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shion MD Jerry Feb 08. 2022

4. MD와 '시간_과거'

'과거'가 MD에게 하는 이야기 (Big Data)

 앞의 글에서 MD의 월요 일상을 소개하였다. (MD의 '시간' ① 시간을 여행하는 MD) 그때 21FW를 과거라고 명시하고, 디자인/기획/생산이 끝나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 중인 시즌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Big Data’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Big Data’라는 정의를 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쏟아 넣은 모든 Input에 대해 엄청난 양의 숫자라는 Output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Data는 원래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Big Data라는 단어를 더 사용한다. 디지털 시대에 보다 확대된 엄청난 양의 Data를 제대로 축적하고 관리하는 분야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내가 다닌 S사에서는 ‘Data Center’라는 부서를 신설해서 고객의 구매패턴, 상품에 대한 동향 등 다양한 Data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매주 단위로 Data들을 각 브랜드에 제공하는데, 받는 MD 입장에서는 주는 건 고맙지만, 한 번씩 너무 많아서 헉헉 할 때도 많다. 물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록적으로, Data는 모으는 것에 끝나지 말고 잘 쓰이는 것이 중요하다.


□ 과거의 메세지, Big Data


2017년에 나온 「멋진 신세계」라는 책에 Big Data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있어 소개한다.


 Tip. Big Data의 3V

   · Big Data의 ‘흐름, vogue’를 주시하며, 나만의 ‘관점, view’가지고, 

     필요한 ‘가치, value’를 창출하는 것


  MD라는 직업은 숫자를 통해 삶을 이어가는 노동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리이다. (생각하면 분명 어이없지만, 나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이 싫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과를 지원한 인문계열 학생이었다.) 밖에서 바라보면, 멋스러운 옷과 멋스러운 소재들로 대표되는 일들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의 대다수 시간 엑셀이라는 넓은 숫자라는 바다에서 보물을 찾는 캐리비안의 해적과도 같 사하고 있는 것 같다. 엑셀에 대해서는 할 말 안 할 말이 많지만, MD의 넉두리라는 챕터를 만들어서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다시 Big Data로 돌아오면, 많은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가 주는 Big Data는 미래의 의사결정에 큰 공헌을 할 수 있기에 중요한 것이다.


  Data 분석을 주간 판매 동향, 특히 컬러로 예시를 들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스포츠 MD 시절, 기능성 반팔 라운드 티셔츠를 기획했다. 운동할 때 휘뚜루 마뚜루 입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티셔츠이다. 특색이라고 해봐야 브랜드 로고 정도의 디테일만 발견할 수 있는 옷이었다. 이렇게 가장 베이직한 스타일은 매년 Carry-over(디자인 변화 없이 지속 생산해서 판매하는 상품)로 가져가는 것이 브랜드의 안정성은 물론 내 정신건강의 안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해당 시즌에는 초장기였기에 컬러를 크게 확장하지 못하고, 블랙/화이트/옐로우로 기획하고 출시하였다. MD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블랙 500장, 화이트 300장, 옐로우 200장 비중으로 출시하였다. 그렇게 출시한 상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아래와 같았다.


 ‘출시 4주 차 기준으로, 블랙 200장, 화이트 100장, 옐로우 150장 판매하였다.’

 

 위의 Data를 보고, 필자는 '휴, 다행히 부족하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출시한 지 4주도 안돼서 출시량의 모든 상품이 팔린다는 것은 분명 MD의 잘못된 포케스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최악의 순간을 넘어갔지만, 주어진 숫자들은 여러 가지 메세지를 필자에게 던지고 있다. 진정한 데이터 분석의 시작인 것이다.


□ Micro? or Macro? 


