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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y 21. 2022

도대체 ‘진짜 착한 사람'이란 누구인가(1)

1. 자신이 한 선택을 온전히 책임질 줄 아는 사람

마음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예를 들어 2,300년 전 맹자의 사단론을 들 수 있다. 맹자는 사람은 본래부터 선한 마음을 지니고 있고, 선을 싹 틔우는 네 가지 단서가 있다고 했다. 사단이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다.


<사단>
측은지심(惻隱之心) :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 :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 선악과 시비를 판별하는 마음


<’사람은 참 착해’라는 말의 함정>에서 왜 착한 사람이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는지 풀었는데, 흔히 착한 사람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 쉬운 타인이 보기에 예의가 바르고 매너가 좋은 사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에게 잘 맞춰주어 말이 통한다고 믿는 사람, 순하게 보이는 내 마음에 들도록 순종하며 갈등을 회피하고자 생각을 포기한 사람은 사단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은 객관적이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았다고 공언하는 사람은 자칫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선악과 시비를 판별하기를 두려워하거나(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뚜렷한 관점이나 생각이 부재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이 전형적으로 보이는 태도이다. 스위스 같은 중립국이나 토론을 중재하는 사회자가 아닌 이상, 두 사람이 대화를 할 때 의견을 내뱉는 순간 그 생각은 이미 어느 한 좌표를 찍고 있다. 자신이 중립적이라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는 내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선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은 어쩔 수 없이 생각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악한(?) 사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의견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심판자 역할을 자처하는 이에게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언어 패턴이다.




맹자의 사단론은 다소 거창하게 다가와서 여기에서 착안한 그럼 대체 현실 인간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오랜 관계를 이어갈 만한 내 인생에 보탬이 될 만한 ‘진짜 착한 사람(또는 좋은 사람, 선한 사람)은 누구인지’ 정리했다. 그 기준을 아래처럼 다섯 가지로 꼽았는데, 이번 글에서는 ‘1. 자신이 한 선택을 온전히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례를 들어서 생각해봤다.


1. 자신이 한 선택을 온전히 책임질 줄 아는 사람(제 본분을 다하는 사람)

2.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1)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2)

3.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약점을 인정하는 사람)

4. 말에 일관성이 있는 사람(겉과 속이 일치하는 사람)

5. 생각을 멈추지 않고 옳다고 믿는 바를 조금씩 실천하는 사람




1. 자신이 한 선택을 온전히 책임질 줄 아는 사람(제 본분을 다하는 사람)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하나가 아니잖아. 결혼했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차단되는 게 아니라고. 선우를 사랑하는 감정과 다영이를 사랑하는 감정이 서로 다른 색깔인데 내가 미치겠는 건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거야.” _드라마 <부부의세계> 3화 이태오 대사 중에서


