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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shion MD Jerry Mar 28. 2022

7. MD와 '숫자'

너는 싫든 좋든 내 운명

"재욱 프로, 원가율이 왜 이렇게 높냐?"

"팀장님,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에 임가공 단가가 약 1.3 올랐는데요. 

 티셔츠만 봐도 가공임이 $1은 넘게 올랐을 정도입니다.'

"어휴, 혹시 원부자재는 안 올랐니? 코튼(면)에 대한 가격 상승 이야기도 있던데."

"아직은 괜찮은데 감안을 해두긴 해야 해요. 원가율도 오르고 환율도 불안해서 손익이 걱정입니다."

"그러면,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가 계획 대비 몇 % 차질이 발생하려나? 한번 엑셀 돌려볼래?"


 회사를 다니면서, 문득 필자는 문장이나 언어를 숫자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그 이익은 숫자로 표현된다. 그러니 우리는 수많은 활동들에 대해서 판단하고 결정을 하려면 가장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숫자로 변환하여 결정을 도출한다. 필자는 수학이 싫어서 인문계를 갔었는데, 중·고등학교 때 배운 두꺼운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에서 수많은 공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외국어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수학을 싫어하는 필자가 숫자가 필수인 MD업무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지금 MD에서 사용하는 공식과 어릴 때의 수학은 어느정도 거리감이 있어서 다행히 적응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누군가가 신입으로 입사하는 순간 성장이라는 표현 아래 새로운 배움의 길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즉, 대다수의 새로운 방법들로 채워진 숫자를 배우면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는 것이다.


 사실 팀장님과의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이미 습관처럼 필자의 머릿속은 좌뇌와 우뇌가 역할을 나눠서 활동을 시작한다. 단어에서 여러 가지가 파생된다. 신기하게도 글자로 된 단어에 숫자에서 가능한 나누기가 성립된다. 원가율은 원부자재 가격, 가공임이라는 인건비, 물류비, 세금 등으로 구성한다. 이 또한 큰 숫자라서 또다시 나누기가 가능하다. 가공임도 프린트가 몇 개인지 봉제법이 가이롯빠 또는 오도롬프인지, 패턴이 어떻게 더 디테일이 있는지 등 또 나누기를 할 수 있다. 이는 엑셀이라는 세상에서 끝도 없이 행으로 내려가고 수량과 단가에 따라 열로 확대된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다양한 차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대성이론의 근간은 혹시 엑셀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단어에 대한 나누기가 끝나면, 해당 카테고리에 숫자들이 자연스럽게 붙기 시작하고 그 숫자들이 마치 음악의 하모니처럼 어울려서 하나의 곡이 되듯이 하나의 숫자로 합쳐진다. 듣기 나쁜 음악과 듣기 좋은 음이 나눠지듯이 합쳐진 숫자를 때로는 외면하고 싶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만들어진 그 숫자에 의해 MD들은 일을 하고 또 평가를 받기도 한다. 어찌 보면, 돈 역시 숫자가 아닌가. 필자의 노동 가치 역시 연봉이라는 숫자에 의해 판단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 가치를 수치화하다.


 MD의 주요한 일 중 하나 역시 상품에 대한 가치를 책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여름에 입는 반팔 티셔츠는 어찌 보면 코튼 소재의 비슷한 포맷의 옷들인데 가격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SPA 브랜드에서 반팔 티셔프를 2~3만 원대 살 수 있다면,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30만 원대를 주어야 살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SPA 티셔츠는 몇 번 입고 버리고 또 사면 되는거야." 하는 것처럼 구매의 횟수잦아서 저런 것인가? 그리고 분명 30만 원대 티셔츠를 입으면 좋은 것은 알겠는데, 가격과 같이 SPA의 딱 10배 더 좋은 것인 건가 하는 의문도 든다. 좋은 소재를 쓴 거 같은데, 느낌적인 느낌으로 가격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구매를 한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수치화하는 것이 MD이다. 여러 가지 옵션들이 맞물려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 이번에 전략상품인 A라는 상품은 차기 시즌 밀어야 하는 상품이다. 고로, 수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 공장 입장에서는 100장, 200장은 도진개진이니, 상대적인 많다의 절대적 기준을 잘 가져야 한다.

