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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16. 2024

언제 첫 섹스를 해야 할까요?

섹스에 대하여 ③ - 여성들을 향한 섹스 잔소리

여기서부터는 섹스에 대한 자기 주관이 없거나 약한 여성들을 향한 잔소리가 될 것 같다.


‘사랑하니까 만지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같이 자고 싶고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야’, ‘나 못 믿어?’, ‘밖에 사정하면 괜찮아. 내가 잘 조절할 게. 나 믿지?’, ‘콘돔 하면 느낌이 별로야. 사랑한다면서 이 정도도 못 해 줘?’ - 일단 이건 다 개소리라서 모조리 무시해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질외사정이나 콘돔 거부를 주장하는 성과 관련된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사람은 아직 섹스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섹스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다. 사랑하고 좋아해서 스킨십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모든 감정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으며,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스킨십과 성관계는 매 순간 선택의 영역이다.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상대방의 모든 욕구와 기대,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이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여성들 가운데 사랑과 신뢰 운운하는 상대의 말에 마음이 약해져서, 사랑하는 상대가 원하니까,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서, 상대방이 좋아서, 또는 상대가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워서 뭔가 꺼림칙하고 불편한 마음 상태로 첫 경험을 하는 경우, 성관계 뒤 불안감이나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높고 심지어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된다. 섹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있었던 경우에도 섹스가 즐겁거나 기분 좋기보다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섹스는 즐겁고 황홀하며, 사랑하는 사이에서 정서적 교감 못지않게 몸의 소통도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던데, 왜 내 섹스는 즐겁지도, 만족스럽지도 않고 불안하고 불쾌한 걸까? 상대와의 섹스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아직 섹스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섹스이든 약간의 긴장감과 불안은 들지만) 불안은 정보의 부족으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을 때, 불쾌감은 내가 허용한 것 이상으로 나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느낄 때 생기는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 보자. 일단은 성과 관련한 올바른 지식(남성과 여성의 성기 구조와 특징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원리와 과정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지, 이때 여성의 신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피임은 어떻게 하고 피임율은 얼마나 되며 어떤 피임법이 있는지, 원치 않는 성관계나 임신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이 부재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고, 상대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내심 상대와 성관계를 할 만큼 친밀하거나 신뢰하는 관계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발휘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성관계의 모든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되, 임신이나 성병 등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섹스가 불안하고 심지어 불쾌하다면 지금 내 몸과 마음이 자신들을 잘 보살펴 달라며 보내는 위험 또는 경계 신호이니, 상대방과 섹스를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내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돌보고 보살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자궁의 해부학적 모형과 콘돔, 경구 피임약




남자친구와 언제 첫 섹스를 해야 할까요?’ 내가 원하고 상대가 원할 때라고 답하고 싶다. 당연히 상대보다는 내가 원할 때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계의 유지에서는 몸이 마음보다 정직하다고 했는데, 이는 성관계에서도 통용된다고 생각한다. 어색함은 있지만 상대 앞에서 알몸으로 있어도 괜찮다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 내 기준에서는 이때가 섹스의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상대에게서 충분한 정서적 교감과 지지를 느끼고 있기에 내 벗은 몸에서 드러나는 신체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 자신을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그 마음이 행동으로 전해질 것이란 믿음이 형성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첫 섹스의 타이밍과 장소도 내가 결정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연인과의 섹스는 사랑할 때 벌어지는 여러 일 가운데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첫 섹스는 관계의 분기점이자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충동적으로 감정이 앞서기보다 연인과의 첫 섹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섹스도 생각하고 준비하고 행동한 만큼 즐겁고 특별해질 수 있다.


안정적인 섹스 파트너가 생기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어느 때보다도 친해질 때다. 고백하자면 나도 이십 대 때는 산부인과가 낯설고 어색해서, 자궁 건강에 별 이상도 없고 이십 대 중반까지는 생리통도 없었기에, 임산부도 아닌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산부인과를 멀리했다. 매달 찾아오는 생리와 관련된 여러 변화(생리불순, 부정출혈, 월경과다, PMS)가 여성에게는 건강 이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신호라고 깨닫고는 산부인과를 좀 더 가까이했다. 특별한 이상이나 문제가 없어도 여성에게 평소에 건강한 자궁과 호르몬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성관계 직후와 생리 전후는 자궁에 염증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성관계를 한다면 신체에 이상을 느끼거나 성과 관련한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물을 수 있는 동네의 산부인과 주치의와의 관계 형성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만큼 자신의 건강 상태와 신체 변화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올바른 피임법과 성 관련 지식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섹스, 성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민간요법과 다름 없는 조언을 하는 인터넷이나 주변의 어중이떠중이에게 물으며 불안해 하고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자신에게 특화된 확실한 처방을 얻을 수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가기를 권하고 싶다.

