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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Feb 12. 2024

애착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한 이유는?

에인스워스의 낯선 상황 실험

앞에서 애착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고 했는데 그 이론적 토대는 무엇일까?


‘낯선 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 Procedure, Ainsworth et al., 1978)’은 애착의 유형을 관찰한 대표적인 연구이다. 발달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가 1970년대 진행한 이 실험은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실험은 구조화된 상황에서 아이는 약 21분 동안 놀이를 하고 양육자(엄마)와 낯선 사람이 실험 절차대로 놀이방을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동안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실험에서는 ①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등의 탐색 활동 정도, ②엄마와 분리되었을 때 아이의 반응, ③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 정도, ④엄마와 다시 만났을 때 보이는 아이의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8단계로 구분된 실험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엄마와 아이는 장난감이 있는 놀이방(실험실)으로 들어간다.

2.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엄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 엄마는 아이의 놀이에 관여하지 않지만, 엄마가 곁에 있을 때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어떤 탐색 활동을 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3. 낯선 사람이 들어와서 엄마와 이야기하며 아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엄마는 조용히 방을 나간다. 이 단계에서는 낯선 사람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4. [첫 번째 분리] 낯선 사람이 아기의 행동에 맞춰 반응하고 상호작용한다. 아이의 분리불안 정도를 관찰할 수 있다.

5. [첫 번째 재회] 엄마는 돌아와서 아이를 반기고 (아이가 울고 있다면) 달랜다. 낯선 사람은 방을 나간다. 이 단계에서는 엄마와 재결합했을 때 아이의 반응을 알 수 있다.

6. [두 번째 분리] 엄마도 방을 나가고 아이는 혼자 남는다. – 분리불안 정도 관찰

7. [두 번째 분리의 연속] 낯선 사람이 들어와서 아이를 달래고 진정시킨다. 낯선 사람에게 진정되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8. [두 번째 재결합] 엄마가 다시 돌아와서 아이를 반기고 달래며 아이가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낯선 사람은 조용히 방을 나간다. – 재결합에 대한 반응



각 단계에서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력을 발휘해 만일 내가 다시 만 1~2세 아기로 돌아간다면 각 단계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면, 부모와 형성한 애착 관계와 자신의 성향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에인스워스는 이 실험에서 나타난 아이의 반응에 따라서 애착 유형을 ①안정형, ②불안정-회피형, ③불안정-양가형(저항형)으로 구분했고, 이후 동료인 메인(Main)이 ④불안정-혼란형을 추가해 지금은 애착 유형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실험에서 관찰한 아이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 안정 애착: 연구 대상의 약 65%

엄마가 곁에 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자 엄마와 쉽게 분리된다. 엄마를 안전 기지로 삼아 주변 환경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낯선 사람보다 엄마를 뚜렷하게 선호한다. 

엄마의 존재에 매우 민감해서 엄마가 방을 떠나면 예민하게 자각한다. 엄마가 떠나면 저항하거나 쫓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가 돌아오면 쉽게 다시 진정되고 시선을 맞추며 엄마를 반긴다. 

주변 탐색과 엄마와의 접촉 모두 원만하게 번갈아 한다. 불안, 위협을 느낄 때는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위안을 얻고, 안정감을 찾으면 다시 자신 있게 놀이 활동과 탐색에 몰두한다.


엄마는 평소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펴 요구에 바로 반응을 보이며 안정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아이는 양육자가 언제든 도움을 주고, 정서적 반응을 보이리라 확신하는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다.




■ 불안정-회피 애착: 연구 대상의 약 20%

낯선 상황에서 엄마가 어디 가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분리할 때도 불안해하거나 울지 않는다. 엄마가 없어도 그다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탐색하고 노는 데 집중한다.

엄마와 재회할 때도 무관심하게 돌아서며, 안아주면 내려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는 평소 아이의 요구와 감정에 무감각하며, 신체 접촉이 거의 없고, 접촉과 위안을 바라는 아이의 시도에 거부적인 태도를 나타낸다. 아이는 양육자의 거부를 예상하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양육자와의 접촉을 회피하며, 다른 활동에 집중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부모가 힘들지 않게 떼쓰거나 보채지 않고 마치 어른처럼 혼자서도 잘 노는 착하고 순한, 손 많이 안 가는 의젓한 아이는 실은 의도치 않은 부모의 반복된 거부적인 태도 때문에 부모에게 사랑받고 의존하고 싶은 욕구를 포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는 것으로 거절에 따른 고통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불안정-저항(양가) 애착: 연구 대상의 약 10~15%

낯선 환경에서 엄마가 곁에 있어도 탐색과 놀이는 거의 하지 않고 불안해하며 엄마에게 집착한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엄마와 분리할 때 심한 분리불안을 나타낸다. 

