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정치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현대 민주사회에선 개인의 모든 영역은 국가와 시민사회와 경제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은 다시 정치로 귀결된다. 정치가 만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는 어떤 것일까?
코로나가 휩쓸고 있는 위기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무엇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탔다. 그것도 전체 도민에게 각 10만 원씩... 우리 가족은 6명이니까, 우리 집은 액면상 6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가 전체 도민 1천326만 명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1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은 감동의 정치다. 금액의 다소나 그 용처를 불문하고 전체 도민에게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3개월을 한시적으로 정해서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측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 판단된다. 1조 3천642억 원이란 돈이 생활자금으로 사용돼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생계가 막막해진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을 웃게 할 것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정치다. 경기도의 신속한 의사결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부가적으로 좀 더 섬세한 결정을 한다면... 특정 개인들이 재난기본소득의 수령을 원치 않는 경우, 그 재원으로 다시 소규모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하였으면 한다. 물론 더 복잡한 절차가 요구되겠지만....
만약 정치라는 것이 정치인들의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국민들의 가슴에까지 내려오지 못할 때 그것은 이론적인 정치학이거나 정치이념의 테두리를 뛰어넘지 못한다. 큰 정치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행위다. 그러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정치의 존재 이유인 국민이 소소한 일상 속에서 "희망과 행복"이란 단어를 말할수 있게 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이 덜 걱정하고 많이 웃게 하여야 한다. 바람직한 정치는 이처럼 국민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TV 속의 뉴스나 신문기사 속에서 정치(인)의 진면목(?)을 보는 경우가 많다. 선거운동할 때 정치인들과의 악수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한마디로 체감 정치의 실종이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정치나 정치인이 선거과정에서만 존재하고 일상에서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당일만 국민의 종복이었다가 그 후에는 존엄한 의원 나리나 도지사님으로 급변신하는 정치인들을 불편해한다. 바람직한 정치인이란 선거과정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늘 진정한 큰 머슴으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의원 보좌관 8명이 부족해 한 명을 더 늘리려 애쓰고, 공무원들의 특활비는 없어져야 한다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의 특활비는 조용히 늘리는 국회원들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의원들과 자치단체장을 거부한다. 정당 정치의 목적을 오직 정권 획득에만 두고, 국민의 복리민복에는 관심이 없는 의원들을 거부한다. 국민의 생활에 파고드는 정치가 아니라 지역구의 사적인 이익이나 패거리 문화에 길들여진 정당과 의원들을 거부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여정의 일환으로 시장이나 도지사 자리를 이력으로만 남기려는 목적지향형 정치인들을 거부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도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선거 승리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거부한다.
시장은 시장만큼의, 도시자는 도지사만큼의, 대통령은 대통령만큼의 역할과 정치를 해야 한다. 그 책임과 권한을 제대로 의미 있게 행사할 때 비로소 정치는 현실 속의 일상이 되는 것이다.
정치에서 국민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어느 유명한 빵집에 걸린 액자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우리는 정성과 최선을 다합니다. 100 - 1 = ?>... "?"의 답은 무엇일까?
"99"가 답일까...
초등학생이라면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자부심을 가진 빵집 주인과 의식 있는 시민들이라면 그 답은 "0"이 되어야 할 것이다. "0"이라는 숫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빵에 맛과 정성을 들이고 한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주인의 마음가짐이다. 장인정신을 가진 작은 빵집 주인도 그러할진대, 정치라는 큰일을 하는 의원들이나 지자체장들이 "99"를 답이라고 외칠 것인지 여부가 궁금하다.
모든 일의 성과에 산술적으로 완벽한 100은 없을 수도 있다. 빵집 주인이 말하는 100은 빵을 먹는 소비자의 만족도를 말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정치활동도 어찌 순수한 100%의 좋은결과가 있겠는가. 국민의 가슴속에 파고든 정치의 진정성과 그로 인한 감동의 밀도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부족함과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정치 - 국민 = 100 - 1"이라는 등식이 성립할수도 있겠다.(물론 여기서 국민이 "1"은 아니다.)
아무튼 진정한 큰 정치는 정치하는 이들의 머릿속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태어나고,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에서 국민의 피부에 와 닿아야 한다. 엄청난 국가예산을 쏟아붓고도 막상 현장에는 돈이 메말라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돈이 돌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 국민의 생활이 궁핍해진 민주사회에서 정치인들은 입이 있어도 말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위기상황은 정치하는 이들에게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모름지기, 큰 정치는 국민의 감동을 먹고 산다.
좋은 빵에도 감동이 있고, 좋은 정치에도 감동이 있다.... 는 것을 명심하자.
다시 한번 경기도와 이재명 지사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국민 전체에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