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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Mar 18. 2022

은퇴를 말하는 곳에서는 늘 전투가 벌어진다

 당신은 퇴직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기를 원합니까?     


노후에 일할 필요 있을까요? 쉬고 놀며 즐기며 살아야죠!”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일하면서 얻는 것도 많으니 일할 수 있으면 해야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 이후에 가장 첨예한 전투는 <은퇴 이후를 어떻게 지낼 것인가>이다. 이 논쟁에는 과격한 콜럼버스가 끼어들고 공맹(孔孟)이 되살아나 토론자가 되더라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을 예정이다.      


은퇴 이후의 삶이나 노후설계에 관한 각종 유튜브 채널, 인터넷 포털 기사가 뜨면 이들의 설전(舌戰)은 여지없이 되살아난다. 양측의 논리를 들여다보면 모두 옳은 얘기다. 여유로운 측과 없는 측의 대결이 아니라 오히려 노후에 대한 ‘철학적 다름’이 들어있다.     


이들의 논쟁의 시작은 <은퇴(隱退)>의 개념에서 비롯된다. 은퇴를 퇴직(退職)과 동일하게 보는 입장과 다시는 일을 하지 않는 입장으로 나뉜다.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다. 사전상 의미로는 은퇴는 논쟁 중 두 번째인 ‘다시 일을 하지 않는다.’로 보인다. 즉 재취업이나 돈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첫 번째인 퇴직은 정년퇴직,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 그 직에서 물러남을 의미한다.    

  

양자 간의 대립에는 각 진영 간의 자산설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논리적 연관성은 없을지라도, 각종 자산을 포함하여 노후설계가 잘 되어 있는 이들은 첫 번째를, 그렇지 못한 이들은 두 번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개인의 일에 대한 태도나 생활습성과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일도양단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결국 자신만의 인생 가치관이나 철학이 담긴 선택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하여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일할만큼 했으니, 이제는 쉬고 놀며 즐기자!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뒤로 취업을 하게 되면 대략 25~30년 전후를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이 입장은 청춘을 바쳐가며 긴 세월을 일했으니 이제는 그동안 하지 못한 것과 미뤄왔던 것을 하며 쉬자는 주장이다. 몇 살에 은퇴하든 그 뒤에 남은 삶이 그전보다는 짧기 때문에 즐기며 살자는 견해다.

    

일하면서 받는 업무상 스트레스나 압박감은 건강의 적이니 가능하면 멀리하자는 얘기다. 은퇴를 하게 되면 일단은 “일” 자체로부터 오는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출퇴근이라는 지겨운 루틴과 일과 직업적 관계로부터 오는 불편함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적 일상과 힘겨운 밥벌이의 시간을 지내온 우리 대부분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견해를 취하는 이들은 각종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 여행 등을 통해서 노후생활을 즐기자고 한다. 물론 별도의 수입 없이 기존의 노후 설계만으로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는 하다. 경제적 자유나 여유로움 없이 심리적 풍요나 즐거움을 얻기는 쉽지 않으니까.   

  

댓글 전쟁에서 이쪽에 서는 이들의 경제력을 살펴보면... (실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건물주나 노후 자산이 많은 대기업 임원 출신, 연금이 넉넉한 부부 선생님이나 공무원 퇴직자들이 주로 이 노선을 택할 것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경제적 여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차피 선택은 각자의 인생 밸런스의 문제이기 때문에...



좀 더 일하면서 활기찬 노후를 준비하자!   

  

이들의 주장은 퇴직 이후의 재취업이나 창직(創職)을 통해서 일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일 자체에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측면을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나이 들어 일한다고 해서 크게 잃을 것은 없다. 현직에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기술이나 라이선스를 취득해 활력 있는 노후를 지내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댓글 전투에서 일하는 노후를 주장하는 이들은 “일”과 “건강”에 대한 긍정적 관계를 중시한다. 일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를 발생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긍정적 긴장이 일상에 활력을 주고 신체나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이 또한 무기력한 일상과 직업(일)으로 인한 설렘을 경험해본 이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 없이 계속 노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계속적으로 백세 인생을 보낸다는 것은 힘들 수도 있다는 견해다. 의외로 이편에 서는 이들이 왕성한 사회활동을 했던 이들이 많은 것도 반드시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들이 일을 한다는 편견을 깬다.      


이들도 정년 이후의 일자리가 그 이전의 일과 동일한 차원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게 벌고 적게 활동하더라도 밥벌이에서 오는 자존감과 활기찬 생활을 원하는 것이다. 노후의 일자리는 지겨운 밥벌이의 전쟁터가 아닌 보충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년퇴직이나 명퇴 이후에 특별한 일거리 없이 삼식(三食)이가 된 이들이 건강문제로 곤혹을 치르거나 쉽게 나이 들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분명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활력을 위해 분비되던 호르몬이나 건강한 스트레스가 그 활동을 멈췄기 때문이 아닐까. 대외적 활동이 많다 보면 업무관계나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을 꾸미는 시간이 많아진다. 출근과 퇴근이라는 루틴이 일상의 지겨움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도 할 것이다.  

   

노후준비나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주로 이편에 서있다.           



우리 B부장들의 선택은 어떨 것인가?    

 

양 진영이 원하는 결론은 같을 것이다.

행복한 노후, 여유로운 은퇴생활이 아닐까.


일을 하며 즐기던 놀며 즐거워하던 똑같다는 얘기다.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뿐 그 과정에서 행복을 얻는 것은 같다. 일에 대한 부정적 견해나 놀며 즐기는 삶에 대한 폄훼는 없지 않을까.  비록 익명성을 가진 이들의 댓글 전쟁이긴 하지만, 서로 싸울 일은 아닌 것이다. 둘 중의 하나는 인생가치관이나 선택이 다른 문제이지, 대화를 통해서 서로가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양쪽의 주장을 잘 들여다보면 일맥상통한 논리가 있다. 여기에는 고진감래나 워라밸, 욜로 등으로 표현되는 선택과 집중의 전제가 숨어있다. 더 들어가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행복의 분배도 깔려있다.


누군가는 일하면서도 현재를 여유롭게 즐기는 이들도 있고, 누군가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포기하면서 몰두하는 이들도 있다. 어떻게 하든지 현재와 미래 시간의 안배와 일과 즐거움의 방정식에서 자신이 원하는 좌표를 선택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워라밸을 추구하면서도 적정한 사회적 성취를 이루고 가정과 개인의 인생 라이프에서도 큰 만족감을 거둘 수도 있다. 반면 현재의 시간을 최대한 자신의 사회적 성공과 자산 축적에 활용해서 미래의 여유와 복지에 포커스를 둘 수도 있다.


이런 전투에 확실한 정답이 있을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양쪽 다 경험해보면 좋기는 하겠지만...

      

이런 논쟁을 보면서도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Live and Let Live”(서로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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