엄마와 재회할 때 쉽게 진정되면서도 달래주면 화를 내며 차고 매달리는(kick-and-cling) 양가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렸을 때 울보였다고 친척어른들이 지금까지도 놀리고, 내가 생각하는 부모님과의 애착 관계, 연애 패턴과 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나는 아마도 이 유형에 해당하는 것 같다. 만 1세의 내가 실험에 참가했다고 상상해 보면 엄마가 떠나지 않고 놀이방에서 곁에 있어도 낯선 환경에서 엄마가 갑자기 사라질까 봐 놀이 활동을 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엄마를 예의주시하고 계속 곁을 맴돌았을 것 같다. 낯선 사람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하고, 엄마가 방을 떠나서 낯선 사람과 단 둘이 남겨지면 참았던 불안감이 극대화하면서 큰소리로 울고 낯선 사람의 노력에도 잘 진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돌아와서 달래면 안도감을 느끼는 한편 두려워하는 나를 두고 가버린 엄마가 원망스러워 너무 울어서 체력이 방전되기 전까지 더 큰소리로 울며 차고 매달렸을 것 같다.


저항애착의 양가적인 반응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불안감을 느끼는 환경에서 어떤 때는 위안을 느끼도록 엄마가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어떤 때는 신경 쓰지 않고 무관심하게 방치하는 식으로 비일관적으로 대응한다면, 엄마가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잘 달래며 제대로 반응을 하더라도 아이는 엄마를 붙들어두는 것으로 자신을 예측불가한 불안,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전략으로 오히려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매달리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처럼 저항애착은 평소에 부모가 기분에 따라서 아이의 요구와 감정에 비일관적으로 반응한다. 아이는 불안, 고통을 느꼈을 때 양육자에게 위안을 구하기보다 (부모로부터 충족되지 못한 애정, 안전 욕구 때문에) 좌절하며 분노하고 집착한다.




■ 불안정-혼란 애착: 연구 대상의 약 5~10%

불안정 애착의 가장 심한 형태로 회피 애착과 저항 애착의 결합 형태이다.

다가가는 행동, 회피 행동, 저항 행동을 번갈아 한다.

엄마와 재회할 때 안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다가가다가 갑자기 돌아서서 도망가거나, 다가가다가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엄마가 안아주어도 얼어붙은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기도 한다. 엄마를 끔찍하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양육자는 아이에게 평소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정서적 학대 등을 가하고, 극도로 방임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이는 주양육자를 두려워하고, 안전해야 할 피난처에서 오히려 불안감과 해결책 없는 공포심을 느낀다.

이때의 주양육자는 해소되지 못한 치명적인 상실이나 트라우마를 겪거나 심각하게 우울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반응한 비율이 높다. 아이의 애착 욕구가 엄마 또는 아빠의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해 아이에게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애착 유형이 대물림된다.




정리하면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은 궁극적으로 주양육자가 유아의 욕구와 감정에 얼마나 일관적으로 민감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응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가 울고 보챌 때마다 안아주면 더 울고 버릇이 없다고 내버려 두는(방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부모가 평소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선천적으로 기질이 예민한 아이를 돌보는 것은 육아의 난이도가 더 높지만, 울고 보채기는 언어적인 의사 표현이 미숙한 아이의 엄연한 감정 표시이므로 할 수 있는 한 그 욕구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적절히 반응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한 사람은 친밀한 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상대에게 적절히 표현하고, 상대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기대하며, 위로가 필요할 때는 적당히 의존하면서 독립과 의존의 욕구를 순조롭게 오가며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사람은 친밀한 관계라도 상대를 불신하고 자신감이 낮으며, 상대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괜찮은 척 감정을 억압하고 회피하거나, 부적절하게 과도한 감정 표출을 하며 과하게 의존적이거나 지나치게 독립적인 경향이 있다.


한편, 낯선 상황 실험은 부모-아이의 정서적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애착 이론 발전에 기여했지만, 만 1~2세 영유아를 둔 중산층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실험 대상의 한계와 실험 환경이 인위적이며, 엄마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전반적인 애착 유형을 측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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