  - 수량이 많으니, 경제학에서 들었던 규모의 경제가 성립한다. 다른 상품보다 저렴한 가공임이 가능하다.

  - 코튼 가격이 올랐기에, 원자재 중 원단 가격이 증가한다.

  - 물류비용도 증가했다.

  - 원가는 대략 000원인 것 같다. 이 비슷한 상품군은 시장에서 대략 얼마에 판매되고 있을까?

  - 필자가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A사, B사의 비슷한 상품은 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 고객 입장에서 5만원이라는 가격 저항선이 존재한다. 회사 기준에서 저가격을 받으면 원가율이 낮다.

  - 우리 브랜드는 코퀄리티를 지향함으로 타사 대비 1만원 차이로 고객은 구매의사를 바꾸지 않을 것 같다.

  - 그렇다면 6만 원에 상품을 출시해서 판매할 것인가, 시장 가격에 맞춰서 갈 것인가, 그것이 고민이다.


 위의 단어들은 엑셀 위에서 숫자로 풀어지고 원가와 판매가로 해서 원가율(원가/판매가)이 산정된다. 각 상품들의 원가와 판매가들이 차곡차곡 모여서 브랜드 전체의 원가율이 산정된다. 하지만, 이 원가율이 나왔다고 다시 팀장님의 질문에서 나온 영업이익이 산출되진 않는다. 이것은 영화 <매트릭스>로 생각하면 또 다른 차원의 네오인 것이다. 한 명의 네오(원가율)를 찾았기에, 이제는 다른 차원의 네오(영업이익)를 만나러 가야 하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매출액 - 매출원가 - (관리비+판매비)이다. 처음으로 새로운 단어가 다시 나타났다. 그 말인즉, 다시 단어의 나누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이거 이렇게 팔면 얼마 남는거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인데, 처음 하면 생각보다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다시 생각에 잠긴다.


  - 매출액이라면 MD가 책정한 출시 가격과는 다르다. 프로모션이 있을 수 있고, SALE이 있을 수도 있다.

     * 세일 10% 시기에 고객이 사면 개당 출시 가격이 100원이면, 개당 매출액은 90원이 된다.

  - 판매수량에 판매단가를 곱해서 전체 매출액을 다시 구해야겠다.

     * 개당 매출액 90원 X 판매수량 300개라면 27,000원이다.

  - 매출원가는 판매수량에 원가를 곱하면 되니, 이건 아까 원가율 구해둬서 다행히 가뿐하다.

     * 원가를 40원이라 가정하고, 판매수량을 곱하면 매출원가는 12,000원이다.

  - 자,,, 관리비와 판매비,, 유통마진, 광고 선전비 새로운 단어들이 대거 등장한다.

     * 위의 항목을 직접 비용이라고 한다.

     * 필자는 경영학과 출신이지만, 회계학에 관련해서는 참담해했다. 동기들이 학점을 따는데 있어서 

        거의 콘크리트 바닥을 깔아준 의리 있는 멤버였다.

  - 위의 실제로 나간 비용들을 산정해서 제외해준다. 여기까지 하려고 한다. 

 

