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하고 싶은 게 많아서, 일단 다 해봤습니다만

혼자서 즐거웠던 프로 찍먹러의 기록

by 온빛

요즘의 나는 통 하고 싶은 게 없다.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입했던 기억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내 과거는 결코 고요하지 않았다.


돈이 될 것 같으면 치열하게 계산기를 두드렸고, 재밌어 보이면 앞뒤 재지 않고 몸부터 던졌다. 진시장을 누비고, 캐나다 친구 집 부엌을 빌려 요리하고, 낯선 외국인들과 부산 시내를 쏘다니던 그 잡다하고 뜨거웠던 기록들을 다시 꺼내 보려 한다.


나의 '잡(Job)다한' 찍먹 이력서

1. 수익화에 진심이었던 도전들

한국어 과외: 외국인들에게 나의 모국어를 가르치던 시간

액세서리 제작 & 판매: 진시장이나 인터넷에서 재료를 사서 귀걸이, 머리띠 등을 만들어 프리마켓에서 팔던 날들

실버 액세서리: 한 단계 더 나아가 은(Silver) 소재로 넓혔던 제작의 욕심

스마트스토어: 중국 사이트 제품을 소싱해 올려 딱 3개 팔아본 귀한 매출의 기억

IT 퍼블리셔: 화면을 구성하는 냉정한 코드의 세계

2.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의 조우

쿠킹 클래스: 낯선 사람들과 함께했던 요리 시간

영어 통역: 캐나다에 지내며 전화기 너머로 한국인들의 입과 귀가 되어주던 순간

빈티지 옷가게 알바: 옷 파는 줄 알았더니 '도둑 감시'가 주 업무라 2주 만에 도망친 사연

카우치서핑: 수많은 외국인을 만나 부산을 소개했던 만남들

3. 몸과 마음을 채웠던 순수한 시간들

무용과 운동: 스윙댄스, 한국무용, 발레, 요가, 수영, PT... 내 몸이 기억하는 수만 가지의 스텝들

심리와 공부: 미술치료를 배우고, 부동산을 공부하며 자본주의의 원리를 깨치려 했던 노력

유튜브: 소리를 담는 ASMR부터 나의 일상을 기록하던 브이로그까지


이 기록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대단한 '성공기'는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스토어는 3개 팔고 접었고, 어떤 일은 2주 만에 도망쳤거나, 대부분은 지금 멈춰버린 기록들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오늘, 그때의 나를 복기하며 다시 물어보고 싶어졌다.

"너 그때 왜 그렇게 열심히였어? 그게 너한테 남긴 건 뭐야?"


이 연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비록 지금의 나는 한없이 고요하지만, 이 기록의 끝에서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자, 이제 나의 찬란한 실패기이자 혼자서만 즐거웠던 '찍먹'의 연대기를 시작한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