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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Jan 28. 2022

샴페인 거품이 꺼지기 전에 플랜 B를 생각해야 한다

이 글은 우리 주위에 흔한 B부장들의 자기 고백과 미래가 담긴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플랜 B, 인생재건축에서의 건투를 빈다.


우리의 삶은 제법 순탄하다. 아니 그렇다는 착각을 한다.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더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거대한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고, 좌절과 절망이라는 감정을 경험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벽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내 삶이 혹은 우리의 인생이 꼬였을까?


누구나 가끔씩 이런 후회를 한다. 그 시점이 철부지 초등학교 시절일까. 아니면 탈 많았던 중학교 시절. 혹시나 첫사랑과 연애하다가 망쳐버린 고등학교. 돌아보면... 이 모든 과정의 종합선물 격인 대학생활 또한 치기 어린 시간이었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학교 다니는 내내 스스로의 삶을 어떤 식으로든지 망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밥벌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는 시절에는 철이 들지 않았고, 고민이 절박한 시절에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예부터 어른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다고.’ 그리도 진실을 말했었건만. 역시나 철없는 영혼들의 귓등에도 못 미치고 그저 잔소리로 지나갔으니. 그 아까운 기회들을 어찌할꼬.


그렇다고 청춘의 열정과 의지가 샘솟았던 회사(조직) 생활은 어떠했던가. 저마다 신입사원에서 대리 비슷한 직급으로, 다시 과장과 차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보냈던 월급쟁이의 밤은 안녕했던가. 주체의식보다는 부품화 된 심장을 가진 팀장이나 관리자의 의자는 명예로웠을까. 아마도 그 시간 속에서는 보람과 땀방울이 스며들었겠지만, 끝이 보이는 뻔한 경쟁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역사가 반복되듯이 우리의 삶 또한 묘한 기시감을 안은 채 되풀이된다. ‘찬스는 기회다’라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전설처럼 회자되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그런 '로또의 시간'은 그저 놓쳐버린 거대한 물고기와 같다. 어쩌면 돈벼락이나 행운을 기다리면서도 코인이나 복권을 사지 못하는 딜레마도 자동 탑재되어 있다. 후회는 당연히 별책 부록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절치부심의 반성이 없는 한 누구나 똑같은 시행착오를 연속으로 되풀이한다는 것을. 자동적으로 후회와 자책으로 날을 세우고 잘난 이들의 성공스토리에 질투의 시선을 보낸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우리는 출발선이 달라서, 부모가 물려준 수저의 원소기호가 달라서, 우리의 DNA 속 능력이 달라서’ 등 준비된 변명을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내뱉는다.(물론 이런 비겁한 변명은  죄 없는 부모를 욕되게 하고, 자신의 미진한 과거를 합리화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   

         

비교가 불행의 전제임을 잘 알면서도 비교불필요의 대상과 자신의 현실을 반드시 대조적으로 살펴보는 반지성(反知性)도 가졌다. 우리의 B부장도 좌우를 돌아봤다. 일찌감치 고시에 합격해 정부부처 차관직을 수행하는 지인과 굴지의 대기업 부사장급에 해당하는 임원이 있었다. 육사를 졸업하고 어깨 위의 별 개수가 네 개나 되는 장군 선배와 최상위 로펌에서 연봉을 밝히지 않는 변호사 친구도 있었다.(그리고 나름의 빛나는 삶을 살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삶 자체도 천신만고(千辛萬苦)의 어려움이 있었을 테지만, 어찌 되었건 우리 사회에서는 성공한 스토리가 된다. 그런 까닭에 가끔씩 이들의 소식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면(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그저 부러워할 정도로 영광스럽다거나 그들 스스로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들 세계만의 치열한 경쟁도 벅차거니와 성과물은 우아한 백조의 끊임없는 발길질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들 또한 마음의 병과 육신의 피로를 감추는 양약을 달고 산다. 사회적 성공의 이면에는 2~3개의 지병(持病)이 훈장으로 붙어 있었다.


때문에 평범한 직장생활이나 자영업을 해온 대부분의 B부장들이 막연하게 동경하거나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니까. 혹시 누가 아는가? 우리가 원하는 삶의 경지 속으로 우리가 잘 흘러가고 있을지. 어쩌면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우리의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플랜 B를 확고하게 가진 이들도 주위에 있었다.