 하하, 이 정도 이야기하면 읽는 분들도 머리가 아프시고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해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자세한 이익표를 구하고 싶다면, 참담한 학점을 가진 필자보다는 회계학의 기본 강의를 하나 듣는 것을 추천한다. 어쨌든 이렇게 구해진 단어에 대해 숫자로 구해지면 필자의 번역 작업은 마무리가 된다. 이렇게 MD의 세상은  1~9라는 아라비안 캐릭터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숫자들의 왕국이다. 그 왕국과 필자의 머리를 잇는 다리는 무중력의 우주와 같은 공허함에서 시작해서 전지전능이라는 필수적인 표현으로 끝나는 엑셀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은 인간을 만드시면서 엑셀도 같이 만드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실 패션업계에 입사를 하기 전에는 이렇게 많은 숫자 나라에 빠져 살 것이라고는 짐작조차 못한 것 같다. 입사할 때만 해도 엑셀의 VLOOKUP 하나 제대로 할 줄 몰랐던 #엑생아(엑셀 신생아)였던 필자는 어느 덧 마우스 없이 능숙능란하게 키보드로 피아노치듯 엑셀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만 해도 패션이니 당연하게 화려한 모습들만 생각했었는데, 뒷면에서는 상상치 못한 수많은 숫자들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마치 백조가 수면 위의 아름다운 자태와 달리 수면 아래 쉴 새 없이 발길질하는 것과도 같다.


 '숫자 감각 마비(number numb)라는 표현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적절히 표현한다. 세상에는 너무 커서 평가할 수 없는 숫자가 너무 많다. 우리는 숫자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그냥 무시하거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숫자가 만만 해지는 책>에 나오는 문단이다. 저 말처럼 사실 필자가 다루는 숫자들은 일생에 내가 만져보기엔 불가능한 정도로 큰 액수다. 그러다 보니, 숫자의 가치를 의미하기보다는 마치 하나의 표식처럼 무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만약 500억 브랜드의 시즌 공급액(1년에 보통 SS/FW로 2차례 공급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이 300억 정도 적절하다고 가정 시 이미 주어진 숫자와 필자와의 현실적인 거리감은 안드로메다급이다. 결론적으로 과거의 DATA를 바탕으로 습관적인 접근이 되고, 숫자들은 일로서 필자와 만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여기서 만약 거시적으로만 접근하게 된다면 무작정 계획대로 생산하기 위해서 뿌리는 식으로 금액이 배정되고, 그러면 불필요한 상품들이 양산될 리스크가 높아진다. 시장에 나가면 그런 상품들의 판매는 다양한 경쟁사들의 상품 앞에 고군분투할 경우가 많다. 이후는 재고와의 전쟁만이 필자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과의 괴리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현실 자각을 하는 연습을 한다. 100억에서 100을 나누고 1억이라 생각하고 접근한다. 회사의 100억보다 나의 1억이 훨씬 현실적이고 소중하다. 그래서 1.5억의 공급금액보다 150만 원의 내 돈이 확 와닿는다. 스스로 100억 공급액을 1억으로 보고 필자가 투자할만한가를 대입하다 보면, 사실 의외로 냉정하게 빠른 판단하는 필자를 발견하곤 한다. 이럴 때 보면 스스로 역시나 간사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의지를 수치화하다.


 MD의 또다른 일 중 하나 브랜드의 방향에 대한 의지를 책정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어느 방향으로 포커스를 두고 가는지 여러 가지를 수치로서 보여줄 수 있다. 삼성은 매년 하반기에 내년의 운영을 위해서 1년간의 매출이나 비용 등을 계획으로 수립한다. 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적절한 곳에 투입하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계획 수립을 위해 자료를 여러 차례 재조정하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년의 농사를 짓기 위해 하는 작업이니 신중을 기하는 것도 당연하고 결정을 수정되는 것도 당연하지만 작업 당사자인 사람들에게 쉽지 않는 시간이다. 

