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떠나는 캠핑, 어두운 방을 벗어나 첫 발을 내딛다.
바다와 게, 그리고 캠핑의 마법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짐을 풀기도 전에
태어나 처음으로 바다로 향했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모래 위를 걷고,
게를 쫓아다니며 환하게 웃는 세 아이들의 모습.
편해 보였다. 정말 편안해 보였다.
아들의 얼굴은 모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
‘혹시 텐트 안에서 핸드폰만 보진 않을까’라는
걱정을 잊게 했다.
저녁엔 삼겹살, 밤엔 마시멜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숯불에 삼겹살과 목살, 소시지, 새송이버섯을 구웠다.
TV에서만 보던 '캠핑의 정석'을 해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젠 우리도 해보는 중이었다.
아들은 직접 고기를 구웠다.
“내가 고기 구워볼래!”라며 숯불 앞에 섰다.
얼마나 해보고 싶었을까.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변화인지,
엄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숯불에 마시멜로우를 굽는 것도 난생처음이었다.
아이들은 웃으며 서로의 마시멜로우를 구워주었다.
아들의 시선 끝
그때, 아들은 옆 텐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아이를 챙기는 모습.
물끄러미 지켜보는 아들의 눈빛은
조금 쓸쓸했다.
하지만 엄마는 믿는다.
이 또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험이라고.
세상의 온기와 상처를 느끼며
조금씩 단단해질 거라고,
그렇게 세상과 조금씩 친해지기를..
캠핑은
아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작고도 깊은 첫걸음이었다.
완전히 열리진 않았지만,
닫힌 마음에 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엄마와 누나들이 함께 만든 따뜻한 바람이었다.
얼마나 답답하고 숨이 막혔을까
잘 견뎌줘서 고맙고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고
엄마라서 이겨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