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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Feb 11. 2022

B부장들은 부모리스크와 자식리스크를 함께 안고 살아간다

부모리스크와 자식리스크라는 두가지 숙명

어떤 리스크도 혼자서는 오지 않는다.    

 

예전에 유행했던 책 한권이 있다. 독일의 의사이자 코미디언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이 쓴 <행복은 혼자서 오지 않는다>. 이 책은 행복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말한다. 10여 년 전에 읽었지만,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다. 행복은 우연과 함께,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오해나 행동과 함께 온다는 사실을. 저자의 임상적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를 통해 소극적 행복론에서 적극적 행복론으로 변화해야할 필요성을 공감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감정뿐만 아니라 인생의 기회나 위기 또한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위기는 꼭 그렇다.  


“자네는 한 달에 부모님께 얼마씩 드리고 있나?”

“아이들 교육비는 매달 얼마정도 쓰시고 있나?”


친구들이나 지인들 사이에 흔히들 오가는 대화다. 이 문장 속에는 쌍둥이 적자 혹은 리스크가 가진 고통이 숨어 있다. 부모 리스크와 자녀 리스크. 이 두 개의 리스크는 B부장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은퇴 후에도 부모 부양과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 생활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였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두 개의 리스크를 안고 살아가는 B부장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노후설계가 잘되어 있는 부모를 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쌍둥이 리스크의 공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는 3대에 걸친 결혼 적령기와도 관련이 깊다. 부모세대는 20대에 주로 결혼을 했고, B부장 세대는 30대 주로 결혼을 했고, 자녀들은 계속 적령기가 높아져가고 있다. 결국 B부장 세대가 끼인 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고도성장기 세대를 살아온 이들과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이들의 세대 간 명암도 각자의 생애주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B부장의 고향 친구들과 대화거리 중 하나는 부모님 문제다. 주로 부모님 용돈이나 생활비, 건강상태를 얘기한다. 부모님에게 매달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드리는가를 얘기해봤더니. 친구들 가정형편에 따라 달랐지만 주로 매달 10~30만 원 선이었다. 명절이나 생신 정도에만 드리는 집도 여러 집이었다. 참고로 우리 B부장은 달달이 50만원을 보내드린다. 그것도 몇 년 전부터 70만원에서 줄인 액수다. 그 금액들이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을 수도 있다.  


다들 뻔한 월급에서 가족들에게 들어가는 기본적인 생활비와 교육비, 은행이자 등을 제외하고 나면 얼마나 남을 것인가. 특히 부부가 양쪽 집안 모두 생활비를 지원하다 보면 이 역시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 된다. 때로는 형평성이나 액수 때문에 부부싸움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은퇴한 자녀가 이삼십 년 전에 은퇴한 부모를 부양하는 부모리스크는 지극히 한국적인 특색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 부모세대는 시쳇말로 '영끌'을 통해 자식들에 대한 교육기회 제공과 내집 마련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B부장은 가끔씩 부모세대를 원망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그래도 그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거 아닌가. 비록 그분들이 자신의 노후가 이렇게 빈곤해질 줄 알았으면 그 당시에도 우리 같은 고민을 했겠지. 그때 부모들은 자신들이 당신의 부모세대를 부양하고, 자신들의 자녀들이 당연히 당신들을 부양하는 게 사회적 관념이었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 관념에 충실하게 사셨겠지. 그렇다고 현재의 관점에서 그분들을 경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네.“    

      



엄마 캥거루가 되어버린 B부장 세대의 노후가 불안하다.  

   

인류역사상 세대를 불문하고 부모에게 자식들은 늘 문제였다. 물론 사랑과 애정의 결정체이긴 하지만, 부모들에게 크고 작은 고민을 안겨주지 않은 자식들은 없다. 그렇다고 자식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없을 리 없다.   


현재의 이십대에게 부모들 세대에 관해 물으면 태반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 태어나 보다 적은(?) 노력에도 취업도 잘되고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던 세대“

     

좀 더 속되게 얘기하면. ‘꿀 빨았던 세대라고.’ 물론 이들의 주장이 일정 부분 옳을 것이다. 우리도 나름 열심히 살았노라고 극렬히 반대하는 일부 B부장들도 있겠지만, 이런 의견이 현재 주류를 이루지 않을까. 이들의 얘기를 뒤집어보면. 자녀 세대가 느끼는 시대적 고통이 보인다.

”부모세대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도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게 어렵고, 더 풍족하게 살 가능성이 낮다. 더욱이 오랫동안 조직 생활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집집마다 자녀들의 취업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취업하지 못한 자녀들은 계속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결국 자녀들의 취업문제와 독립문제가 부모들의 노후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부모들에게 자녀가 하나의 위험이 된다. B부장 세대는 고도 성장기를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의 부모에게 자녀들이 위험요소가 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B부장의 자녀들은 저성장 경제와 취업절벽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들의 부모들에게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그나마 부모가 현직에 있을때는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부모들의 정년 후에도 자녀 리스크가 유지된다면 부모들의 생활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자녀리스크는 부모가 자식에게 평생 예금통장이고 보험이 되는 위험성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자식을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일본은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이라는 용어가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이슈화되어있다. 이는 일본에서 나이가 들어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미혼자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또한 영국의 경우도 키퍼스(kippers)라는 단어를 통해서 부모의 퇴직연금을 갉아먹고 사는 자식들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떠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온다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들의 부모의 경제력에 대한 의존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만큼 경제적 환경의 차이가 젊은 세대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주거의 불안정, 저성장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취업한파에 따른 취준생의 증가는 어느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적극적 행복론이 필요하듯, 적극적 위기대처가 중요하다.  


두 개의 리스크 사이에서 고민하다 보면 B부장 세대도 ‘시간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늘 현재를 불평하고 과거를 후회하다 보면 자신들의 미래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이 상황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님에도 자신의 세대에 해법이 놓여 있으므로 더욱 그렇다.    

  

부모 리스크에 대한 대처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노후준비가 안된 부모들에게 해결방법은 없기 때문에 B부장 세대들에게 경제적 부양의 책임은 계속될 것이다. 그나마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으로 변환할 수 있는 부모 명의의 부동산이 있다면 다행일수도 있겠다. 이마저도 희망고문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가 아닐까.   

   

자녀 리스크에 대한 대처는 소위 ”자식농사“가 관건이다. 자식들에게 적절한 교육투자를 통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정답이다.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멘탈을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최소한 부모들에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형적인 연금 위주의 노후설계는 두 개의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구조다. 이자율 상승분을 제외하고는 연금의 수급액이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상적인 3단계 연금설계를 해놓은 B부장 세대가 얼마나 존재할까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비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 대책은 자신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부동산이나 주식투자 등 자산 문제로 해결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각종 뉴스에서 부동산이나 비트코인 투자 등으로 일찌감치 파이어족이 된 이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접근이 쉽지 않고, 주식, 코인 등은 경제적 상황에 따른 등락이 심하다는 게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서의 성공확률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거다. 가끔씩 인터넷 포털 기사에 나오는 이들을 제외하고 주위에 성공적인 투자를 기록한 이를 본 적이 없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선택은 평생 현역으로 지낼 수 있는 무언가의 선택이다. 정년 이후를 현역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한 개인이 상상할 수 있을 만큼의 영역이다. 없다고 생각하면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많다고 생각하면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지금부터는 선택의 문제이고, 기회의 문제다. 결국 개인의 능력과 준비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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