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펄 Feb 08. 2024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 친밀한 관계에서 보이는 차이는?

애착 유형별 성인 특징(안정/저항/회피/혼란)

<멋진 신세계>에서 델타 계급의 생후 18개월 아기들이 독서와 자연을 혐오하도록 책과 소음, 꽃과 전류 쇼크를 연합하는 학습 훈련을 200번 반복한다(관련 글: 상처 많은 사람은 왜 불행한 사랑에 빠질까). 그런데 만일 어떤 때는 혐오 자극을 제시하고, 또 어떤 때는 혐오 자극을 제시하지 않는 식으로 비일관적으로 연합 학습을 시행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향유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다. 만일 비일관적으로 어떤 때는 혐오 자극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아기들은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을 끝내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아름다움을 즐기는 알파 계급과는 달리, 언제 혐오 자극이 주어질지 모르니 긴장하고 불안한 마음에 온전한 아름다움을 향유하지는 못하고, 대신 이 한정된 시간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기에 장미와 책을 향한 집착과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혼란감은 더 커졌을 것이다.


이때 델타 계급 아기들의 아름다움을 향한 양가적인 감정과 헷갈림, 집착은 애착 유형 가운데 불안정 애착에서 나타나는 반응과 비슷하다. 더 구체적으로는 불안정-저항(양가) 애착이다.




‘애착(attachment)’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특별하고 긍정적인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아이와 부모(양육자) 사이에 형성되는 강한 정서적 유대이다. 한마디로 자식-부모, 부부, 연인 등 매우 친밀한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과 드러나는 행동, 태도가 애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 특히, 친밀한 관계를 점검하고 돌아볼 때 자신의 애착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다. 왜냐하면 인간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능력은 대체로 부모와 형성한 애착관계를 바탕으로 발달하고 확장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가정환경과 성장 배경을 그 사람의 부모의 직업과 교육 수준, 거주 지역과 거주지 형태, 부모의 재산 정도와 이혼 여부, 부모의 성격과 성향, 종교 등 드러난 요소만으로 섣불리 짐작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궁극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은 부모와 어떤 애착 관계를 맺고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애착 유형의 세대 간 전달은 .62의 높은 상관관계(Ainsworth & Eichberg, 1992)를 나타내고 있으며, 따라서 자식은 높은 확률로 부모의 애착 유형을 닮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애착 유형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애착은 크게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으로 구분되며, 불안정 애착은 저항형(양가형), 회피형, 혼란형으로 구분된다.


<멋진 신세계>를 예를 들어 비유적으로 설명한 불안정-저항(양가) 애착의 특징부터 살펴보면,


■ 불안정-저항(양가) 애착

저항애착의 성인은 친밀한 관계에서 과도한 관심과 지지를 받고자 하며 지나친 친밀감을 요구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보인다. 감정을 과도하고 격정적으로 표현하며,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적고 사소한 상처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애착 대상의 필요를 느끼면서도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며, 의존감과 적개심이 뒤섞인 양가감정을 나타낸다.


저항애착의 근본 원인은 어린 시절 부모가 기분에 따라서 다르게 반응하는 비일관적인 양육 환경에서 비롯한다. 부모가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칠 때는 아이에게 잘 대해주다가 어떤 이유로든 자신이 기분이 나쁜 날에는 아이에게 무표정하고, 아이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으며 심지어 아이를 귀찮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는 사랑하는 부모에게 사랑받고 관심을 끌고자 과도한 애착 행동을 나타낸다. 때때로 무반응인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고,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랑을 자주 확인받고 과도하게 의존하고 싶어 하며, 한편으로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부모에게 분노감과 적개심을 느끼기도 한다. 부모에게 온전히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이것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불안함은 부모가 필요하고 좋으면서도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부모가 싫고 멀리하고 싶은 양가감정으로 드러나 성인이 돼 연애/결혼을 할 때도 그대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갈등 상황에서 갑자기 도망치고, 외롭지만 혼자가 편하다고 알려진 ‘회피형 인간’은 정말 회피 애착을 나타내고 있을까? 학문적으로 정의한 불안정-회피 애착의 특성을 살펴보자.