 MD의 리뷰는 2가지로 갈린다. Micro Review 또는 Macro Review로 나눠질 것이다. Micro Review는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오로지 이 스타일의 컬러 기준으로 판매를 분석하는 것이다. 절대 판매는 블랙(200장)이 많으나, 판매율로 봤을 경우 75%인 옐로우가 낫다. 즉, 효율성이 좋은, 공급 대비 판매가 훌륭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화이트의 경쟁력이 조금 떨어져 보인다. 이런 경우, MD들은 보통 고객의 손을 덜 탄다라고들 한다. 그만큼 구매 의욕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출시 4주 차의 리뷰를 했는데, 판매 적정 기간이 8주라고 가정했을 경우, 블랙/화이트의 경우 과잉생산, 옐로우의 경우 부족 생산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같은 스타일의 컬러로만 해석한다면 위의 리뷰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옷을 고는 상황을 상상해본다면 아마 선택해야 하는 포인트가 엄청 날 것이다. 당장, 매장에 입장할 때 또는 온라인 몰에 접속할 때 필자의 기분! (이는 참 중요하다. 패션의 구매는 분명 감성적인 무언가가 게 좌지우지한다.) 기분이 좋다고 가정하고, 컬러 / 스타일 / 소재 / 핏 등 다양한 선택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목적인 분명한 경우는 사실 고민의 이슈가 거의 없다. 목적에 맞게 사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출퇴근용으로 깔끔하고 짙은 옷!! 이러면, 사실 이미 필자가 갈 곳은 정해져 있다. 매장의 안쪽에 위치한 베이직 상품들이 가득한 행거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쁜 걸 사러 갔다면 분명 이야기는 다르다. 티셔츠의 경우로 다시 돌아간다면, 라운드 티셔츠/ V넥 티셔츠 / PK형 티셔츠형 등 옷의 스타일이 다양하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걸러진다.


 "요즘 V넥은 안 입잖아. 패스! 라운드형은 집에 이미 너무 많아. 패스! 가슴에 포켓이 별로네. 패스!"


 위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스타일은 대략 골라진다. 맘에 드는 스타일이 골라졌으니, 당연히 만져본다. 터치감을 고려하게 된다. 소프트한 터치감의 코튼이냐, 고급스러운 터치감의 울이냐  등 다양한 소재로 인해 선택이 달라질 것이고, 이렇게 선택에 선택을 이어가다 보면, 컬러/핏 등 다양한 옵션들이 한 곳에 모여서 옷을 선택하고 어느덧 쇼핑백에 담기게 된다. 여기서 잠깐! 카드를 내는 순간, 가격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가격 역시 중요한 구매의 포인트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Micro Review가 필수이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라운드티셔츠의 경우, 티셔츠 스타일 → 컬러 → 핏 → 소재로 가정하여 판매 리뷰를 해본다. 여기서 위의 가정이 맞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필요한데, 이때 경쟁사 호조 상품을 많이 참고한다. 우리의 경쟁사인 A사에서는 면 100% 옐로우 라운드 티셔츠가 역시나 잘 팔린다는 정보가 있다면, 아까 Micro Review에서의 옐로우 판매 호조와 같은 방향이라서 신뢰성이 깊어진다.

 과거 남성복 티셔츠/스웨터 (이 두 개를 묶어서 편물이라고 한다. 기획 MD의 경우 편물 MD부터 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하도록 하겠다.) MD를 할 당시에, 매주 월요일에 리뷰 미팅을 참석했다. 우선 리뷰 보고를 할 때는 카테고리 화해서 두괄식으로 보고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성격이 급한 한국인들(특히 리더들) 입정에서는 이해가 잘 된다. 또한 호조/부진으로 나누고, 각각 사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했었다.


 ‘지난주는 울 100% 소재의 PK티셔츠가 판매 호조였습니다. 현재 FW 시즌 시장에서 고급감이 있고 따스한 터치감이 있는 울 소재에 대한 선호도가 좋아 경쟁사 A, B에도 반응이 좋습니다. 주요 고객층이 30~40대 남성의 비즈니스 캐주얼로 재킷과 코디네이션 역시 용이해서 판매가 좋습니다. 그중 블랙/네이비 재킷에 잘 어울리는 그레이/브라운 컬러가 특히나 판매가 좋습니다. 2주 정도 지켜보다가 판매가 더 높아진다면 추가 공급을 고려해보겠습니다.’


 위와 같이 보고를 하면 아무래도 전체적인 동향과 특성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듣는 이도 편하고 말하는 이도 편하다. (물론 호조 상품이라서 말하기 편한 것은 동의한다.) 지금 하는 과거의 리뷰가 매주 모이며 이 또한 큰 Data가 될 것이다. 이는 다가오는 미래 Kick-off(차기 시즌 방향 보고)에 중요한 근간이 된다.

 

□ 공부하는 MD


 KBS의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옛날 수메르 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공부하는 인간을 '호모 아카데미쿠스'라고 표현하였다. 앞과 같이 과거의 Big Data를 끊임없이 공부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내는 MD는 분명 '호모 아카데미쿠스'의 증거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주 쌓인 Big Data에 가치(Value)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호모 아카데미쿠스' MD의 ‘Insight’일 것이다.

이전 04화 3. MD와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