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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is well Sep 25. 2024

학교 가기 싫어!

마음 되돌리기 1.  작고 귀여운 주먹밥의 작은 변화, 그리고 기다림  

여전히 등교를 거부하며 학교에 가지 않았다.

친구들과 PC방에 가는 시간이 더 즐거운 모양이다.

"용돈을 주면 학교에 갈게요"라는 아들의 말을 믿고 용돈을 주었지만, 

아들은 또다시 PC방을 갔다.

"정상적으로 등교해야만 용돈을 줄 수 있어"라고 말했다.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날들이 많아지고,

종잡을 수 없는 감정 널뛰기에 얼르고 달래느라 숨이 턱턱 막힌다.

결국, 아들은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들은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뜬금없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당황하는 그 순간,

그동안 누나가 쓰던 컴퓨터로 버티던 아들에게 결국 한계가 온 것이다.

컴퓨터 지원을 요구하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한 협상을 했다.


따뜻한 물로 가득 찬 욕조,

몽글몽글 부드럽게 피어오르는 거품 속에서

오랜만에 목욕을 하는 아들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보였다.

밤낮없이 태블릿을 보며 잠들던 아들은

일찍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다.


밤 12시, 검은깨를 찾아 편의점 두 곳을 돌아다녔다.

"통깨는 있는데, 혹시 검은깨는 없나요?"라고 물었다.

검은깨가 박혀있는 고구마깡을 사 왔다.

먹는 것을 거부하는 아들이 간단하게 먹고 등교할 수 있도록,

검은깨 대신 흑미로 아침을 준비한다.


오전 6시 30분, 아들을 깨웠다.

"학교 가기 싫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꿈적도 하지 않는다.

아들의 변덕이 시작되고

여전히 닫혀 있는 마음의 문,

오늘도 열리지 않았다.

아들의 방문 앞에 말없이 아침을 차려 놓았다.


시간이 지나고 얼마 후

아침을 깨끗이 비운 쟁반을 싱크대위에 올려놓고

아들은 다시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다.


아침을 먹었다는 사실이 오늘을 버티게 한다.

작은 변화, 그것이면 충분하다.

아침을 먹었다는 것, 그 작은 변화의 시작에서

엄마는 아들을 기다리며
내일을 준비한다.






아들: 누나가 말하던 강아지 7마리는 어디 있어?

누나: 네가 아침에 먹었잖아.

아들: 주먹밥이 강아지였어?!


은 변화, 그리고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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