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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Sep 05. 2024

왜 우리나라는 섹스에 보수적일까

섹스에 대하여 ② - 보수적 접근이 현명한 이유

우리나라는 성과 관련된 공적인 담론이 적고 보수적인 분위기라 최근에는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섹스의 유희적 측면과 건강적 유익성을 강조하며 보다 적극적인 섹스, (여성에게는) 주도적인 섹스를 권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견해에 일면 동의하면서도 동의하지 않기도 하다. 우선 섹스를 부끄럽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맛집이나 여행, 인간관계 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나누듯이 섹스의 경험과 느낌, 염려, 좀 더 알차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노하우(기술, 제품, 장소 등) 등을 좀 더 자연스럽고, 은밀하기보다는 가볍게 교류하면 좋을 것 같다. 섹스 담론의 은밀화가 아니라 일상화를 지향한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섹스 담론은 섹스에 대한 환상을 거두고 섹스에 대한 자기만의 자아와 주관을 확립했을 때 할 수 있다. 성과 성생활을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지식을 습득한 상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숙한 사고방식을 갖췄을 때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은 일천한데 호기심과 자신감만 앞선 성에 미숙한 10대 시절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여전히 성기의 크기와 지속시간,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얼마나 잘했는지(?), 애인은 지금까지 몇 명과 잠자리를 했는지, (포르노에서처럼) 좀 더 자극적인 체위와 여성의 사정, 잠자리에서 여성이 적극적이고 노련하되 자신이 첫 섹스 상대이기를 바라는 허황된 바람 등에 집착하는데 사고가 머물러 있다면, 여성의 경우 여전히 성을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고, 데이트나 연애를 남성이 알아서 주도해야 한다며 관계의 주도성을 통째로 넘겨버려 갑-을의 관계로 연애 관계의 불균형을 자처하고(예를 들면,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더 부담해야 한다, 남자가 여자를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매너다, 섹스 뒤에 남자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자기 신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자기 검열이 심한 데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일상적인 섹스 담론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섹스에 대한 공적인 담론이 적어서 섹스에 대한 몰이해로 오랫동안 환상을 부여잡고 있고 그래서 다시 섹스 담론의 일상화에 방해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좀 더 근원적으로는 성에 대한 몰이해와 보수성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여전히 공부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소통, 적절한 자기 의사표현, 인간관계(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에 미숙하고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미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좋은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와 환경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성에 관한 지식도 얕고, 정서적으로 독립된 성숙하고 원만한 소통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사랑’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부족한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섹스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성별, 연령, 혼인 상태(싱글 맘 또는 싱글 대디, 이혼), 인종, 장애 유무 등에 상관없이 자유롭고 적극적인 섹스를 즐기며 섹스를 일종의 놀이처럼 여기는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여성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더라도 사회적 인프라와 사회적 인식 차원에서 별 어려움이 없는 환경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만일 피임에 실패해 계획에 없는 임신을 했더라도 여성이 자신의 수입과 정부의 각종 지원, 상대 남성으로부터의 양육비(따라서 남성 또한 피임에 철저하고)로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고, 미혼모, 이혼녀, 동성혼, 입양 등에 대한 차별적 편견이 없으며,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사회(국가) 전반적으로 물질적 요소(돈, 학벌, 사회적 지위, 아파트와 명품 등 눈에 보이는 타인과 계급을 구분하는 요소)보다 가족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키우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대가족 환경과 국가가 같이 감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이웃, 친구 등 사람 사이의 인간적 교류와 존중, 섹스(성생활)와 가족의 형성이 익숙한 문화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통적으로 어떤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물질적, 정신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믿음(보통 주 양육자인 엄마가 독립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 포함)이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변화한 가치관과 가족의 개념에 뒤처진 결혼과 출산을 무조건 연결선상에 놓고 생각하는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이 여전히 팽배하고, 이에 대한 정부 정책과 지원에 집중돼 있으며,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존중하지 않는 보수적이고 짙은 편견이 작동하고 경직된 사회 환경에서는 아무리 섹스의 유익함과 즐거움을 강조해도 특히, 여성들이 자유롭고 적극적인 섹스를 즐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만일 아이가 생겼을 때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는 경제적 부담, 차별적 인식 등 여성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결혼을 한 부부라도 섹스리스의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결혼을 했더라도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섹스리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육아 때문에 섹스할 여력이 없거나 무의식 중에 임신이 두려워서 즉, 가중될 육아 부담에서 살아남고자 섹스를 거부하거나).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이며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성생활을 승인받은 기혼 여성에게도 섹스는 부담인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미혼 여성이 섹스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까. 계획에 없는 임신을 하거나 결혼 제도에 편입되길 바라지 않는 여성도 아이를 혼자 낳아서 혼자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사회 인식이 조성된다면(이것이 결혼 제도를 부정하거나 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 없다는 의미로 오해석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섹스 문화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여성들이 섹스의 즐거움과 쾌락을 몰라서 섹스에 소극적일까.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전반적으로 희망은 적고 병든 사회에서는(더 나은 사회가 되려는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믿고 싶고) 섹스 상대를 신중히 고르고, 섹스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책임감 있고 성숙한 남성의 다수도 양육에 따른 경제적, 심리적 부담 등 지금 언급한 일련의 문제에 마찬가지로 봉착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는 세 개의 글로 구성했습니다.


1.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가? : 섹스는 마음(심리)의 반영 - 이전 글

2. 왜 우리나라는 섹스에 보수적일까 : 보수적 접근이 현명한 이유 - 현재 글

3. 언제 첫 섹스를 해야 할까요? : 여성들을 향한 섹스 잔소리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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