    

신규 공무원들에게 공무원 공직마인드를 심어주고 업무지식을 전달할 자격이 있던 시절. 공무원교육원 B교수의 자리에서 많은 신규 공무원들을 대한 바 있다. 2019년에 오십이 넘어 9급 신규공무원으로 들어온 여성분에게 물었다. 그분은 그해 신규 합격자 중 최고령이었다. 요새 대부분의 공무원 시험 합격자 중 최고령은 50대다. 물론 사전에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우리 000님은 어떤 연유로, 이쪽 분야에 들어오셨나요?”(이 말속에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다른 분야의 9급 공무원이 되고자 한 선택이 당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가졌나요?...라는 말이었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던 그분은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행로를 밝혔다.

“저는 이미 00 지역에서 지방직 공무원으로서 25년 넘게 근무했었습니다. 안정된 생활이었지만, 무언가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었고... 나중에 60세 이후에 어떤 직업으로 살아갈까를 고민하다가 법률전문가로서 길을 가지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이자리에 서기까지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직하기 몇해전부터 법원직 시험에 필요한 공부를 하셨다고요. 다른 고민은 없으셨나요? 현직에서의 끊임없는 갈등이 자신의 선택을 이끌었다고요. 결심한 이후에 과정은 힘들지 않았나요? 아! 당연한걸 물어봤군요. 예고없이 찾아온 노안도 그렇고 나이든 인내심도 그렇고 여러가지 문제였다고요. 넵, 당연히 이해합니다.


그러니까, 그분과의 대화 내용을 요약하면. 일반직 공무원으로 퇴직 후의 삶을 설계하다 보니 다소 막막해서 전문가로서 길을 가기 위해 사법부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이제 스무 살이 갓 넘은 대학 새내기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신규 공무원들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직 피부에 와닫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설계도(?)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첫사랑에서 실패했듯이 첫 번째(혹은 두 번째) 인생건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터이다. 직업 또한 개인의 능력이나 선호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선택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대학 수능이나 예전의 학력고사 성적에 맞춰 대학과 전공학과를 정하고, 직장 또한 그때그때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수레바퀴의 역학 법칙에 의해 잘도 굴러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자발적 선택에 의해 갑자기 멈춰질 예정이지만.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자신만의 플랜 B에 대해 확고한 의지와 실행 프로젝트를 말하는 이들을 보면 부럽다.



그 대화 이후로 친한 지인들과 주변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관한 얘기도 들어보았다. 그들의 얘기가 곧 여러 B부장들의 생각이었고, 그들의 인생설계도가 곧 또다른 B부장들이 세워야 할 계획이었다. 한편으로 사람들의 얼굴 생김과 생각이 다양한 것처럼 그들의 미래에 대한 생각과 준비도 달랐다. 공적 연금과 은행 잔고가 주는 소소한 재미를 누리겠다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의 두 번째 혹은 그 이상의 직업 설계를 위해 준비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자신만의 샴페인을 터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어떤 책의 제목처럼 "7막 7장"으로 꾸미지도 올리지도 못한다. 그것은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된 연극이나 연출에 한정된 얘기다. 현실에서의 삶은 흔히 말하는 대본 없는 드라마다. 그것도 웰 메이드 드라마가 아닌 냉혹 현실 다큐다. 경제적 성장이 계속된 상황에서는 각본 없는 인생 1모작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2모작은 기본이고 3모작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그것도 치밀한 대본이 필요한... 그래서 플랜 B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살다 보면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누구의 선택이 옳은지, 어떤 삶이 타당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과 의지의 문제 아니던가. 현재와 미래를 어떤 밸런스로 설계하고, 어떻게 에너지를 배분할 것인지. 자신의 역량을 어떤 식으로 성장시키고 키워나갈 것인지.    

 

모든 선택은 기회를 전제로 한다. 우리가 기억하여야 할 것은 샴페인 거품이 꺼져버린 후에는 그 맛마저 사라진다는 거다. 플랜 A의 성과로 터트려진 거품이 사라지기 전에 다음 잔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빠진 맥주나 거품이 사라진 샴페인처럼 파티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없지 않은가. 결국은 플랜 A의 연속선상에 플랜 B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현재는 불안하고 미래는 더 불온하다.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는 자녀들 교육비나 생활비에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 바로 눈앞에 펼쳐질 예정이다. 부동산 부자나 현금 잔고가 넉넉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상황 또한 부족하거나 없는 이들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을게 뻔하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낭만적 자기계발의 환상이나 충동적인 모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철저히 실용적인 설계도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겉치레나 과장된 설계를 꿈꾸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시간의 한계 속에서 노력하되, 적당한 행운이 찾아오길 기다릴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플랜 B를 통해 행운을 바라는 기회와 복권을 살 것이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싯대를 여러 대 펼칠 것이다. 비록 대부분 꽝이거나 입질이 없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해볼 예정이다. 타인의 로또 당첨을 그저 부러워하거나 놓친 물고기는 늘 크다는 비아냥거림을 다시는 듣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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