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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02. 2022

자유롭고 홀가분한 70대 할머니가 된 기분입니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기쁨과 행복

어느 평범한 중년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경제적 책임을 다 하는 남편과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다섯 명이나 말이죠.

요즘 시대에 아이가 다섯 명이라니 평범하다는 말은 도로 집어넣겠습니다.

다복한 가정이네요.


그녀의 남편은 결혼생활 내내 매번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이번에도 결국에는 넘어가 주리라 알고 있고, 아내도 남편이 이제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잘 알고 있습니다.

둘 사이에는 희한한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난 거죠.

둘 중 누구도 먼저 나쁜 고리를 끊을 용기를 내지는 못하고 있고요.

다복한 가정이라는 말도 도로 집어넣겠습니다.


아내는 매번 말합니다.

막내가 스무 살이 되는 해 1월 1일에 이 집을 떠나서 자유를 되찾겠다고요.

남편은 ‘설마 그러겠어? 그냥 좀 힘들고 지치니까 하는 말이겠지’라며 아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듣습니다.


마침내 막내가 스무 살 성인이 되는 해가 찾아오고

아내는 짐 가방 하나만 들고 정말로 홀연히 집을 떠납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누누이 말해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킵니다.


일곱 식구가 살던 대궐 같은 집을 떠나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장만한 소중한 작은 집에서 비로소 홀가분해진 몸을 뉘입니다.

‘아~ 자유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힘든 시간을 감내하며 묵묵하게 의무와 책임을 다한 고생한 자신을 양팔로 살포시 감싸 안아줍니다.

가족에게 붙들려서 가슴 깊이 꾹꾹 눌러온 하고 싶은 일들에 이제 하나씩 도전할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하하하하하하 소리 내어 웃음이 터집니다.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둔 응어리를 전부 토해낼 듯이 한번 터진 웃음은 멎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배 근육이 끊어질 만큼 웃고 웃고 또 웃다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듭니다.

만면에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자유를 찾아서 가족을 홀연히 떠나버린 6~70대 할머니가 가질 법한 감정 상태이다. 비로소 자식을 다 키우고 가족을 향한 짓눌린 책임감에서 벗어나서 내 마음대로 살겠다며 40년 가까이 살아온 집을 미련 한 점 없이 훌쩍 떠나버린 노년의 여인 말이다. 나의 윗세대나 그 윗세대 여인들처럼 아내를 구박하면서도 어린애처럼 돌봐 주기를 바라는 변덕을 죽 끓듯이 하던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영감을 먼저 여의고, 혼란과 충격, 슬픔의 시간을 지나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뎌 난생처음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자유롭고 홀가분한 할머니가 된 기분이다.


고작 서른 중반에 무슨 애늙은이처럼 일흔 노인이 할 법만 생각과 말을 하는가 싶겠지만, 상처와 아픔인 줄로만 알았던 이혼이 계기가 돼 너무 늦지 않게, 남은 내 인생의 가장 빠른 날에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충만하고 행복한 감정을 깨닫는 축복을 누리게 될 줄 과연 누가 알았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홈스(Thomas Holmes)와 라헤(Richard Rahe) 박사에 따르면 미국인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겪는 사건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했을 때, 1위는 배우자의 죽음으로 이때의 스트레스 정도를 100으로 보았을 때, 2위는 이혼으로 스트레스 정도는 73이라고. 나에게 이혼은 사십 대, 오십 대를 건너뛰고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육십 대, 칠십 대에 다다라서 노년에 접어들었을 때야 비로소 느낄 만한 감정을 겪어낸 기분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 나이에도 도저히 감당이 잘 되지 않는 칼로 도려내는 듯한 아픔과 묵직한 슬픔을 삼십 년 세월을 당겨서 경험한 것만 같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촘촘하게 서서히 겪어야 할 감정을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일시에 두드려 맞으며 세월을 절약한 듯한 마음마저 든다.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할 줄 알았던 거센 폭풍우를 무사히 견디고 나니, 남은 인생은 때때로 덤처럼 의연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며 새롭게 주어진 눈부신 하루에 감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타인에게 도움이 된 행복하고 충만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또 감사한다. 때때로 외로운 감정이 엄습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애써 외면하고 이성과 감성이 따로 놀며 갈팡질팡 하는 모습에 혼란스럽고 상처 받으며, 오히려 같이 있어서 단전에서부터 외로움이 사무치고 뼛속까지 시려서 덜덜 떨던 암흑의 시절을 떠올리면 이 고독마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른다. 침부터 저녁까지 일과 운동, 독서와 지인들과 교류 등으로 꽉 찬 분주한 하루를 보내는데도 태어나서 지금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운 적이 없다.



총 2개의 글로 구성했습니다


[다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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