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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May 25. 2022

도대체 ‘진짜 착한 사람'이란 누구인가(2)

2.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2)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결코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고 해결하려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얼핏 생각하기에는 책임감이 강하고 독립적이며 멋있고 심지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타인을 신뢰하지 않기에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오만한 사람이다(내가 이런 성향이 강했고, 현재는 이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누구보다 잘 안다). 의존적인 성향의 사람과도 잘 맞는 편인데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의존적인 사람을 한지에 물이 조금씩 스며들듯이 의존하는 성향을 더 부추기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일종의 길들이기로 무력감에 이르게 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앞에서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했듯이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자식에게 이 같은 악행이자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요새도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소개서의 단점을 묻는 항목에 무난하게 ‘완벽주의’를 드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진짜 단점을 감추고 대신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단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완벽주의도 얼핏 부정적임을 가장한 긍정적인 표현 같지만, 달리 말하면 제멋대로 하고 싶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며 더 나아가서 독불장군이 될 잠재력을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회사생활과 업무에서는 이 점을 강력한 장점으로 발휘할 수도 있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가까운 친분 관계를 형성할 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실수도 좀 하고 단점이 무엇인지 알겠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는 법이다(매번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만). 이런 사람에게 우리는 ‘인간미’를 느낀다. 반면, 찔러도 피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을 우리는 때로 냉혈한이라고 일컫는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다’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이도 지나치면 자기애(自己愛)는 과도한 반면 타인은 뭘 하더라도 상관없는 무관심하다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더 흥미로운 점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다’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말한 그대로 실제로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은 내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드물었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본인은 아니라고 굳건히 믿지만) 타인에게도 엄격해서 타인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상처를 잘 받고, 조금이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 못 견뎌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한다. 순하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독선적인 독재자의 기질이 다분하고, 모든 순간 그렇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순간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자꾸 내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글을 쓸수록 몸에 걸친 옷을 한 겹, 두 겹, 세 겹 발가벗는 기분이라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사람’은 때때로 타인에게 도움을 받고 의존하는(기대는) 일에 관대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만큼 타인도 신뢰하기 때문에 즉, 자신에게 관대한 만큼 타인에게도 관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자기 인생의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사람을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내는 사람이라고 한정하니 그럼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이유 즉,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살 수 있는 사람은 착한 사람(좋은 사람, 선한 사람)이 아닌가라는 모순에 봉착했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자의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불행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누구에게나 불쑥 얼굴을 내민다. 어느 불행한 상황에 처해서(돌아보면 전화위복이라고 오히려 그 지인에게 잘 된 일이지만) 인생의 바닥을 거닐고 있는 지인은 ‘그럼, 그 일은 누구에게 벌어져야 하는 건데요. 왜 ○○ 씨에게는 그런 일이 닥치면 안 되는 건데요.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에요’라는 말에서 묘한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나에게 닥친 불행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순간 변화는 일어난다. 자기 인생의 핸들을 다시 쥐고 가고 싶은 대로 운전할 내면의 힘을 발현하기 시작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도움을 주는 일 못지않게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이, 노인, 환자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의 돌봄이 절실하고 당연한 시기를 경험하곤 한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타인의 도움을 기꺼이 받되 그 도움을 발판 삼아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기꺼이 스스로 하고, 계속 자립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결국에는 자기 인생의 중심을 잡는 데 도달할 것이기에 착한 사람(좋은 사람,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감정에 충실하게 때로는 비탄과 절망에 잠겨서 타인과 세상을 죽어라 원망하더라도 결국은 벗어나서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앞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자식에게 기생해서 사는 부모를 언급했다.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아 파산신청을 한 뒤 형편에 맞게 거주 환경을 바꾸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차근차근 빚을 갚는 노력을 기울이며 정상적인 금융 활동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도 착한 사람(좋은 사람,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공자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말했는데, 서른 살이 되어 자립(自立)한다는 의미이다. 이립(而立)이란 학문(學問)이나 견식(見識)이 일가(一家)를 이루어 도덕상(道德上)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다. 옛날에는 서른 살을 가정(家庭)과 사회(社會)에 모든 기반(基盤)을 닦는다는 나이로 본 모양이다. 공자는 마흔을 불혹(不惑),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 쉰을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예순을 이순(耳順), 사려(思慮)와 판단(判斷)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 일흔을 종심(從心),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라며 배움이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익어갔는지 보여주었다. 즉, 내 인생의 중심을 잡고 스스로 서려고 하는, ‘나 답게’ 살려는 노력은 평생을 기울여서 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5. 생각을 멈추지 않고 옳다고 믿는 바를 조금씩 실천하는 사람’과도 연결되는데, 궁극적으로는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고 성장하려는 사람이야말로 착한 사람(좋은 사람, 선한 사람)이구나 싶다.



<도대체 ‘진짜 착한 사람'이란 누구인가> 시리즈


1. 자신이 한 선택을 온전히 책임질 줄 아는 사람(제 본분을 다하는 사람)

2.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1)

   자신의 인생에서 중심을 잡고 (최소한)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사람(2) - 현재글

3.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약점을 인정하는 사람)

4. 말에 일관성이 있는 사람(겉과 속이 일치하는 사람) - 작성 예정

5. 생각을 멈추지 않고 옳다고 믿는 바를 조금씩 실천하는 사람 - 작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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