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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Aug 30. 2024

왜 우리는 누군가를 혐오하는가

동성애와 폴리아모리에 대해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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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재밌게 봤다. 온 백성이 마음을 다해 불교 축제를 준비하고, 왕은 국가의 중대사를 국가의 관리이기도 한 스님과도 의논한다. 전쟁이 일어나자 백성들은 아버지와 남편, 아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절에 가서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다. 불교가 국가 정책과 온 백성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생경하지만 흥미로웠다. 가치관, 옳다고 믿는 것, 바람직하다고 믿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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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성적 매력), 부, 권력, 사회적 지위 등 자원은 풍부하지만 시간과 마음을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하는 상대와 자원은 빈약하지만 시간과 마음을 오로지 나에게만 쏟는 상대. 세상에 이처럼 두 부류의 사람만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같이 있을 때의 육체적 쾌락과 심리적 충만감은 전자와 후자 모두 비슷하거나, 전자가 후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때, 혼인 상대로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도덕적 지탄을 받지 않고 용인될 수 있다면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아마도 사랑하는 상대에게 Only one이 아니라 One of them이 되더라도 육체적, 심리적으로 대체할 수 없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전자를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물론, 이는 질투와 소유욕, 외로움 등의 감정을 배제한 현실성 없는 상상이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자유연애 이후에 편입되는 일부일처제 결혼 제도는 가장 적합한 상대의 선택을 방해하고,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현시점에 부합하는 면이 많고, 특히, 사회 질서 유지 측면에서 이익이 크다고 다수가 믿고 있기에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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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의 귀인(Attribution)이란 어떤 일이 일어난 원인을 찾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을 수도(성향 귀인), 타인이나 상황, 구조에서 찾을 수도(상황 귀인) 있다. 즉, 내 탓을 할 수도, 남 탓 또는 상황과 환경 탓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자기가 부정적인 사건에 당면했을 때는 타인 또는 상황을 탓하는 경우가 많고, 남이 잘못하거나 실수했을 때는 타인의 행동에 대한 상황적 영향을 과소 추정하고, 성향적 영향을 과대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화가 났을 때는 걔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걔가 화가 났을 때는 ‘본래’ 성질이 더럽기 때문이다. 내가 운전을 험하게 하는 건 피치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고, 앞 차의 사람이 운전을 험하게 하는 건 ‘원래’ 성격이 괴팍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내로남불이 당연한 이유는 내 행동의 원인과 이유는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지만, 타인의 행동의 구체적인 원인과 이유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행동은 당연히 내 렌즈(초점)로 바라보고, 타인의 행동도 ‘오로지’ 나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타인의 행동의 명확한 이유를 알고자 초점을 나에게서 타인으로 옮겨서 남에게도 성향 귀인하지 않고 상황 귀인을 할 순 있지만, 인지적으로 복잡한 사고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더 많이 집중해야 하고 에너지가 많이 든다. 시간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일상인 환경에서는 신체적, 심리적 에너지를 절약하는 차원에서라도 편견에 따른 판단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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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유럽 여행에서 만난 남미 친구들과 우연히 동성애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나를 포함한 보수적인 한중일 동아시아인들은 당황하고 불편한 낯빛을 감추고 순간 엄숙해지고 말았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문화에서 자란지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모인 자리에 맞게 열려 있는 쿨하고 좋은 사람,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으로 비치기를 바랐지만, 특히 몇몇은 이 말도 안 되는 정상적이지 않은 대화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은근한 제스처를 취했고, 매스꺼움을 꾹 참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 온 열아홉 살 미키는 ‘Why not?! 그게 이상해? 나는 레즈비언 친구도 있고, 게이 친구도 있어. 남성인 친구도 있고, 여성인 친구도 있어. 그냥 우린 다 친구잖아. 안 그래?’라고 말했다. 묘한 부정적인 기류를 감지하고도 아주 해맑고 밝은 표정으로 양쪽 어깨를 들썩이며 자기 의견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또박또박 피력한 브라질 친구는 두고두고 오랜 잔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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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어.”


다정하고 성실하고 자기 소유의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 자보. 그의 연인 일로나. 레스토랑 연주자로 취직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일로나는 아름다운 노래 ‘글루미 선데이’를 선물한 안드라스에게도 점점 마음이 움직인다. 일로나는 자신감 넘치는 자보와는 달리 어딘가 유약하고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연민과 보호본능 자아내는 안드라스’도’ 사랑하게 된다. 질투를 느낀 자보는 갈등하지만 두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는 일로나의 평범하지 않은 사랑관을 수용하기로 한다.


자보와 일로나는 같이 욕조에서 목욕을 즐길 만큼 내밀한 사이로 보이는데, 자보는 연인으로서 부족함이 없고 한결같으며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일로나와 사이도 좋아 보이는데, 어느 순간 영화 속 일로나와 자보, 안드라스 세 사람은 같이 데이트를 즐기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연애 감정이 오가는 것 같았다. 사랑은 남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내 세계관에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 사람이 같이 사랑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글루미 선데이(롤프 슈벨, 2000)>는 오래도록 이해를 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영화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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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별을 따다 달래, 달을 따다 달래. 그저 남편 하나 더 갖고 싶을 뿐이야.”


분명 이상한 상황인데 하늘의 별과 달과 비교하고 남편 하나 더 갖는 것이 뭐 대수로운 일이냐며, 대화면 대화, 섹스면 섹스, 요리면 요리, 심지어 시가에 잘하기까지 하는 매력이 넘치고, 덕훈과의 사랑과 관계에서 누구보다 충실(?)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한 인아가 말을 하자 그럴듯하게 들렸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손예진 배우가 연기한 인물이라서 더 몰입하고 설득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러한 완전하고 열린(?) 사랑은 <아내가 결혼했다(정윤수, 2008)> 같은 영화 속 이야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고, 현실에 존재하는 폴리아모리라는 개념을 이때는 알진 못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2011년 10월 사상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중남미에서는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인 편이지만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가 갈수록 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우루과이, 코스타리카 등이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관련 기사]

한주홍 기자, 이대희 기자, 37개국 동성결혼 합법화…세계적으로 권리 확대 추세, 연합뉴스, 2024.7.18

https://www.yna.co.kr/view/AKR20240718145900004

김재순 기자, 브라질 동성결혼 허용 10년…올해 1만여건으로 최고치 예상, 연합뉴스, 2021.11.20

https://www.yna.co.kr/view/AKR20211119159600094



총 3개의 글로 구성했습니다.


1. 왜 우리는 누군가를 혐오하는가 - 현재 글

2. 외도나 불륜이 아닌 또 다른 사랑

3. 어떻게 사랑이 차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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