 수많은 신중과 조정 속에서 수치가 확정되면 그것만 봐도 이 브랜드의 의지가 녹아져 있다. 예를 들면, 한때 유니클로의 겨울 장사는 다른 아이템들도 있겠지만, 히트텍과 다운베스트가 엄청나게 중요한 포션을 차지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상품 공급 금액의 40%라고 가정하고 시작해보자. 배정되어 있던 생산원가의 40%를 위 두 아이템에 집중했다면, 팔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이 쪽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매장을 가면 마네킨이나 홍보인쇄물의 대다수를 그들의 프로모션이나 상품 장점에 대해서 어필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샵을 보더라도 메인페이지 또는 팝업창에는 두가지 상품이 주를 이루게 된다. 결론적으로 유니클로의 겨울은 위 두 아이템을 팔기 위해 집중적인 자원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겨울부터 고객들이 위 두 아이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되면, 갑자기 화두가 바뀐다. 아마도 위 두 상품은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고 마케팅에서는 조금씩 덜어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스타자리에 다른 상품을 밀어 넣는다. 예를 들면 캐시미어 니트와 가디건을 들 수 있다. 위의 가정했던 전체 공급금액의 40%였던 히트텍과 다운 베스트의 비중이 캐시카우가 되면서 30%로 줄이고 니트의 비중을 기존 15%에서 30%로 늘린다면, 그들의 전략방향이 수정이 되는 것이다. 흔히 밀어서 판다고 하는 집중전략상품이 바뀐 것이다. 그리 되면, 작년에 보았던 유니클로의 매장 컨셉과 다르게 부드럽고 따뜻한 캐시미어 니트를 입은 마네킨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홈페이지에도 수많은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공급포트폴리오와 마케팅 투자 비용 등의 숫자는 그 브랜드의 의지를 나타나는 것이다. 이 말고도 매장의 수 등으로도 방향을 나타낼 수 있다. 유니클로를 이야기한 김에 이어가자면, 1997년 유니클로는 스포클로(SPOCLO)와 패미클로(FAMICLO)라는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고 1년동안 같은 해에 9점의 매장을 각각 오픈했다. 스포클로는 스포츠형 캐주얼이라는 컨셉으로 10~30대 남성 고객을 타켓한다. 그리고, 스포츠 의류인 트레이닝복과 반팔티셔츠 등의 의류에 집중하였다. 반면, 패미클로는 20~30대 엄마들의 중심으로 한 여성복과 아동복 구색을 맞춰 패밀리를 타킷으로 상품을 집중하였다. 그렇게 신규론칭한 두개의 브랜드는 약 2년간 각각 20개 가까운 매장을 오픈해나갔다. 신규 사업이니만큼 경영진의 의지가 엄청나게 반영된 수치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았고, 점차점차 매장을 폐점하게 되었다. 실패를 인정하고 맘먹고 시작했던 신규 브랜드에 대한 의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이다. 물론 「1승 9패 유니클로처럼」이라는 책에서는 유니클로는 폐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천하의 유니클로니 당연히 두려워하지 않을 뿐이지만, 폐점의 명확한 숫자들은 그들의 변화된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 Carpe Diem은 숫자를 다루는 MD의 필연적 마음


 고객은 티셔츠가 남/녀로 각각 7개 사이즈씩 나오면 풍성하게 느낄 수 있지만, MD라는 작자의 마음은 비효율과 효율의 접점에서 줄 타는 놀이꾼의 심정으로 많을까 적을까 숫자놀이를 하고 있다. 몇 개 사이즈에서 몇 장을 해야 아름다운 판매율의 음률을 들을 수 있을지 상상하면서 한편으로는 고객들의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바라보며 현실과 이상의 틈새에서 살아간다. 그러는 사이 정해진 숫자의 월급은 또한 한치의 오차 없이 내 월급통장에 꽂히고 있다. 월급을 보면 언제나 아쉬움 가득한 숫자이지만, 반대로 회사에서는 나라는 MD에 대한 가치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 월급이 아닐까 싶다. 이런 숫자의 지루한 공방 속에서 어느덧 상품은  나오게 되고 그 상품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반응을 보며 판단한 숫자에 대한 검증을 이어간다. MD라는 직업을 가진 이와 숫자는 어벤저스의 캡틴아메리카&방패, 아이언맨&수트와 같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다. 날 선 숫자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지 말고 나아가야 할 MD들에게 멘탈에 도움이 될 문구를 소개한다.


 '격투기 선수들은 주먹이 날아와도 눈 감지 않는 연습을 한다' - 대화의 희열, 지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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