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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Oct 25. 2021

음... '직주근접'이 뭔가요?

거주지 커밍아웃


     

내가 병행하는 두 가지 일 중 (비교적) 잘하는 일은 강의이고, 좋아하는 일은 방송이다. 이 두 가지 일의 공통점은 섭외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섭외가 오면 아무래도 나는 의 입장이 되므로 가급적 요구사항에 맞추게 된다. 같은 서울 내에 있으면 왕복 3시간 거리로 서울 끝 지역으로 다소 거리가 멀어도 교통비를 더 받기는 어렵다. (같은 서울이니까.) 사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면 다른 일을 하고도 남는데 참 어쩔 수 없는 대목이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니.

서울이 아닌 이 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생긴 변화는 나 스스로 약간 용감무쌍해졌다는 점과 그걸 또 받아주는 ''들의 배려다. 강의의 경우, 취지가 좋거나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면 가급적 응하는 편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오고 가는 거리와 수고에 대한 배려는 처음부터 없고, 심지어 준비할 시간 조차 여유롭지 못한 일정을 의뢰받을 때가 있다. 그곳이 같은 지역이었고, 서울에서 살 때 출퇴근 시간에 걸려서 4시간 강의에도 하루를 꼬박 버리는 일정이었다면 어쩔 수 없이 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왕복 운전을 하고 움직이면 다음 날 체력까지 모두 끌어 써버린 셈이 된다. 맞다. 가성비 너무 없다. 굳이 섭외나 의뢰에 내가 어디 살고 있다는 점을 밝힐 필요는 없으나 전화를 끊기 전 말미에 이동거리가 좀 멀어서 에둘러 말하면 반응이 대체로 같다. 첫 번째는 그런 줄도 모르고 강사료가 적어 죄송하다는 얘기와 함께 교통비와 숙소 제공까지 아울러 강의료를 올려 지급할 수 있도록 결제를 올려보겠다는 적극적인 배려가 가득한 , 두 번째는 그러시면 어렵겠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굉장히 아쉬워하거나 미안해하면서 끊는 쪽. 사실 어느 쪽도 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나도 주어지는 내 노동과 시간의 대가에 연연하지 않는 대인배이고 싶으나 그게 참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람인 것을. 그런데 감사하게도 사는 지역을 알리고 나니 이후부터는 배려심 넘치는 갑들의 전화만 온다. 누가 소문이라도 낸 것처럼. 이제 알만한 거래처와 섭외처는 알아서 연락을 주신다. 이번 건은 예산이 좀 넉넉해서 어느 호텔 정도로 잡아드릴 수 있겠다고 교육 담당자의 신난 목소리가 들릴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이번에는 숙소 비용까지 지원은 어렵겠다고 나보다 더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럴 땐 나보다 더 아쉬워해주는 그 마음에 진심으로 감동하고 고마워서 가겠다고 말해버린다. 그리고 더 최선을 다한다. 비록 나의 공식적 하루 스케줄이 다음날 반나절까지 영향을 미치더라도 기꺼이 반긴다. 거리는 멀어졌고, 마음은 가까워졌다. '직주근접'은 여전히 내게는 거리가 먼 단어이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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