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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모임의 국면을 바꾸다

by 무비 에세이스트 J Mar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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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방식대로 모임을 진행하면서 저의 영화 모임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모임의 운영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모임을 이끌어야 참가자들도 편안하게 모임에 녹아들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처음으로 이 방식을 택해서 운영한 날 저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었답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사전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모임을 이끌어간 방식은 평소에 제가 학교에서 수업을 하던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제 방식으로 자료를 준비하여 모임을 운영해 보니 제가 어느덧 수업하듯 저를 위주로 모임을 이끌고 있었던 겁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평소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대답을 잘하지 못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까지 기다리다가 제가 그냥 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바로 그 방식으로 모임을 운영해 버린 거예요. 참가자들을 위해 영화의 내용에 대해 질문을 만든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나 제가 그냥 답을 제공하고 설명을 해드리고 말았다는 것을 모임이 끝나서야 깨달은 거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우선은 그 달의 첫 모임이었던 만큼 아직은 참가자들끼리도 어색한 관계였고, 그러다 보니 제가 질문을 던졌을 때 선뜻 나서서 답을 하기가 어려웠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들 어른들이다 보니 괜히 나서서 말하는 것이 머쓱했을 수도 있고요. 사실 이러면 제가 질문을 만들어가는 의미가 없죠. 제가 질문을 만든 것은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의 시간 겸 질문을 통해 영화의 내용을 정리하려는 의도였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포맷과 방식을 달리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바로, 게임을 통해서 말이죠. 


사실, 첫 달에는 자료 없이 시작한 모임이었고 두 번째 달이 되어서야 저의 방식으로 질문을 넣어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영화에 대한 질문은 간단하게 내용을 묻기만 한 것이었을 뿐 참가자들이 반드시 대답을 할 의무는 없었어요. 저는 이 부분의 방식을 바꾸어 질문을 좀 더 추가할 테니 참가자들에게 게임의 형식으로 참여하시라고 말씀드렸어요. 게임이니 경쟁이 되고 경쟁이 되면 승자가 나오고, 승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선물을 드리겠다는 원칙도 알려드렸죠. 제가 드릴 것이라고는 저의 첫 책뿐이어서 저는 가장 많이 퀴즈를 맞히신 참가자께 사인을 해서 제 책을 드리겠다고 했어요. 부끄러웠지만 작가 타이틀로 운영하는 모임이었으니 제 생각에는 저의 책이 가장 합당한 선물이었답니다. 저의 제안과 선물에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크게 열광하셨어요. 이렇게 룰을 바꾸어 진행하자 두 번째, 세 번째 모임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답니다. 심지어 미리 예상문제를 생각해서 오신 분들까지 나타날 정도였어요. 이 글을 읽고 혹시라도 모임을 하실 분들을 위해 질문이 들어갔던 첫 자료와 게임의 형식으로 바꾼 두 번째 자료를 비교해서 보여드릴게요.

  

아래의 것이 이전 글에서도 보여드렸던 첫 자료예요. 예쁘게 만들기는 했지만 영화에 대한 질문이 간단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래의 것이 두 번째 자료입니다. 첫 번째 자료는 보기에 예쁜 자료를 만드는 것에 보다 치중했다면 두 번째 자료부터는 영화에 대한 질문과 영화를 일상으로 투영하는 질문의 양을 늘리고, 질문의 내용도 훨씬 심화시켰답니다. 확연한 차이가 보이시죠?

처음 영화 모임 운영을 제안받았을 때  제가 이 모임을 통해서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참가자들이 영화를 통해 보다 심화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돕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10년째 '생각훈련 (Train Your Thought)이라는 영화 방송을 하는 취지이기도 했고 방송을 통해 저 스스로가 얻게 된 성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어요. 이제 모임의 포맷을 제가 진행하는 방송의 기본 포맷을 유지하되 조금 변형시켜 진행하게 되면서, 저는 참가자들이 신나서 참여하는 모임, 그러면서도 영화를 투영하여 자신의 일상을 보다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모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포맷으로 진행한 두 번째 날의 즐거운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우승자에게 드린 저의 책과 함께 기념 샷!


두 번째 달을 퀴즈게임과 함께 즐겁게 마감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퀴즈를 진행했던 영화가 로빈 윌리엄스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앵그리스트 맨'이었습니다. 위의 자료에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명대사까지 적어놓은 영화인데요, 이 영화에는 제 인생의 명대사 중 하나(자료의 1번 대사)가 나온답니다.


 제가 그날 드린 추가질문이 있었어요. 질문지에는 만들지 않았지만, 저는 참가자들에게 "당신의 묘비에는 어떤 문구를 새기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드렸어요. 모두들 나름대로 고민하여 답해주셨는데, 오로지 저만은 이 질문에 답을 못했죠. 제가 던진 질문이었지만 답이 있어서 던진 질문은 아니었거든요(보통 저는 제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만들어 답을 생각하려고 애씁니다. 제 첫 책인 '생각훈련 독서법'이 바로 그런 질문들로 가득 찬 책이랍니다).


저는 다음 모임이 있는 날까지 꼬박 한 주 동안 이 질문의 답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저 다운 문구를 생각해 냈어요. 물론 확정은 아닙니다.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더 좋은 문구가 나타날 때까지는 이것이 저의 묘비에 새길 문구로 남을 것 같습니다. 


'강가에 내놓은 아이, 강으로 돌아가다'


평소 저와 친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도 절대로 철이 들지 않는 저를 향해, '강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들의 우려에서 나온 말인 줄은 알지만, 저에게는 가능한 한 죽을 때까지 철들지 말고 모험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주는 말이 되고 말았답니다(그분들께는 조금 죄송한 일입니다). 그러니, 저 문구는 저에게는 안성맞춤인 문구가 되는 셈이죠. 


재미있는 모임이 되어 참가자들의 토론과 대화가 많아지자 저에게까지 모임의 좋은 영향이 온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면서 저는 영화 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성장에 또 다른 모멘텀이 된다는 것을, 너무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절실한 깨달음은 저를 또 다른 아이디어로 이끌어 주었답니다. 이것이 저라는 사람임은 이제 설명 안 해도 아시겠죠? 


세 번째 달이 되었을 때, 저의 모임은 또 한 번 탈피하여 새로운 포맷을 갖추게 됩니다. 참가자들과 저의 윈윈이 빛나게 될 세 번째 달, 저는 어떤 방식을 도입해서 모임을 운영했을까요? 다음 글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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