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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Nov 27. 2021

그대여 삼도천을 건너세요...

세상을 떠날 때는 뒤돌아보지 말아야할텐데...

나는 누군가와 함께였다. 그녀의 얼굴이 기억나질 않는다. 나를 해하거나 공포에 떨게 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우린 세상을 떠났다. 그곳은 세상이 아니었다. 또 다른 곳이었다. 아주 조용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었다. 나의 지난 날들이 보였고 앞으로의 내가 보였다. 앞으로의 나는 평안하기만 했다. 해야 할 일도 없었고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 그런 날들이 펼쳐져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 집착하지 말고 떠나는 거야. 뭘 그렇게 전전긍긍 손에 못 쥐어 안타깝게 살아가는 날들을 안달하며 살아가. 그래 떠나자.


노승이 나타났다. 그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고 손에 무언가 꼭 쥐고 있었다. 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떠나고 있는 찰나에 서 있었다. 아무말 없이 그 손에 쥔 것을 가슴 깊이 숨기려는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는 스님이었다. 회색 저고리에 머리는 털 하나 없이 반질거렸다. 행색은 노승인데 하는 짓은 손에 쥔 것을 잃을까 두려워 하는 영락없는 중생의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이 내모습일까 난 세상을 떠나기로 한 이 결심이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세상을 등지고 떠나려는 내 발걸음은 무언가 잡고 있는 듯 점점 무거워지고 다시 세상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주저하고 있었다. 노승의 손에 든 것은 욕망이고 욕심이고 그것을 그의 손에서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한 건 나였다. 세상과 멀어지려 하는 우리는 그런 것에 연연할 수 없고 또 그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나로서는 모두 나와 비슷한 처지여야 한다고 말이다. 노승은 점점 작아졌고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후 홀가분하고 세상과 멀어진 지금의 또 다른 세상에 적응 할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쓸쓸한 어깨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후회스러웠다. 그의 것을 빼앗은 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불안했다. 나도 빼앗길 것 같아서. 편안하기만 할 것 같은 세상을 향한 열망은 점점 불안으로 회오리치고 있었다.


"언니, 아무래도 나 안되겠어. 나 살아생전 아무것도 일군게 없잖아. 번듯한 직장하나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잖아. 나 이대로 세상을 떠나는 건 아닌 것 같아. 딱 10년이면 될 것 같아. 10년은 더 세상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아쉬움을 뒤흔들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날 힘들게 하는 것들 천지인 그곳이 세상 편한 이곳보다 나를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았다.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세상에 남겨두고 온 것들이 모두 간절했다. 수평선을 보고 앞으로만 고요하게 흘러가는 인생이 내게 휘몰아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들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뭐하나 힘겹지 않은 게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움켜쥔 것을 놓을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움켜쥔 게 무엇인지 알아보려 노력해야 후회없을 것 같다 말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 등을 토닥거린다. 꿈이었을까. 난 정말 다른 세상으로 가려 했던 걸까. 눈을 어렵게 떴을 때 아직 어두운 새벽이었다. 몸이 무겁다. 잠꼬대를 했을까. 모든게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난 누군가와 편안한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고 그건 분명 현실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아쉬움이 많아서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큰일 날 뻔했다고 말한다. 무슨. 그냥 꿈이었는데.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센 강변의 풍경


세느 강변의 모습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르누아르의 잃어버린 작품이다. 르누아르의 전시회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 그림은 처음이었다. 다른 어떤 작품보다 더 눈에 들어와 구글에 검색을 하니 어느 여성이 벼룩시장에서 7달러를 주고 모조품으로 생각하고 구매했는데 알고보니 경매가 10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진품이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이 벌어진 거다.


세상을 떠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났지만 그 느낌은 아주 생경했다. 세상을 떠나는 나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그 아쉬움을 생각하니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느낌 만으로 그려내는 그림처럼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형체가 없어도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것 같은 느낌이라니... '정신차려' 누군가 등을 탁 치는 것 같다. 지금에서야 노승이 움켜쥔 것이 욕망도 아니고 욕심도 아닌 그저 아쉬움이었다는 걸 알 것 같다. 난 물질보다 정신을 움켜쥐고 싶다.


늘 같은 공간, 늘 같은 자리, 늘 같은 모습이지만 오늘도 아주 작은 변화의 움직임을 느낀다.





#세상을떠날때아쉽지말아야할텐데

#그걸꿈에서느끼고나니이순간이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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