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펄 Jul 01. 2024

요즘 세대의 결혼이 불행해지는 이유

불행한 결혼의 구체적인 속사정

*이전 글: https://brunch.co.kr/@smilepearlll/398/


결혼은 ‘서로’ 이해하고 존중, 배려하는 것인데, 불행한 결혼은 한쪽은 변할 의지와 노력이 전혀 없으면서 상대방에게는 자신과 자신의 집안은 ‘원래’ 이렇고, 결혼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며 결혼의 덕목인 이해와 존중, 배려를 일방적인 강요하고는 한다. 불행한 결혼은 비흡연자와 살면서도 당당하게 실내 흡연을 고집하는 몰상식한 경우처럼, 비상식이 상식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사소하게는 결혼 전에는 너희 둘만 잘 살면 된다던 부모님이 며느리(또는 사위)에게 매주 연락하고 만나기를 요구한다거나, 술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알고 보니 매일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하는 알코올의존증이라든가, 다정한 줄 알았더니 사랑은 두 개까지라며 두 집 살림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선포를 한다든가, 가정주부로 살기로 하고선 만날 쇼핑과 게임에 빠져서 집안일과 육아는 뒷전이라든가, 부모님이 이혼한 뒤에 10년 넘게 명절에 외식을 했다더니 큰아들이 결혼하자 갑자기 우리 집안도 다시 차례와 제사를 지내겠다고 선언을 한다거나…… 무슨 난센스 코미디처럼 터무니없고 기상천외한 현실에 당면하게 된다.


사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에 아버지가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상이었던 것처럼, 며느리가 시부모님께 매일 안부 인사를 여쭙는 것, 며느리가 집안 대소사와 제사를 챙기는 것, 남편이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든, 누구를 만나고 다니든, 몇 명의 여자와 혼인관계를 맺든 아내는 군말 없이 수용하는 것 등은 옛날의 가치관으로는 결혼은 ‘원래’ 이런 것이라는 주장이 맞다. 하지만 세상과 시대는 변해서 이제는 비흡연자를 배려하지 않고 실내 흡연을 하는 행위는 이기적인 것처럼 여성(또는 배우자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유지되는 결혼생활은 당연하지 않다. 사람의 감정과 마음은 불변이 아닌지라 결혼을 해도 다시 누군가와 얼마든지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우리는 법적으로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를 채택한 나라의 문화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결혼을 선택했다면 일부일처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물론, 결혼은 법적제도이기도 하지만 개인과 개인 간의 약속이기도 하므로 두 사람 사이의 허락과 승인이 있다면 시부모님 또는 장모님, 장인어른과 같이 거주할 수도 있고,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집안대소사와 차례, 제사를 며느리가 주도적으로 챙길 수도 있으며, 심지어 배우자가 동의한다면 결혼을 하고도 애인을 몇 명을 사귀든,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명품 구매로 소비하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엄밀하게 이는 오늘날의 가치관으로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므로 결혼을 했다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누구나, 무조건 수용할 수 있거나, 상대의 의사에 반해서 함부로 헌신과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다시 흡연에 비유해 이야기해 보자면 아마도 상대방이 흡연자라는 사실은 결혼 전에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집에서 담배 냄새를 맡고는 그가 집안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당연히 집 밖에서 담배를 피우리라 생각했고(비흡연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상식이니까), 그래서 이를 주제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고, 담배가 이혼까지 이어질 만큼 큰 갈등 요인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일 집안에서 계속 흡연을 하겠다는 배우자에게 ‘결혼하면 당연히 밖에서 담배를 피울 줄 알았다’라고 항변한다면 골초와 결혼하면서 집안에서 담배 냄새나는 정도는 예상했어야 한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본질을 흐리며 내 탓을 하는 절망적인 답변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결혼이란 원래 그런 거'라는 그럴싸한 자기합리화는 이기적이고 뻔뻔한 궤변에 불과하다. 흡연 갈등을 좁히지 못해서 이혼까지 고려하는 상황에 다다르면 결혼 전, 상대방이 결혼 이후에도 실내 흡연을 지속할지 확인하고 협의하지 않는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게 되지만, 상식적으로 담배는 건강에 해롭고 비흡연자인 내가 견디지 못할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 결혼하고서도 집안에서 흡연을 고집할 것이라고 먼저 밝히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상대방을 기만하고, 처음부터 존중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이를 예상하지 못해서 말하지 않았다면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없고 시대의 가치관에 뒤떨어졌으며, 사리(옳고/그름)에 밝지 못하고 변화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니 이 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변치 않는 사랑은 없지만 변치 않는 사람은 흔하다. 이 단계에 이르면 결혼한 것이 아니라 사기당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실내 흡연에 비유했지만 앞에서 언급한 구체적인 사례들은 결혼 전, 묻거나 확인하기 전에 먼저 털어놓고 합의하거나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사안이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속박하며 무조건 강요하고 감당하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상대방도 나만큼이나 자유롭고 싶고 속박받기 싫으며 귀찮은 일은 접어두고 즐거운 일에 몰두하고 싶은 지극히 평범하고 속물적인 인간이다. 그 또는 그녀의 이해와 존중, 배려는 무한하지 않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사랑은 상대방의 좋은 면모(장점)에 반해서 시작하지만, 이별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아무리 노력해도 수용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 하나의 단점에서 비롯한다. 그 이면에는 거짓됨과 자기 기만에 따른 신뢰할 수 없음, 불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변하기는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타락하기는 한순간이다. 비상식적인 환경에서 상식적인 사람이 비상식적으로 변하기는 너무 쉽다.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과 내가 속한 환경이 비상식적이고, 내가 계속 나쁜 방향으로 변해간다고 느낀다면, 사랑과 헌신이라고 믿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그만두고 벗어나야 한다. 결혼을 했더라도, 부모-자식 관계의 가족이라도 말이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



이전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