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배신이 아니었다
나는 심플한 것들을 좋아한다. 이제는.
매장에서 은귀걸이를 고르는 내 모습을 본다.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무난하고, 세련되고, 어떤 옷에나 어울린다.
계산대로 가는 길에 나는 이 자신을 낯설어한다. 이 여유 있는 태도, 이 합리적인 선택. 지금의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니, 포기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었던 적도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시중에 없는 물건에 목말라했다. 남들이 갖지 않은 것. 누구나 하는 선택이 아닌 것.
특히 귀걸이는 내 집착의 대상이었다. 팔찌는 숨길 수 있고, 목걸이는 벗을 수 있지만, 귀걸이는 달랐다. 귀걸이는 얼굴 양옆에 붙어서 계속 말을 건다. "내 취향은 이런 거야."
나는 그 말을 크게 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거기 눈에 띄게.
그래서 겨울이 왔을 때 나는 진시장으로 향했다.
요즘의 진시장은 다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달랐다. 각 상점이 파는 재료가 제각각이었고, 상인들도 저마다 성격이 달랐다.
들어가는 골목마다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디딘 기분이었다. 손에 들린 진주, 비즈, 레이스를 번갈아가며 보며 나는 시간을 잃었다. 진시장에는 시간이 없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퇴근하고 나서 작업을 시작했다. 새벽 3시. 손가락은 아프고, 허리는 굽었고, 정신은 또렷했다.
아니, 정신은 몽롱했지만 손은 계속 움직였다. 무언가를 조합하고, 상상하고, 만드는 행위.
월급은 없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 밖에 있었다.
그렇게 겨울을 났다.
봄이 와서 박스 하나가 가득 찼다.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만든 것들은 모두 다르다는 걸. 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는 걸. 설계도 따위는 없었으니까.
재료가 나를 이끌었고, 나는 그 흐름을 따라갔을 뿐이다.
이 물건들을 어디다 팔아야 할까.
온라인 쇼핑몰? 그건 불가능했다. 누군가 "이 귀걸이의 설명을 해주세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건가. "흠... 그냥 예쁘잖아?"
프리마켓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다행히 나는 프리마켓을 좋아했다. 여행을 갈 때마다 꼭 가던 곳이었다.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늘어서 있는 그 공간.
중국산 공산품도 섞여 있었지만, 그중에는 분명 누군가의 정성이 있었다. 그런 물건들을 보며 나는 뭔가 교감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제는 내가 그쪽에 설 차례였다.
상점 이름을 지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명함을 인쇄했다. 전문가처럼 보이기 위해. (물론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오픈 날 아침. 셀러들이 테이블을 펼치고 있었다. 나도 내 귀걸이들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뒤에서 봤을 때, 옆에서 봤을 때, 혹은 손님의 눈높이에서. 모든 각도를 고려했다.
아, 이게 판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물건이 누군가의 눈에 띄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사람.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한 건 20대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나의 예상을 철저히 저버린다. 젊은 남자들이 많았다.
여자친구를 데려온 남자들. "뭐 마음에 드는 거 골라봐"라고 지갑을 꺼내는 남자들. 혼자 온 남자들도 있었다. "여자친구가 이런 스타일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라며 조심스레 물어보는 남자들.
이렇게 다정한 남자들이 존재한다니. 나는 한 번쯤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까지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왔다. 한 여자가 내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귀걸이를 집어 들고, 거울 앞에 섰다. 귀에 대보고, 고개를 기울이고, 웃음이 났다.
여기까지는 흔한 장면이다. 하지만 다음이 달랐다. 그 여자가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오, 이거다!"라고 외쳤다. 고민도 없이. 마치 자신을 찾아다닌 물건을 드디어 찾은 사람처럼.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웃음이 순수했다. 그건 "예쁘네"라는 웃음이 아니라 "아, 맞다. 이거였어"라는 웃음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정말로.
또 다른 여자도 그랬다. 다른 시간에 들어온 다른 여자. 그리고 또 다른 여자. 많지 않았다. 정말 적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테이블에서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고 나니 더 이상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 내 귀걸이를 외면했다. "어... 이건 좀..."이라며 정중하게 지나쳤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선택일 뿐이었다. 나는 그걸 이해했다. 그건 내 실패도, 그들의 거절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크고 튀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는 조용한 걸 좋아한다. 그게 다일뿐이었다.
세상에는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그건 당연했다.
하지만 나를 찾던 사람들은 있었다. 그들의 웃음이 모든 걸 바꿨다.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나는 무난한 것들을 고르고 있었다. 은색 원형 귀걸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내 취향은 바뀌었다. 확실히.
하지만 이제 안다.
그건 배신이 아니었다. 포기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그렇게 간절했던 것들, 그 크고 튀는 선택들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정확히 필요한 것이었다는 뜻이었다. 그 사람들의 웃음이 증명했다. 거울 앞에서 웃음을 멈추지 않던 그 여자들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줬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내가 만들었던 그 귀걸이들이 누군가의 얼굴을 밝혀주고 있을 거라고. 내가 버린 게 아니라, 정확히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진 거라고.
그리고 프리마켓을 다닐 때마다, 누군가의 물건 앞에서 나처럼 웃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을 본다. 아, 저 사람도 찾은 거구나. 자신을 완성해 주는 그 무언가를 찾은 거구나. 그럼 내가 만든 것들도 누군가를 그렇게 완성시켜주고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그때를 후회하지 않는다.
대신 가끔, 정말 가끔, 새로운 재료를 보면 손이 근질거린다. 다시 만들고 싶다는 충동. 하지만 나는 멈춘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간절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치열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게 오케이라고 생각한다.
내 취향이 바뀐 것도, 손이 멈춘 것도, 은색 원형 귀걸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모두가 그 여자들의 웃음 덕분이다.
내 것을 제대로 좋아해 준 그들 덕분에, 나는 이제 다른 것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