여성의 에스트로겐 분비는 40대 이후 급감하지만,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20대 이후로 서서히 감소하며, 노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




의존성(집착)이 강한 경우, 섹스를 상대를 붙잡아두는 일종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다. 기혼자 가운데 남편과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느낄 때 오히려 임신을 강력히 원하는 경우도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생기고 아버지가 되면 미성숙한 상대가 철들고 책임감 있는, 자신이 원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반영한 행동이다. 관계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상대가 무책임하고 미성숙하다는 판단이 들면 종족 번식과 유지에 불리하다는 불안감에 관계에 거리를 두고 거부하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작동해야 하는데, 상대의 회피에 따른 불안감이 오히려 집착과 현실 왜곡, 헛된 희망으로 이어진 경우이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된다고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또는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인간의 본성이 갑자기 바뀔 리 없다. 자존감이 너무 낮은 사람 가운데 섹스로 남성을 만족시키고 자신의 여성성을 인정받는 데서 존재감을 느껴서, 쉽게 섹스를 허용하고 여러 섹스 파트너를 두는 경우도 있다. 드러난 양상은 다르지만 섹스를 사랑의 부분이 아니라 섹스 그 자체를 목적으로 섹스를 도구화하는 한편, 판단의 주체는 나 자신인 것 같지만 실제 판단의 기준은 타인(섹스 대상자)이라는, 정서적으로 독립돼 있지 않고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일 자신이 이와 비슷한 예시에 속한다면 일단은 섹스하려는 욕구를 잠시 유보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여건이 된다면 꼭 심리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우리나라의 비교 문화, 경쟁 심리, 주관 없음은 섹스에서까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섹스에까지 ‘좋아?’, ‘잘해?’, ‘커?’, ‘시간은?’, ‘몇 번 했어?’, ‘만족했어?’ 같은 실력(?)과 기술(?)에 경도된 비교와 평가 일색의 인식에만 머물기보다(실력이 안 중요하고 도외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섹스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아마도 외모만 매력적이거나 돈만 많은 사람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섹스를 바라고 좋아하는지, 기피하고 싫어하는지 나와 상대의 구체적인 섹스 취향 발견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안전하고 유쾌한 섹스 지도를 만들고 시나브로 실력 있는 항해를 해 나가기를. 섹스가 단순한 호기심, 실력, 압박감이 아닌 사랑, 신뢰, 관계, 따뜻함, 소통의 동의어가 되기를 바라며……



응급 피임약


미처 피임을 못 했을 때, 콘돔이 찢어졌을 때, 강간당했을 때 등 예상치 않은 응급 상황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피임법이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다.

응급피임약 한 알은 일반 피임약 수십 알을 한꺼번에 먹는 것과 같은 용량이다. 일생에 한 번의 복용도 많다고 주장하는 전문의가 있는 만큼 정말 응급이 아닌 경우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즉, 섹스에서 철저한 사전 피임은 기본이다.


응급피임약을 먹으면 자궁내막을 변화시켜 착상을 억제해 임신을 피할 수 있게 한다. 단기간에 호르몬이 폭발적으로 분비되면서 배란을 지연, 억제해 수정을 방해한다.

난자와 정자는 수정된 후 난관을 따라 이동해 약 72시간 후 자궁에 도착한다. 자궁에 도착해서도 내막에 착상하기까지 약 72시간이 걸린다. 즉, 배란 후 착상까지 약 6일이 걸린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하며, 가능한 한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높다. 약을 먹은 후 3시간 이내에 토할 경우 다시 복용하든지, 자궁내장치를 삽입해야 한다.


응급피임약은 다량의 호르몬을 일시에 복용하는 것이므로 구토, 하복부 통증, 유방통, 월경 과다, 월경 지연, 설사 등 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주 이용할 방법은 결코 아니다. 응급피임약은 한 월경주기 중 단 1회의 섹스에만 효과가 있으므로 섹스 때마다 피임법으로 사용하거나,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다고 효과를 볼 수 없다.


원문: 배정원, <배정원의 사랑학 수업(행성B, 2023.11)>



이 시리즈는 세 개의 글로 구성했습니다.

이번에는 3 을 먼저 발행 후 1, 2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 )


1.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가? : 섹스는 마음(심리)의 반영 - 발행 완료

2. 왜 우리나라는 섹스에 보수적일까 : 보수적 접근이 현명한 이유 - 발행 완료

3. 언제 첫 섹스를 해야 할까요? : 여성들을 향한 섹스 잔소리 -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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