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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shion MD Jerry Feb 13. 2022

6. MD와 '시간_미래'

'미래'가 MD에게 하는 이야기 (Branding)

  앞의 글에 적은 MD의 월요 일상으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돌아가 본다. (MD의 '시간' ⓛ 시간을 여행하는 MD) 22FW라 표현한 시즌을 ‘미래’라 하고, 디자인/기획를 시작하는 시즌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한 단어로 ‘Brand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먼저 'Brand'라는 말 자체의 의미는 '가축이나 상품에 낙인을 찍어 구분하는 표식'에서 시작한다. 아무래도 과거 시대에 가축이나 상품이 중요한 재산이었기에 쇠를 달궈 인장을 찍어서 재산 표시를 하였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문맹률이 높아서 상점 주인들이 상점 이름 대신 팔고 있던 물건에 그림과 표시를 하고 내놓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Burned', 노르웨이에서는 'Brandr'라고 하였다. 결국은 '나의 것'과 '남의 것'을 구분 하는 표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Branding'은 무엇일까? 쉽게 이야기를 하면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행동이 아닌 가진 것을 다듬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말로 하면,,, '다움'이라는 표현이 좋을 꺼 같다. 예를 들어보면 '배민다움'이라는 책의 부제가 '배달의 민족, 브랜딩 이야기'인데 같은 이야기라고 보면 좋을 꺼 같다. 결국 미래라고 표현한 시기에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Heritage에 맞게 상품 컨셉을 잡는 시기이며, 브랜드의 존속을 위한 중요한 첫 단추를 끼는 시기라고 볼 수 있기에 ‘Branding’’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 브랜딩의 핵심 : Heritage


  브랜드의 Heritage는 중요하다. 예를 들면, 유명한 ‘Patagonia’라는 브랜드는 사명 선언문 자체가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이다. 문장 한장에 녹아있는 그들의 철학은 참으로 명확하다. 사명이 저 정도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도 싶다.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경영철학 서적을 보면, 그들은 품질에 집중하기에 패션이라는 경쟁에서는 거북이와 같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요즘 보면 거북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패션 세련미가 있다.) 스스로 트렌드에 도전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Heritage에 집중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 책임자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라는 주장처럼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제품간의 확장보다는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소재 역시 지속가능한 친환경소재를 사용해서 그들이 가는 방향을 고객이 느낄 수 있게 한다. 글을 적고 있는 이순간에도 명확한 방향에 대한 감탄이 나온다.


  ‘유니클로’도 명확한 브랜드다. '유니클로'라 하면 심플한 디자인, 좋은 퀄리티, 착한 가격이라는 이미지가 선명하다. 디자인, 퀄리티, 가격 세 가지를 모두 잡기가 힘들다는 건 우리 업계의 불문율과도 같은 것인데, 그걸 다 하다니… 참 놀라운 브랜드임이 분명하다. 유니클로의 ‘히트텍’이나 '플리스’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한 적이 있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는 슈퍼 히트 아이템이다. '플리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면, '플리스'는 표면이 일어나도록 만든 가볍고 따뜻한 직물을 말한다. 1980년대 미국 원단회사인 말덴 밀즈(Malden Mills, 이후 미국 군용 의류를 납품하면서 'Polartec'라는 또 다른 레전드 소재를 개발한다.)라는 회사가 퍼라이크(Furlike)소재 개발에 주력하면서 만든 소재로, 이후 위 문단의 'Patagonia'와 협업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 유명해졌다. 그렇기에 초기에 등산용, 방한용, 겨울용 스포츠 의류 등의 소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겨울 아우터의 안감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아무래도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생산량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소재가격은 분명히 고가였다. 1990년대 플리스를 사용한 상품은 일본에서만 해도 1만엔(10만원이상)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를 유니클로가 1,900엔에 내놓은 것이다! 무려, 가격을 20% 수준으로 다운한 것이다. 그것도 지금 우리가 보는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매력적으로 말이다. 만약 내가 그 경쟁사였다면, 출근하기 싫었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의 기획부터 소싱까지 모든 공정과정을 컨트롤 하면서 이루어졌다. 일본의 유명한 도레이원사와의 협업부터 중국원사공장, 그리고 일본의 생산공장까지 제조부터 유통을 총 망라한 소싱관리로 그들의 원하는 좋은 퀄리티, 착한 가격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마, 당시에 MD와 소싱 담당자는 짐작컨대 어마어마한 강제 성장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플리스'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Patagonia’나 ‘유니클로’와 같은 브랜드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아는 명품 브랜드만 봐도 유니크한 컨셉을 유지하고자 다양한 도전과 모험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루이 비통과 모에 헤네시가 합병해서 탄생한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1997년 루이 비통의 다각화를 시도하는데, 이 때 첫번째 작업이 그 유명한 마크 제이콥스(Mark Jacobs)의 영입이다. 잘 알겠지만, 마크 제이콥스는 24세 때 미국의 패션디자인 협회가 수영하는 페리 엘리스 디자이너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유망한 신예 디자이너였다. 34세에 루이 비통으로 들어와 1998년 첫 의류와 슈즈 컬렉션을 내놓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는 1997~2013년까지 루이 비통에 있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파괴시켜야 한다”는 해체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급진적인 디자이너였다. 많은 예술인과의 협업 프로젝트 등 그의 디자인은 루이 비통을 새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이렇게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도 그들만의 선명한 'Brading'방법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과 다른 시도를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이기에 매 시즌 아이디어를 해내야 하는 창의적 고통은 어찌보면 존경받아 마땅한 것 같다.


