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핸드 로스팅이라니?
내가 생각했을 때 커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베이스는 생두의 품질, 원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맛을 내는 로스팅 기술이다. 3개월 바리스타 교육의 마지막 시간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로스팅 수업!. 교육장 카페에 있는 멋스러운 로스팅 기계로 드디어 실전 경험을 할 생각에 설레었다.
" 로스팅 후 초록색이던 생두는 볶음 정도에 따라 연한 갈색을 띠는 약 배전에서 중간 갈색의 중배 전 그리고 흑갈색의 강배 전으로 변화합니다. 중배전의 경우 드립용으로 적합하고 에스프레소용으로는 주로 강배 전으로 볶아요"
"센 불에서 강하게 짧은 시간에 볶으면 탄 맛, 쓴맛이 강해요. 약한 불에서 연하게 긴 시간 볶으면 신맛이 강하고요"
" 생두를 로스팅하면 부피는 1.5~2배로 불어나며 무게는 대략 20% 정도 감소됩니다. 로스팅 후 핸드드립이나 더치커피로는 3~4일 숙성한 후에 사용하며, 2주 안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4~5일 숙성한 후부터 40일 정도까지 잘 숙성시켜 사용하는 것이 좋고요"
" 자 그럼 저희는 기계가 아니라 핸드 로스팅으로 실전 연습을 해볼 거예요. 카페로 나가실까요?"
두둥! 핸드 로스팅이라니? 그렇다면 오늘 로스팅 기계 사용은 물 건너간 건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강의 첫 시간 신부님께서 로스팅은 기계로 하는 것보다 집에서도 손쉽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씀하신 게 떠올랐다. 바로 양은 냄비와 옛날 할머니들이 곡식의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도구, 키를 활용한 것이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한 팀이 되었다. 휴대용 버너에는 앙증맞은, 라면을 끓이기에 딱인 양은 냄비가 올려져 있다. 소량의 생두를 넣고 센 불에서 주걱으로 저어가며 볶기 시작했다. 생두의 색깔이 진해지면서 은피가 벗겨지고 타닥타닥 튀는 소리가 났다.
" 1차 크랙 소리 들리시죠. 이제 불을 약하게 줄여서 볶으세요"
우리는 불을 줄이고 볶아주었다. 어느새 카페 안은 연기가 스멀스멀 생겼다. 11월 마지막 주였는데 카페 문을 열어놓아도 커피콩 볶는 소리와 냄새에 우리는 휘휘 젓느라 신이 났다. 연두색이던 생두가 점점 색깔이 진해지고 ' 타닥타닥' 소리가 나던 것에서 '타타 타타' 연속해서 소리가 났다.
" 자 지금 2차 크랙 타타 타타! 들리시죠? 이제 불을 꺼주세요"
우리는 불을 끄고 남은 열로 볶았다.
" 이제 신속함이 생명입니다. 철망에 덜어 밖으로 나가서 재빨리 냉각시켜야 합니다!"
둘씩 쌍을 이룬 팀은 철망에 덜은 로스팅된 원두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다른 강사님이 한편에서 우리가 들고나간 원두를 넓은 키에 붓고는 빠르게 흔들며 냉각시켜 주셨다. 예상치 못한 도구의 출현! 우리 모두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오랜만에 키를 보니 '이게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넓은 면에서 이리저리 흔들다 보니 순식간에 냉각이 되었다.
로스팅 한 우리의 첫 원두를 강사님은 반반씩 포장해 주셨다. 양은 냄비와 키, 핸드 로스팅에 필수 도구임을 알게 된 날이었다. 또 다른 원두 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셨다.
" 집에 가서 오늘 해본 대로 나누어드린 생두로 핸드 로스팅해 보세요. 아주 특별한 자기만의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상상하던 반짝이는 로스팅 기계로 배운 건 아니었지만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핸드 로스팅의 경험! 모락모락 피어오른 연기, 타닥타닥, 타타 타타 원두가 볶아지는 소리, 철망에서 키로 냉각시키기. 기계로 배웠다면 어땠을지 여전히 궁금했지만 오늘 한 경험도 기억에 남는다. 로스팅 한 원두는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셨는데 내가 로스팅을 해서일까. 맛이 구수했다. 생두는 양은 냄비가 없어 한참을 (2년까지 보관 가능) 뒀다가 깨 볶는 프라이팬에 볶아봤다. 연기가 염려되어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고 가스레인지에 후드도 틀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온 집안에 커피 볶는 냄새가 솔솔. 여전히 내 머릿속은 '그나저나 제대로 된 로스팅은 언제 배우지?' 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