■ 불안정-회피 애착

회피애착의 성인은 친밀한 관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독립심을 나타낸다. 모순적이게도 친밀한 관계에서 친밀함을 불필요하며, 애정 감정을 불편하게 느끼고, 정서 표현은 제한적이다.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마치 위안을 제공하는 사람이 필요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일상적으로 자족하는 태도를 보이며 애착과는 거리를 두는 편이다.


회피애착의 근본 원인은 아이를 향한 주양육자의 거부적인 태도에서 비롯한다. 양육자는 대체로 아이와 신체 접촉이 거의 없고 아이의 요구나 감정에 무감각하며, 심지어 화를 내거나 초조해하며 아이에게 거부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랑과 공감, 이해, 위안을 받고 싶은 아이의 욕구가 부모의 거부적인 태도로 번번이 좌절되면서 거절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밀한 관계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대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회피형 인간은 부모에게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것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차피 안 돼'라는 생각이 굳어져 애착 욕구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습관이 성인까지 이어진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 불안정-혼란 애착

혼란애착의 성인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책략이 부재하다. 친밀한 관계에서 심하게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나타내며, 애착으로부터 고립될 우려가 있다. 영화 <어느 가족>의 유리가 친부모와 맺고 있는 관계가 혼란애착이라고 할 수 있다(관련 글: 상처 많은 사람은 왜 불행한 사랑에 빠질까).


혼란애착의 근본 원인은 학대하는 양육 환경에서 비롯한다. 아이는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정서적 학대, 극도의 방임 등을 겪으며, 주양육자를 끔찍하게 두려워한다. 부모는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친밀하고 안전해야 할 피난처가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심리 상태를 학습하게 된다.



학대와 방임의 차이는 무엇일까?

학대는 양육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더’ 하는 것, 방임은 해야 할 것을 ‘덜’ 하는 것이다.

- 학대: 부모가 할 수 있는 권한 이상의 행위이다. 신체적, 성적, 정서적/심리적 학대를 포함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함이다.

  방임: 부모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 이하의 행위이다. 신체적, 심리사회적 방임을 포함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둠이다.



마지막으로 원만하고 안정적인 인간관계의 기틀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정 애착의 성인은 어떤 모습을 나타낼까?

 

■ 안정 애착

안정애착의 성인은 친밀한 상대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친밀감과 독립의 욕구를 잘 조절한다. 친밀한 상대에게 자신의 욕구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긍정적으로 반응하리라고 기대한다. 만일 자신의 감정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면 다른 사람에게 적절한 위로와 위안을 구하고, 이때도 애착 대상이 자신에게 정서적으로 잘 반응하리라고 확신한다. 안정애착의 성인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 욕구, 동기, 의도, 생각, 태도 등을 헤아리고 자각하는데 능숙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은 궁극적으로 주양육자가 유아의 욕구와 감정에 얼마나 일관적으로 민감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응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안정애착은 기본적으로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펴 요구에 바로 반응을 보이는 안정적인 상호작용에서 비롯한다. 이때 엄마는 성인인 자신이 아니라 아이의 관점에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의 욕구에 알맞게 반응을 조율한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해 부과하기보다 아이의 긍정적, 부정적 감정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반응을 나타낸다.




나는 불안정애착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불신감, 부정적인 반응 기대, 낮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심어 준 부모님이 원망스럽다고? 다행인 건 누누이 강조하듯이 사랑 즉, 인간관계는 학습의 결과이므로 애착 관계도 고정불변하고 절대적이지 않다. 부모로부터 의도치 않은 학습으로 불안정애착을 형성했다면 이제는 안정애착을 바탕으로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타인들로부터 재학습을 받아 얼마든지 친밀한 사이에서 원만하고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애착관계 형성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지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과 인생 선배, 좋은 동료에게서 가정에서 부재했던 새로운 형태의 애착관계를 배우고, 체득할 수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