□ 브랜드를 움직이는 Trend


  MD는 브랜드의 Heritage를 지키는 동시에, Branding을 위한 트렌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사회적 변화에 맞게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 한국에 주 52시간 제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느덧 정시퇴근 문화가 자리잡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신조어마저 탄생하였다. 이런 트렌드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이제는 생활를 자리잡았다. 많은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활용하기 위해 배움 또는 운동을 많이 선택하게 되고, 스포츠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기회였다. 나이많은 사람들의 운동으로 여겨지던 러닝은 어느덧 에너지 넘치는 젊은 러너들로 가득한 크루들로 가득하게 되었고, 싸이클/필라테스 등 다양한 분야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소비력을 갖춘 직장인들의 아이템 구매가 이어졌다. 아시다시피, 한국인들의 아이템 사랑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해외에서 전문산악인들이 사용하는 레어 아이템을 우리는 북한산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열풍을 놓치지 않고 성장한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Andar, 안다르’였다. 'Andar, 안다르'에서 시작된 ‘레깅스’ 열풍은 요가, 필라테스를 넘어 러닝, 등산 등 다양한 장르의 활동은 물론 일상복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 뉴스 또는 신문으로 레깅스 착용에 대한 논평이 자주 게재될 정도였다.

  이 후 또다른 사회적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2019년 코로나 팬더믹이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회사에는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형태가 탄생하였고, 사회적으로는 거리두기로 영업시간 및 인원의 제한이 생겼다. 이 시기에 맞춰서 많은 이들이 집에서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홈트’라는 신조어가 탄생하였다. ‘Utube, 유투브’를 보면서 집에서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 것은 물론, 헬스장에서 하는 수많은 운동을 이제는 집에서 기구를 세팅하고 운동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도심이 아닌 자연을 찾아가는 ‘자연주의’ 붐도 일었다. 그래서 등산, 캠핑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과거 등산을 생각하면 아웃도어를 입고 등산하시는 노년층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레깅스를 입고 산을 오르는 젊은 여성분들은 어디에서나 발견하기 쉽다. 이런 바람을 타고 후발주자였던 ‘XEXYMIX, 젝시믹스’는 코로나 팬더믹이 기회였다. 홈트는 물론, 자연주의로 인해 등산, 캠핑 등 다양한 활동로 확대되는 트렌드에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 그들은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캠핑 열풍으로 많은 수요가 일어나고, 캠핑 용품은 물론 이제는 차에서 자는 ‘차박’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정말 트렌드는 쉼없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물론 트렌드가 온다고, 그에 따라가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해서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오버핏이 큰 반향을 일으킨 때가 있었다. 신규 브랜드 MD였던 필자는 당시 디자인실과 합심해서 오버핏 다운을 대거 출시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우리의 오버핏이 눈에 띄기는 커녕 브랜드의 인지도가 갖추지 않는 상황에서 상품만 덜렁 내놓는다고 판매가 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STREET 브랜드에서 착한 가격의 상품을 내놓는 공세 속에 어설프게 중간의 샌드위치가 되서 이도저도 아닌 상품이 되어 버렸다. 즉, ‘망한’ 시즌이었다.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 남게 되는 것이다.' 찰스 다윈이 말한 명언처럼 당시의 필자는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래서 MD들이 보수적인 선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공감도 한참 느꼈던 시기였다.