“그래, 실수한 건 인정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가족까지 버릴 생각은 없었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_드라마 <부부의세계> 5화 이태오 대사 중에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일명 사빠죄아’라는 명대사를 남긴 드라마 <부부의세계>를 보고 불륜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간단하게 내 생각의 핵심을 말하자면 결혼을 하고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이태오의 말 대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다. 하지만 불륜을 저지르면서 가족을 버릴 생각은 없었다는 생각은 개인의 망상이며 지나친 욕심이라는 분명한 ‘죄’이다. 이태오의 말은 거의 다 맞다. 사람 마음은 하나가 아니며 결혼했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차단되지도 않는다. 나도 결혼생활 동안 일 때문이거나 오가며 새롭게 알게 된 남성 중 멋있다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식사라도 한 번 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여러 명 있다. 결혼과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이기에 결혼이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저 ‘아쉽다’ 정도로 생각하는 데 그쳤는데, 무엇보다 나를 신뢰하는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나름 결혼의 장점과 혜택을 누리는 데 만족하고자 했으며, 사회적인 지탄을 감수하는 고생과 시간적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배우자의 신뢰를 완전히 깨고(즉, 결혼생활이 실제로 파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태오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최소한 전 재산과 아이가 있다면 친권, 양육권 등은 전부 배우자에게 넘기고, 자식이 원한다면 앞으로 자식은 평생 보지 않을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불륜 이전에 결혼도 자신이 한 선택이다. 사랑에 빠진 게 죄가 아니듯이 배우자도 당신과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 게 죄는 아니라서 당신의 선택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 고통 받아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사업이 망해서 파산을 했으면 형편에 맞게 집의 규모를 줄이고 적응해서 사는 게 맞다. 착한 마음을 지닌 자식의 죄책감을 자극해서 대신 빚을 변제하도록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살던 집을 고수하는 행동은 뻔뻔한 짓거리다. 물론, 가족을 위해서 온 가족이 좀 더 잘 살고자 좋은 의도에서 벌인 사업이 잘 되지 않은 일은 안타깝지만, 현재 해야 할 일은 차근차근 빚을 탕감해서 신용을 회복해서 경제적으로 떳떳해지는 일이다. 고급 외제차며, 집이며, 골프 회원권 등을 자식 명의로 해서 여전히 누리는 그럴 싸해 보이는 삶은 거짓이고, 몰염치하게 타인에게 기생하는 삶이다. 차도 팔고 집도 팔고 골프 회원권도 반납해서 개인파산 절차부터 마무리 짓고, 자식 명의의 은행계좌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서 벗어나서 이 모두를 자신의 이름으로 돌려놓고 정상적인 금융 활동이 가능한 상태를 목표로 하는 것이 내가 한 선택을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다. 허술한 법망을 악용하고 자식에게 의존해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근근하게 살아가고자 한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인간이기를 포기한다면 뻔뻔한 낯짝으로 참 놀라운 일들을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지만, 내가 한 선택에 나 몰라라 하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한편, 아무리 부모라지만 부모의 선택으로 벌어진 안타까운 일에 지나치게 개입해서 해결하려는 즉,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도 착한 사람(좋은 사람, 선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은 참 녹록지 않다. 하는 일과 감당하는 스트레스, 각종 물가와 집값 상승에 비하면 내 급여는 쥐꼬리만 하고 매년 하는 임금 협상은 협상인지 통보인지 이해불가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도, 출퇴근도 고역이고 거의 다 하기 싫은 일뿐이고 동료나 상사, 거래처 직원까지 누구 하나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은데, 유난히 ‘나는 이 회사가 싫소. 그러니 함부로 일을 시키지 마시오. 나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오.’와 같은 분위기를 말과 행동에서 여과 없이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옆에 잠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지고 의욕을 갉아먹는, 강력한 무기력감을 전염시키는 흡혈귀 같은 사람이다. 일을 하다 보면 거의 항상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어떤 때는 억울해도 참는 편이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한 최선일 때도 있고, 아주 드물게 몸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어떻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지?’ 싶은 사람과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은 하루 8시간 근무에 1시간 휴게시간, 급여, 업무 내용 등 근무 조건을 분명히 인지하고 이 회사를 ‘선택’했다. 그럼, 사용자(회사)가 계약서에 명시한 대로 이행한다면 근로자인 나도 최소한 하루 8시간은 충실하게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이지 않을까. 내가 너무 노예근성인 걸까. 초과 근무나 관련 없는 업무를 지시한다면 불합리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근무 시간 동안은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 기여하거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민이 내가 할 일이지, 어떻게 하면 일을 덜 하고 회사에서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그래 봤자 급여(내가 취할 수 있는 이익)는 거기서 거기다), 어차피 급여는 거기서 거기니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농땡이를 피울 수 있을까, 정직원은 쉽게 해고할 수 없다는 법을 악용해서 적당히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는 요령을 피울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근무 태만이다. 물론, 사람이 항상 성실하고 업무에 충실할 수만은 없고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 또한 개인의 선택이지만 한 번 빠진 근무 태만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면, 그때야 말로 회사를 떠나서 다른 일을 도모할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서 종일 회사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결코 회사를 떠나지 않는(못하는) 사람도 좋은 사람(착한 사람, 선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진짜 착한 사람'이란 누구인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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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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