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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캠핑은 처음이지!

17년 만에 떠나는 캠핑, 어두운 방을 벗어나 첫 발을 내딛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들

눈빛조차 마주치기 힘들 만큼 마음을 꾹 닫아버린 아들
“사람이 싫어. 학교도 싫어, 다 싫어.”
그 말 한마디에 더 이상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엄마의 설득도 누나의 관심조차도 소용이 없었고

방 안에 꼭꼭 숨어버렸다.

세수도, 양치도, 옷도…
며칠째 그대로인 채 방안에 웅크려 있는 아들의 모습이 점점 불안해졌다.
그저 문 앞에 놓인 간식과 작은 이벤트에도, 울면서 진심을 전해보아도
아들의 마음에는 닿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17년 동안 집과 학교만을 오가며 사소한 기쁨을 놓치고 살아야 했던 이곳에서,

"살려달라고, 힘들다고, 이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아들의 몸부림이었다.

이젠,

어떻게든 아들을 방에서 데리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올랐다.
작년, 근처 공원에서 작은 텐트를 쳤을 때
텐트를 펼치고, 작은 누나가 싼 김밥을 먹고,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그날.

무척이나 즐거워하던 아들의 환한 미소는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아들의 얼굴엔 빛이 보였다.




바로 캠핑이었다.

그래, 그거면 될지도 몰라.

엄마도, 딸들도 처음 해보는 낯선 도전이지만,

이 작은 모험이 가족 모두에게, 특히 아들에게 닫혀 있던 마음을 여는 첫걸음이 될 거라고..
아들을 위한 ‘캠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비록 한 달 생활비를 털어야 했지만,
지금은 돈보다 마음이 먼저였다.
살려야 했다. 아들을.


가족을 위한 첫 소풍 준비를 했다


30년 만의 첫 캠핑

29년 만의 첫 캠핑

25년 만의 첫 캠핑

17년 만의 첫 캠핑을 간다.

어서 와~ 캠핑은 처음이지!




작전명 선의의 거짓말

작은 딸과 함께 캠핑장을 급히 예약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한 달 생활비를 털어야 할 만큼 부담이 컸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어릴 때 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했던 선의의 거짓말을,

이번에도 다시 해보기로 했다.

엄마 : 아파트 전체가 정전이 된대. 하루만 캠핑장에 있다가 돌아오는 건 어때?”
아들 : 밖에 나가기 싫어, 누나랑 갔다 오라고..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하던 아들.

그러다 작은 누나의 말에 잠시 흔들렸다.

어두운 걸 싫어하고 겁이 많은 동생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작은누나 : 전기도 안 들어와서 캄캄할 텐데… 너 혼자 괜찮겠어, 큰누나도 같이 갈 거야. 그래도 안 갈래?”

한참을 망설이던 아들이 입을 열었다.

아들 : 그럼... 그냥 따라만 갔다가 집에 올래.

엄마는 얼른 말했다.

엄마 : 그래,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같이 갔다 오자.

가족과 함께하는 것을 늘 바랐던 아들.

독립해서 나간 큰누나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던 아들은,

큰누나도 함께 간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움직인 것 같았다.






캠핑 준비는 곧 마음 준비

딸과 시장을 보며,

삼겹살, 라면, 마시멜로, 간식, 음료…

가족을 위한 소풍을 준비했다.

완전체 가족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충분했다.

캠핑장으로 가는 차 안,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해바라기, 들판, 파란 하늘, 구름..

자연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언니라고 불러본 적 없던 작은 딸

독립한 큰딸과 작은딸 사이의 어색함이 감돌았다.

평소 잘 불러보지 못했던 "언니"라는 호칭을
작은딸이 조심스레 꺼냈다.

작은딸 : 언니, 저 구름 사오정 닮았지?

큰딸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 구름을 찍었다.


KakaoTalk_20250706_224135559복사.jpg 사오정을 닮은 구름!


하늘을 바라보며

밝게 웃고 떠드는 딸들의 모습을,
엄마는 룸미러로 바라보았다. 가슴이 뭉클하다.

그동안 아들만 바라보다
작은딸의 아픔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곁에서 침묵하던 아들 역시

하늘을 곁눈질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있었다.

룸미러로 바라본 딸과 아들의 모습은

그 어떤 풍경보다도 아름답고

내겐 최고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미안했다.

이 소중한 순간을

더 일찍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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