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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Aug 23. 2019

카드 재발급, 고객에게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

# 고객만족 #VOC # 고객에게는 불편함, 카드사에는 배송비 손실?

"그러게 왜 맘대로 카드를 재발급해서는 말이야......"


얼마 전 카드사에서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기한이 만료된 카드를 재발급해 우편으로 보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작년에 주거래용으로 사용할 세 카드를 발급했는데요, 기존 카드는 해지해야 했었지만 곧 만료일이 다가오는지라 자연스럽게 해지되겠거니 하고 그냥 두었습니다. 하지만 카드사에서는 친절하게도 알아서 기존 카드를 재발급하고 이미 발송까지 했던 것이었죠.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 친절한.


문자를 받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일단 보냈다고 하니 도착하면 받고 사이트에서 해지하던지 해야겠다."

그리고 며칠 후, 등기 우편물 배송직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카드 우편물 가져왔는데요, 집에 계신가요?"

아차!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바로 우편물 수령지였습니다. 제가 기존 카드를 발급한 것은 수년 전. 저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 데다가 대부분 우편물 수령지를 직장으로 변경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아, 거기 혹시 OOO동이신가요? 저 지금 거기 안 사는데…"


게다가 카드는 반드시 본인 수령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 경비실 같은 곳에서 대리 수령할 수도 없었죠. 일단 반송처리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카드를 해지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습니다.

# 만약 카드사가 고객에게 재발급 여부를 먼저 확인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저는 카드 발급을 하지 않는다고 하고 매듭을 지을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카드를 계속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알아서 재발급하고 배송까지 해주니 정말 훌륭한 고객만족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어쩌면 일단 카드 발급 수를 유지하려는 카드사의 숨은 전략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 그렇다 하더라도 배송 전에 고객에게 배송지를 확인하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요?


카드 재발급 시점은 최초 발급 시점으로부터 최소 수년이 지난 시기일 텐데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소지를 이전하거나 카드 수령지를 변경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당 정보를 업데이트했다면 무관하겠지만, 요즘 같이 가입한 사이트가 많은 시대에 그때그때마다 거주지나 우편물 수령지를 꼬박꼬박 변경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생각해보면 카드사에도 손실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필요 없는 카드를 발급하느라 들어간 비용이며, 확인 없이 찾아가느라 지출한 헛걸음 배송 비용, 그리고 새 주소지로 재발송됐다면 추가 배송 비용도 들게 될 테니까요.



IT기업에서 고객가치혁신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직업 정신이 발휘된 걸까요. 모두가 안타까운 입장인 것 같다는 생각에 저는 카드사 고객센터에 제가 겪은 일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불편이라기보다는 제안한다는 취지에서 재발급이나 발송 전에 확인 절차를 두면 좋겠다는 내용을 적었죠.

실제 카드사 웹사이트에 남긴 제안


답변은 그다음 주에 바로 도착했습니다. 물론 보낸 제안이 바로 적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가 남긴 제안을 진지하게 살펴봤다는 느낌과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친절한 답변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을 겁니다. 모든 의견을 하나하나, 바로바로 처리하고 반영하기는 힘들겠지만, 감사하게 전해 들었고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피드백은 가능한 빠르고 자세히 남겨주는 것이 고객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겁니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매년 진행하는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통해 고객의 불편사항이나 제안 내용을 접수하고 있는데요, 접수된 내용을 해당 시스템 담당자들이 일일이 검토해 직접 답변 메일을 발송하고 있습니다. 고객가치혁신 파트에서 답변 메일 샘플 제공과 발송 전 한번 더 체크하는 과정도 두어  보다 충실하고, 친절한 답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죠.


고객은 사실 불만이나 요구사항 같은 VOC를 굳이 남길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같은 공급 과잉의 시대에 그냥 떠나면 됩니다. 그런 의견을 남기는 것도 최소한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인데요, 그렇다면 그 고객은 아직 애정과 관심이 남은 상태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극에 달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런 고객의 VOC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애정을 갖고 있는 고객에게는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떠나기 직전의 고객을 잡아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안티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이 회사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텐데요. 그리고 고객의 의견을 잘 반영하기까지 한다면 서비스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 고객만족도 향상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각각 일선의 바쁜 업무 중에도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의견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그 모든 노력이 회사와 고객 모두에게 참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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