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
언제나 그랬듯
곁에 머문 적도 없었다는 듯
한번 뒤 돌아보지 않고
잠시 멈춰 미소한번 내보이지 않고
인색하게 흘러가 버린다
온몸으로 생명의 에너지를 뿜으며
노랗게 빨갛게 천지를 밝히며 재잘대던 잎들이
하루 아침에 빛을 서둘러 꺼버리고
모두 갈색 차림이 되어 입을 다문다
골목을 돌아가니 펼쳐져 있는 언덕길
여전한 가을이 서성이는 이 곳에
북풍의 입김이 당도해
차가운 숨 내쉬며 곧 이을 북풍의 도래를 알린다
가을은 주섬주섬 옷깃을 여미며
듬성듬성해진 머리를 매만지며
발치가 잠기도록 한 가득 누워있는 흰머리를 내려다본다
기어이 한 발
그럼에도 한 발
결국 한 발
...
마침내 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