 그 생각을 가슴에 새기고, 학교에서 문제 하나만 틀려도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낸다. 물론, 기질적으로 욕심이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건 부모가 잘 파악해봐야 한다. 진정 이것이 아이의 기질 때문인지, 나의 푸시 때문인지.
얼마 전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받아쓰기 연습을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90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똑같이 90점을 받은 기영(가명)이는, 90점 밖에 못 받았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 집에서 부모가 이렇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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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 읽어주기
‘우리 기영이가 100점을 받지 못해서 많이 속상하고 화가 났구나.’
2) 기준 바로 잡아주기
‘하지만 90점을 받은 건 굉장히 잘한 거야.'
3) 긍정적인 마무리로 다독여주기
‘만약에 다음번에 100점을 받고 싶으면 엄마랑 같이 열심히 연습해보자.
물론 그렇게 연습해도 한, 두 개 정도 틀릴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 기영이는 아직 받아쓰기가 처음이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기영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앞으로 100점을 받을 날들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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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태도'를 배운다.
‘그러니까 좀 더 잘하지 그랬어, 다른 애들은 몇 점 받았는데?, 시험 볼 때는 집중을 해야지, 집중!’
이런 말들, 그러니까 이런 부정적인 태도는 아이의 자존감을 뚝뚝 떨어뜨릴 것이고 공부가 스트레스가 되는 지름길이 된다. 자기 주도 학습을 원한다면 제발 멈추길 바란다.
부모가 얼른 본인의 불안을 구분하지 않고 자존감을 찾지 않는다면, 반겨줄 곳은 학원뿐이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사교육은 부모들의 불안을 먹고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솔직히 나도 첫째 아이가 7살 때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홍보하고 계신 학습지 선생님들의 권유를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나 역시 학교라는 공교육의 커다란 철문 그 너머가 어떤 세상인지 모르기에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남편과 합의한 부분이 있으니 어렵게, 어렵게 거절했다. 이제 첫째가 9살, 둘째가 7살이 되었고 그 두터운 철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 보고 나니 막연한 불안감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앞에는 학습지 선생님들께서 영업을 나오신다. 왜?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들은 수능을 앞둔 부모들 못지않게 불안해하고 있으니까. 그분들의 멘트는 보통 이렇다.
“어머님, 지금 미리 해주셔야...”
“학교에 가서 아이 자존감이...”
딱, 엄마의 불안을 건드리는 키워드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거절한다.
보내봤는데, 괜찮던데요?
한 때 영업직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 가장 좋은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의 불안'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2학년 2학기가 끝나가는 지금도 나와 아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어 여전히 학원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 98%의 아이들은 학원을 간다. 수학, 영어, 독서 등등등. 심지어 피아노, 미술도 단순 취미가 아니라 실력 향상을 위해 보낸다. 거기에 대해서 내가 '보내면 안 된다, 다 필요 없다.'면서 뜯어말릴 필요는 없다. 필요에 의해서 현명하게 선택한 가정도 있을 것이고, 맞벌이로 인해 부득이하게 학원으로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가정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앞서 언급한 ‘걱정’이 아닌 ‘불안’에 의해서 학원에 보내고 있다면, 그것은 적극적으로 뜯어말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