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꼭 껴안고

그것이 없을 때 하는 말

by 영주






학교에서 아이가 전화를 했다. 아이는 휴대 전화가 없어서 학교에 비치된 발신 전용 전화기로 전화를 한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 튀어나온 기둥 뒤에 가려진 전화기. 가방을 메고 벽을 향해 서서 내 전화번호를 눌렀을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제는 미안했어.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사이좋게 지내자는 말. 그래, 그러자.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아이는 아직 어린데 가끔 어른스럽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람이 없는 풍경보다 사람이 있는 풍경이 예쁘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단편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왜인지 그런 날이 있잖은가, 사람이 참 어여쁘게 여겨지는 날. 사람이 없는 풍경 사진들은 지워 버렸다. 오늘은 사람이 사는 세상을 기쁘게 바라보고 싶었으니까. 사진을 찍는데 사람들이 사진기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걸어가고 뛰어서 다 사라졌다. 그래, 다 지나가겠지. '다 지나간다'는 말만큼 여러 가지 표정을 짓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다 지나가니까, 지나가는 게 당신이고 너니까. 다 지나가서 소중해지는 시간들. 그러니 꼭 껴안고 살아가야겠다.


사이좋게 지내기, 꼭 껴안고 지내기. 내일은 두 가지만 추구해도 하루가 지나가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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