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나 Pina Sep 13. 2021

찬바람 불때, 속옷 정리


 길었던 여름은 끝나고, 바람이 충분히 시원해질 무렵 나에게 하나쯤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여름까지 잘 입었던 속옷들을 점검하는 일. 옷장을 정리하기 전 이 속옷 서랍도 들여다보고 정리하다 보면 본격적인 옷정리의 전초전을 치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낡아서 보풀이 일어난 것들과 함께 2년에 한 번씩 속옷을 교체한다는 기준에서 버려야 할 것들 고르고, 또 새로 추가해야 할 것을 세탁해 말린 뒤 접어 넣는 그런 일들. 어딘가 속시끄러운 복잡한 마음이 이런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레 차분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8월 말 즈음 많은 의류 브랜드들은 한창 시즌오프에 돌입하고 SPA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속옷들을 살 때 자주와 탑텐과 무인양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지를 갖고 있어 이때 사두면 조금 더 저렴하게 준비해둘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이번 여름을 지내며 달라붙지 않는 여름용 캐미솔이 오래돼 보풀이 심해진 것을 보고, 살구색 캐미솔을 두 장 사두었다(흔히 ‘에어’라는 단어가 붙는 바로 그것). 합성섬유로 만드는 소모품이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적게 사서 적게 입고 잘 관리할 방법 외엔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게 조금 안타깝다!



캐미솔용 수납함은 이케아 쿠기스 13*18*8 사이즈.




 나의 경우, 속옷을 정리하는 방법은 딱히 특별하지 않다. 브리프, 캐미솔, 브라 등의 각각 적당한 개수를 정하고, 종류 별로 작은 박스로 나누어 수납해 하나의 서랍에 넣는 식이다. 굳이 칸칸이 나뉜 속옷을 수납함을 쓰지는 않고 있다. 특히 속옷을 세트로 사거나 '쟁이는' 것을 피하는 편으로 캐미솔 8장, 브라 6개, 브리프 10장처럼 필요한 개수를 유지하며 내가 정해둔 시기에 맞게 교체하는데 신경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어떤 물건이든 개수를 유지하면 크게 정리가 흐트러질 염려는 없었다.



 정리를 막상 시작해보면 접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쉽다. 나는 정리 수업에서 배운 방법으로 접고 있는데, 정리를 배우지 않았더라도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고 따라할 수 있다. 정리를 다루는 유튜버들도 접기에 관해서는 거의 빼놓지 않고 영상을 올려둔다. 나도 가끔씩 접는 방법을 리마인드 할 때 유튜버 정희숙 님의 영상을 살펴보는 편. 오랜 시간 채널을 운영하셔서 컨텐츠 수가 많고 옷정리 방법을 다룬 영상 또한 풍부하게 업로드 되어 있다.



 접는 방법이 손에 익으면 다음에는 갖고 있는 수납함에 맞춰서 약간의 변칙적인 방법을 쓰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사실 이것저것 다 귀찮다면 꾸준히 정리하려는 자세만으로도 좋은 게 아닌가,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내 손이 편하고 빠른 방법으로 접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만큼 속옷을 정리하는 일은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정리되어 있는 모습만 봐도 뿌듯한 마음이, 바로 이 속옷 정리의 매력이다.




이전 07화 내보내야 할 책을 고르기 어려울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