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오고 해가 길어지니 자연스레 올라온 ‘활동성’은 산책이나 운동량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집에서 멍하니 앉아있다가도 불현듯, 방안 곳곳에 눈을 돌리며 '저길 정리할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들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집안 상태에 마음을 쓸까 싶기 때문이다.
가끔씩 정리 상태를 뒤집을때면 하나의 고민에 부딪힌다. 핀터레스트에서 본 정리 공간의 예시나, 참고를 위해 들락거린 수납함 상세페이지 속 깔끔한 이미지처럼 세트로 수납함을 사는 것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기분전환을 할겸 이 기회에 수납함을 세트로 사서 내가 가진 물건을 착착 넣으면 정리가 더욱 잘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
하지만 수납함을 사게 된다면 내가 맞닥뜨릴 문제도 너무 분명하게 알고있다.
1. 수납함을 채울 만큼의 동일한 아이템을 갖고 있지 않다.
2. 정리한 수납함을 여러 개 놓을 만큼 선반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3. 키가 제각각이라 함께 넣으면 보기 좋지 않은 물건들이 있다.
내가 본 상세페이지 속 이미지처럼 박스 하나엔 즉석밥 여러 개, 또 하나엔 즉석식품 여러 개, 하나엔 라면을, 간식을 넣는 규칙적이고 보기 좋은 정리 상태. 나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저런 그림은 나오지 않을 것이 뻔하다. 즉석밥을 좋아하지 않고, 과자는 먹고 싶을 때마다 하나씩 사오는 편이라 모아서 정리할 만큼의 양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라면 5개들이 한 팩, 혹은 맥주를 만 원에 4캔씩 사는 순간 다른 메뉴는 선택지에 없는 것마냥 매일을 그것만 먹기 때문에 사다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어른이 되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난 어쩔 수 없는 게으른 탄수화물 중독자니까 제어 장치를 두었다고 해야지 뭐.
여기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은,
1. 수납함을 일단 사고 수납할 물건도 사서 채워둔다.
2. 필요나 동선에 따라 위치를 잡고 그것을 모두 넣을 수 있는 수납함을 사서 채워둔다.
3. 무언가를 사는 것은 포기하고 자유롭게 놓아둔다.
늘 2와 3을 애매하게 넘나드는 상태에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늘 뾰족한 답은 없었다. 보관해둔 식품이래봐야 트롤리 한 구석 수납함(24*17*10cm) 하나를 다 채우지 못하는 규모에서 애초에 박스를 더 산다는 건 좀 과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널찍한 팬트리도, 선반도 없는 나는 트롤리를 뒤집고 상부장을 뒤집으며 '조금 더 공간이 넓었더라면!' 끊임없이 아쉬워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계절의 결론도 이렇게 흐지부지 지나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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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해 둔 것들을 주방에 배치하며 지켰던 것들>
1. 최대한 비슷한 성격을 가진 아이템끼리 모으기
:간편식 모음, 조미료 모음, 커피+티백+잔 모음, 쌀과 밀가루, 파스타면을 모은 탄수화물 모음 등
2. 필요한 양을 덜어낸 나머지는 한 곳에 모으기
:써야 할 양을 덜어낸 조미료, 집에서 받아온 견과류 등 '덜어놓고 남은 것들' 모두 이름이나 내용이 잘 보이게 밀봉해 역시 한곳에 모았습니다.
3. 비싸더라도 소용량, 소포장 사기
:어차피 혼자 먹고 쓰지만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낱개, 또한 작은 용량을 주로 골랐습니다. 유통기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더 경제적이라고 스스로 위안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