  MD타입별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바잉MD와 기획MD의 미래에 대한 준비는 분명 다르다. 바잉MD는 브랜드 본사(HQ, Headqauter)에서 준비한 상품을 해외출장 중 세일즈미팅에서 확인한다. (물론, 사전에 메일로 정보를 미리 받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 뒤 의사결정을 통해 상품 중 어떤 것을 바잉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바잉할 것인지 확정한다. 주변 바잉MD들의 경우를 보면, 해외 세일즈컨퍼런스를 가서 상품을 보고 당일에 본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그날 밤 기본 바잉List를 작성하느라 밤 늦게까지 고생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필자의 와이프 역시 신발 바잉 MD였는데, 출장을 다녀오면 그렇게 살이 빠져서 돌아온다. 자신은 해외출장 스타일이 아니라고 평소에 누누이 이야기했었고, 우리는 신혼여행을 비행기로 6시간이상 가지 않기로 하였다. 그래서 인천공항 기준으로 6시간 범위로 세계지도를 콤파스로 돌린 기억이 있다. 아무튼,,, 한 시즌의 농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프로세스이기에 공감이 간다.

 반면, 기획MD는 디자이너와 함께 어떻게 Branding한 상품을 만들어 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해외출장 / 국내시장조사 등을 같이 다니며, 서로간의 의견을 모은다. 종종, 백화점에서 몇몇 사람들이 매장에서 상품 하나를 보며 깊은 대화를 하고 있다면, 분명 MD와 디자이너임이 분명할 것이다. 경쟁사의 인기상품을 살펴 보고, 우리 브랜드의 상품도 살펴보고, 현장 점대표자님들의 의견을 들으며 의견을 모아간다. 이렇게 방향을 잡으면, 디자이너의 창의성에 의해 상품이 CAD로 그림으로 만들어지고, 샘플로 탄생하게 된다. 한 개의 샘플을 위해 몇 배수의 CAD 그림이 탄생한다. 이 때 CAD 품평이 이뤄지고, 일부만이 셀렉된다. 셀렉한 그림만이 샘플로 태어날 수 있는 운명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샘플이 되더라도 다시 샘플 품평을 통해 선택된 샘플만이 비로소 상품으로 양산하게 된다. 샘플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디자이너를 보고 있자면, 그들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분명 MD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절대 할 자신이 없기도 하다.) 다만, 창의성에 대한 해석이 워낙 다르고, 고객의 평가는 구매로 나타나기 때문에 브랜드의 컨셉에 맞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MD의 경험 : Intution


 사실, 미래는 예측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장 아침에 오후의 일을 예측하지 못하듯이,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그동안의 과거 Data와 경험, 그리고 주변의 조언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많다.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가 결과에 대해 멋진 명언을 하나 남겨 주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른다.'


 말처럼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것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이 모든 숫자의 결정은 사실 MD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생각과 고민을 빠지게 된다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심리방법을 써보길 추천한다. 오늘 죽는다고 가정하고, 선택을 하는 방법이다. 아무래도 죽는다고 생각하고 가장 최선의 선택을 빠르게 하기에 의사결정의 무게를 줄여줄 것이다. 이렇듯 최선의 결과에 다가가는 것은 어쩌면 MD의 축적된 ‘Intuition’이 지대한 기여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이라는 주제로 단편 4개를 적었다. MD에게 시간이란 늘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단어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스페이스를 누르고 바로 다음 문장을 이어간다. 작년 시즌을 리뷰하고, 지금 시즌을 생산하고, 더나아가 내년시즌을 준비하고, 이렇게 하나 하나 쉼없이 톱니바퀴처럼 돌고 돌다 보면 어느덧 경험치가 쭉쭉 올라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12년이 지나고 보니, 언제 내가 이만큼 많은 시즌을 보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 정신 없는 시간 속에서도 나의 Intuition과 과감한 결정이 합을 맞아 아름다운 운율과 같은 숫자가 나올 때 MD의 희열은 극에 달한다. 그러기에 여전히 필자의 명함에는 MD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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