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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s well
Oct 01. 2024
일어나서 학교 가야지!
마음 되돌리기 2. 오므라이스
"아들아, 일어나서 학교 가야지!"
아침을 깨우는 알람소리에도 꿈쩍도 않는다.
무너져 버린 생활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등교 시간에 맞춰 매일 같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아들을 깨운다.
엉망진창 밤낮이 뒤바뀌어 흐트러진 아들의 일상은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없다.
이불을 걷어차고 발버둥 치며 툴툴거린다.
플래너를 쓰고 수학문제집을 풀겠다는 의지로
야자를 신청하고
과제와 수행평가를 하나씩 해낼 때마다 뿌듯해하며
기숙사에 들어가겠다는 다짐으로 설레던 아들은
벌써 한 달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잠잘 때 항상 같이 책을 읽었던 아들이,
엄마의 작은 팔베개를 하고 스르르 잠을 자던 아들이,
엄마의 작은 품에 비집고 들어와 기다란 다리가 삐져나와도 좋아서 안겨있던 아들이,
온 세상에 맞서 삐뚤빼뚤하게 부정하며
"꺼져"라는 거친 말로 반항하는 아들의 행동이 낯설다.
상처가 되어 울고 있는 엄마를 위로하던 작은딸의 한마디에 실감이 났다.
"와, 사춘기가 빡세게 왔는 걸, 어떡하지"
갑자기 멈춘 이유가 무엇일까?
중학교 생활을 초긍정으로 즐기던 아들에게
사춘기는 먼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엄마의 갱년기를 뛰어넘는 고약한 사춘기가 찾아온 것이다.
침대 위에는 빠진 머리카락이 가득하고
체중이 한 달 만에 10 킬로그램이나 빠졌다.
밍그적거리는 아들을 겨우 일으켜 씻으러 들어가게 하고
아들의 아침을 준비한다.
흑미로 눈을 붙였을뿐인데,
툴툴대며 싫지 않은듯 작은 관심을 보인다.
"엄마, 왜 그래.. 어..오므라이스가 이상한데.. 뭐야, 나야?"
"응, 너야"
"나보다 뚱뚱한데..?"
"그래 맞아, 건강했던 너의 모습이야, 잘 먹고 건강해야 검사도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고약한 사춘기로 복잡한 마음은 아들을 아프게 했고
몸에 이상신호가 찾아왔다.
건강해졌다고 안도한 지 4개월,
다시 병원예약을 했다.
더 강하게
더 단단하게
아픔만큼 성숙해질 사춘기의 끝을 묵묵히 기다리며
다시 엄마의 손을 잡아줄 아들을 위해
언젠가 아들이 내미는 손을 잡고
함께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다.
오늘도,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