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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꽁스땅스 Jan 29. 2021

핸드드립의 매력에 빠지다

내가 생각하는 핸드드립의 매력 세 가지

라테아트 수업이 끝난 후였다. 그날 강의 주제는 핸드드립에 대한 것이었다. 교육장 책상에는 핸드드립에 필요한 준비물이 놓여 있었다. 드리퍼, 드립포트, 드립 서버, 필터 등등. 


핸드드립이란 드리퍼와 여과필터를 사용하여 분쇄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로 중력의 원리를 이용하여 커피 액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강사님은 핸드드립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셨다. 

"핸드드립 커피는 다양한 산지의 원두가 지니고 있는 맛과 향을 가장 잘 살려주고 에스프레소에 비해 부드럽고 깔끔해요. 개인의 기호에 맞게 원두를 사용하여 추출 가능하고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추출하여 커피를 즐길 수 있지요"

책상에 놓인 도구들을 사용하여 강사님은 세 가지 방식으로 추출하셨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내 눈을 사라 잡은 것은 바로 드립포트였다. 동으로 된 물줄기를 가늘게 만들어 줄 S자 형태의 좁은 배출구를 가진 요술램프를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주전자였다. 왠지 그 주전자로 내리면 맛도 요술처럼 근사할 것 같다. 

커피를 배우기 전 남편이 마트에서 도자기로 된 드리퍼와 추출되는 커피액을 받는 유리로 된 눈금이 있는 드립 서버를 사 왔다. 맛이 좋다는 가루 원두를 사다 핸드드립을 하는데 집에 있는 주전자는 물 조절이 잘 안되었다. 그때는 한차례 물을 부어주거나 여러 차례 내려먹곤 했다. 전자의 경우는 연한 맛, 후자의 경우는 오히려 쓴맛이 강했다. 수업을 듣다 보니 그동안 우리가 집에서 하던 방식이 한 번에 추출하는 침지식 그리고 여러 차례 드립 하여 원두에서 추출되지 않아도 되는 성분까지 추출하는 반투과식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투과식(여과식)으로 내렸을 때 원두가 가지는 좋은 향미와 특성만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사님이 내려주신 세 가지 추출된 커피를 맛봤는데 단연 투과식으로 내린 커피가 맛이 강하지도 않고 부드러웠다. 투과식 추출방법은 뜸 들이기 과정을 거쳐 1차, 2차 물 붓기를 하여 추출 후 물과 희석해서 마신다. 나선형으로 원을 그리며 촘촘하고 가늘게 중앙에서부터 바깥쪽 그리고 다시 중앙으로 물줄기가 끊이지 않도록 물을 부어야 한다. 인상적인 것은 신선한 원두여서인지 뜸 들이기를 할 때 머핀처럼 봉긋해지며 은은한 향이 나는 것이었다

" 중요한 포인트는 분쇄하는 순간 커피에 담긴 다양한 성분들이 날아가기 때문에 추출 직전에 하는 것이 좋아요. 로스팅 3일 이후부터 2주 내의 신선한 원두를 사용해야 맛이 좋답니다." 




강의가 끝나고 가정용 에스프레서 머신, 핸드드립용 도구들을 하나씩 구매했다. 에스프레소 머신보다 핸드드립으로 내려마시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핸드드립의 매력은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핸드드립의 매력 세 가지 

1. 우선 커피 향과 함께 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나만의 리츄얼 같다. 

그라인더에 분쇄할 때와 드립 할 때 은은하게 나는 향이 늘 기분을 좋게 한다. 일정량의 원두를 고르고 드리퍼에 종이필터를 접어 잘 맞춰 넣는다. 커피 향을 맡으며 드리퍼에 원두를 붓고 평평하게 만들어 주고 적당한 온도로 끓은 물이 든 드립포트로 드립을 시작한다. 물줄기에 집중하며 드립 하는 그 그 과정이 즐겁고 신성하기까지 하다. 

2. 다른 커피와는 달리 사람의 손으로 직접 물을 조절해서 추출한다는 거다.(나만의 손맛)

물맛(생수 혹은 정수한 물), 물의 온도, 커피를 간 정도, 필터의 종류, 물을 어떤 속도로 어느 정도 어떻게 부어 커피를 우리는가에 따라 커피맛이 좌우된다. 테크닉보다는 원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일정한 손맛을 유지할 수 있는 것 또한 바리스타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고 내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드립 커피 맛에 자신감이 생겨 '오늘의 커피'라는 이름으로 드립 커피를 팔아보고 싶다. 

3. 개인 취향대로 추출기구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는 거다.(나만의 추출기구)

아직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추출기구를 찾지는 못했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기구마다 다른 맛이 나는 경험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비하면 저렴하고 단순해서 누구나 접근 가능성이 좋다. 개인적으로 프렌치프레스 와 백조 목 모양의 특별한 물 배출구가 있는 하리오 드립포트를 사용한다. 커피의 바디감과 향을 즐기는 있어 에스프레소에 비해 가볍고 깔끔하고 섬세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을 천천히 걷는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남편이 쉬는 날이면 하랑에서 사 온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 커피를 마신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커피의 좋은 성분만을 내려 마시는 에스프레소와는 달리 천천히 부드럽게 추출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으로 매일이 즐겁다. 물의 온도, 커피가루의 양, 커피의 분쇄도, 시간, 내리는 사람의 드립 스킬에 따라 매번 맛이 달라지지만 그 또한 핸드드립이 주는 색다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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