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늦은 가을이 되니 쌀쌀해진 날씨에 일교차도 커져버렸다. 얼마 전의 평일 아침, 차가운 기운에 놀라 옷장 안에 지난 봄 접어두었던 니트를 꺼내 입었더니 목 부분에 주름이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것으로 갈아입기에는 고르기도 시간이 애매하고 눈에 띄는 것도 없어 그대로 나갔더니 하루 종일 주름에 신경이 쓰였고 그 부분을 손으로 자꾸만 쓸어내렸다. 뭐 만진다고 펴지는 것도 아닌데.
계절이 바뀌는 것은 늘 내 행동보다도 한발 씩은 빨라서, 변화를 체감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조금만 미루다보면 바로 늦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시간은 빠르게 지나 여름 옷을 정리하지 못한 채 두터운 옷을 조금씩 꺼내 입다 보니 10월 중순이 되어버린 것. 주변 지인의 옷장 정리보다도 내 옷장 정리가 우선인 것 같아 주말의 이틀 모두 약간 씩의 시간을 들여 초겨울/겨울 옷장을 꾸렸다.
DAY 1
1. 여름 옷 꺼내기
옷장을 열어 여름 티셔츠, 반소매 셔츠, 그리고 리넨 소재의 옷과 얇은 바지들을 모두 빼내 펼쳐 놓았다. 이중 여름 내내 잘 입었던 옷과 손이 가지 않았던 옷들이 보이는데, 그중 버려야 할 옷이 있어 과감하게 버렸다. 이번에 버린 여름 옷은 세탁하면 다림질에 특히 신경을 써야 했고 잘 다려 입어도 입는 내내 구김이 엄청났던 세일러 카라의 반소매 셔츠. 이너로 입을 수도 있는 얇은 티셔츠 하나 빼고는 정리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세탁을 했던 바지는 그대로 접었고 나머지 빨아야 할 옷들을 모았다.
2. 보관했던 옷 꺼내기
이제 가을 겨울에 입는 옷들을 걸어야 할 차례였다. 니트나 터틀넥, 맨투맨, 후드티 같은 옷을 꺼내 옷걸이에 걸었고 접혀 있었기 때문에 다림질이 필요한 부분을 스팀다리미로 가볍게 다려줬다. 무거운 옷들은 자칫하면 옷걸이 모양대로 어깨가 솟을 수 있으니까, 여름 티셔츠를 걸었던 세탁소 옷걸이는 자제하는 편(니트의 경우 소매를 겹쳐서 맞대 옷걸이를 감싸듯 걸어주는데, 유튜브 영상이나 검색으로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3. 여름옷 세탁하기
그대로 넣어도 괜찮은 여름 옷들을 접어 가을 겨울 옷을 꺼냈던 수납 바구니에 넣고, 세탁하려고 모아두었던 여름 옷을 분류했다. 세탁기에 그대로 넣어도 괜찮은 옷과, 손빨래가 필요한 옷들. 세탁기를 바로 돌리고, 손빨래가 필요한 옷들도 직접 빨았다.
DAY 2
4. 여름 옷 보관하기
빨아둔 여름 옷을 접어 수납 바구니에 접어 넣었다. 덧붙이자면 쌓아둘 만큼 옷이 많지 않은 나는 뚜껑이 없는 바구니(다이소 직사각 바구니)를 쓰는데, 옷을 접어 책처럼 꽂아둔 후 그 위에 더스트백을 덮어둔다. 이 바구니들은 옷장 밑 손이 잘 가지 않는 구역에 있다.
5. 겨울 옷, 아우터점검
어제 꺼내 걸어두기만 했던 옷들을 보며 앞으로 잘 입을 수 있을 지도 생각했다. 지난봄 한동안 입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그대로 뒀던 옷들을 의심해보는 시간.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의 후보를 추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번 겨울만 지나면 버린다! 싶은 옷들도 정해두었다. 그리고 아우터를 보관했던 두 번째 옷장도 열어 점검했다. 이러한 점검을 통해 안 입을 옷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이번 겨울 사고 싶은 옷들의 쇼핑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이틀에 걸친 옷장 정리가 끝났고 나는 데님재킷 하나를 또 하나 버리려는 참이다. 다음에 살 때는 좀 더 오래 입을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리고 옷장을 정리할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이번 겨울엔 진심으로, 입을 옷이, 없다는 것이 슬프다. 한동안 장바구니에 니트들이 들락날락하겠지만... 고르고 골라 딱 두 개만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