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토어

사장님 소리 듣다가 사리 나올 뻔한 사연

by 온빛

때는 2021년, 코로나가 우리의 외출을 압수하고 집구석으로 유배 보냈던 그 시절. 갈 곳 잃은 영혼들이 모여드는 유튜브의 심연 속에서 나는 그분을 만났다.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쉽다는 메시지를 설파하던 '신사임당'.


"스마트스토어로 월 천만 원."


자본주의의 달콤한 속삭임에 눈이 번쩍 뜨였다. 침대에 누워 손가락 까닥여서 돈을 번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내 통장 잔고를 보니 말이 되어야만 했다. 나는 곧장 강의를 결제했다. 조금 더 저렴하지만 '땀 냄새나는 창고'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했다는 젊은 강사의 커리큘럼을 택했다. 화려한 스튜디오보다 그의 구질구질했던 초창기 서사가 왠지 내 미래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을 복기하며 풍선 같은 희망을 안고 중국 사이트의 바다를 항해했다. 검색어 세팅, 유입 키워드, SEO... 시킨 대로 착실히 세팅을 마치고 고른 첫 아이템은 '파티용 접시'였다.


평소엔 납작하게 겹쳐서 서랍 한구석에 박혀 있다가, 펼치면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마법의 물건! 이미지 속 중국어를 정성스레 지우고 작가에 빙의해 감성 문구를 적어 내려갔다.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는지 시뮬레이션까지 마쳤다. 하지만 한 달간 내 스토어는 고요했다. '정성을 들였으니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겠지'라는 순진한 믿음으로 버티던 찰나, 드디어 첫 주문 알림이 울렸다.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희열도 잠시, 구매자가 보낸 메시지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인생에 한 번뿐인 파티예요. 기스 하나라도 있으면 반품할 거니까 현미경으로 검수해서 보내주세요."


저기요, 고객님... 저는 실물을 구경도 못 해본 위탁 판매자인데요. 중국 공장에서 고객님 댁으로 바로 쏴주는 구조인데, 제가 무슨 수로 현미경 검수를 합니까. 직접 물건을 받아서 검수하고 다시 보낼까 고민도 했지만, 왠지 기스가 없어도 마음의 기스를 낼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내 생애 첫 주문을 '품절' 처리하며 조용히 자폭했다.




스토어를 열자마자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는 건 고객만이 아니었다. 바로 마케팅 대행사들의 무한 전화 공세.


회사 회의 중 핸드폰이 진동하면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회사 사람인가 싶어 조심스레 전화를 받으면, 너무나 씩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장님! 이번에 파격적인 상위 노출 패키지가..." 업무 중에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를 거를 수도 없고, 일일이 차단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가끔은 '진짜 저 광고 한 번이면 내 스토어가 떡상할까?' 혹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회사 동료가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자주 와?"라고 물을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아, 스팸이에요!"라며 둘러대야 했다. 나의 소중한 노동 시간은 그렇게 차단 목록 업데이트에 야금야금 소비되고 있었다.




사실 우리 회사는 겸업 금지였다. 동료들이 에어비앤비나 스토어를 하다 징계를 받았다는 흉흉한 소문에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사업자 없이 소액 수익은 가능하다는 말에 다시 용기를 냈다. 이번엔 전략을 바꿨다. '내가 진짜 갖고 싶은 물건'을 팔기로.


그렇게 고른 '미니 라디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에 디지털 디톡스 감성이 낭랑한 아이템이었다. 이건 된다 싶었는데, 정말 팔렸다! 하지만 기쁨은 딱 3일이었다.


별점 1점: "소리가 지지직거려요. 돈 버렸네요. 최악입니다."


라디오는 지역마다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는 상식을 나는 '상식'이라 믿었다. 부랴부랴 고객님 주소지 주파수를 검색해 알려주자 환불은 취소됐지만, 박힌 별점은 지워지지 않았다. 판매자의 '안일함'은 곧 별점 테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마지막 도전은 들러리용 화려한 머리띠였다. 한 구매자가 여러 색상을 대량 주문했는데, 하필 한 색상이 품절이라 2주를 기다려야 했다. 양해를 구하자 고객은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합의 완료! 평화가 찾아온 줄 알았다.


그런데 사흘 뒤부터, 매일 아침 문자가 왔다.

"언제 오나요?" (오전 9시)

"배송 시작됐나요?" (다음 날 오후 2시)


2주 합의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녀의 시계는 남들보다 10배는 빨리 흐르는 모양이었다. 회사 업무 중에도 징징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나 같은 '유리 멘탈'은 9,900원의 수익금보다 내 정신건강을 지키는 비용이 더 비싸다는 것을.


결국 나는 예정보다 3일 빠르게 출고했다. 그 뒤로 연락은 끊겼다. 남은 건 내 에너지 소모량이었다.




세 달 남짓, 제품을 올리고, 별점을 맞고, 마케팅 전화를 차단하며 나는 깨달았다. 세상에 쉬운 돈은 없고, 공짜 점심도 없다. 내 소중한 일상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감정을 소비하기엔 내 자아는 너무 소중했다.


나는 어느 날 조용히 제품을 전부 삭제했다. 지금 내 스마트스토어는 문이 닫혀 있다. 누군가는 끈기가 부족하다 하겠지만, 나는 덕분에 소중한 데이터 하나를 얻었다. '나는 물건 파는 일보다 사람 마음 다루는 게 억만 배는 더 힘들구나.'


일단 지금은 수평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 감정의 스마트스토어도, 지금은 '임시 휴업' 중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