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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도락 Oct 16. 2024

어떻게 쓸까 _ 3단계 글쓰기 방법

제 글은 어디다 내놔도 자랑 할만한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 두 권을 써 본 경험으로 제 기준에서 글 한 편을 완성했다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비슷한 패턴으로 꾸준히 한 꼭지의 글을 완성하다 보면 책 한 권이 되기도 합니다.       


1단계 _ 일상 고백하기      

1단계는 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듯 씁니다.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도 좋고, 들었던 말이나, 갑자기 든 생각, 인상 깊었던 영상도 좋습니다. 일상 중에서 하나를 떠올리고 고백하듯 써내려 갑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역시나 늦잠을 자고 말았다. 겨울이 시작되고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알람을 끄고 ‘5분만 더 누워있어야지’하고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이들 등원 준비하기도 빠듯한 시간이 되어 있었다. 시계를 보자마자 ‘오늘도 망했네’라는 분노와 함께 괜히 안 깨워준 남편에게 짜증을 부려 본다. 


이때, 좀 더 흥미로운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고백한 일상과 비슷한 에피소드를 하나 더 덧붙여 봅니다. 예전의 일도 좋고 최근의 일도 좋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것도 좋고, 나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 주변에 있었던 일도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학창 시절에도, 회사에 다닐 때도 늦잠을 자면 가족들에게 짜증을 냈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엄마였다. 나를 안 깨우고 밥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짜증이 났다. 분노의 표시로 차려둔 간장 계란밥은 손도 안 대고 툴툴거리며 집을 나섰다.      


2단계 _ 기분 쓰기       

2단계는 1단계에서 쓴 에피소드에 대한 나의 기분을 써 봅니다. 쓰면서 왜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천천히 되짚어 봅니다.       

나에게 ‘늦잠’은 하루의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기분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면 짜증이 확 올라왔다. 어리석은 습관인 줄 알면서도 쉽게 고칠 수가 없었다. 그 짜증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쉽게 풀리지 않았다. 다운된 기분은 회복이 늦었다. 이게 다 완벽주의 성향과 회복탄력성,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가 보다.      

결혼 전, 엄마한테 부리던 짜증이 지금은 남편이 타깃이 되었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 있는 남편을 보면 “자기 언제 일어났어?”하고 꼭 물어본다. 왜 나를 깨우지 않았냐는 원망이 가득 든 말투로 말이다.       


3단계 _ 의미 부여하기       

3단계에서는 사건을 일반화하며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오늘 아침에도 예상 시간보다 1시간을 더 늦잠을 잤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하루를 쫓기듯 시작하게 되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꾸물대지 말고 빨리 챙겨.”라는 가시 돋친 말이 나온다. 나부터 잘해야 하는데 화살이 다른 곳에 가서 꽂힌다.      

이 글을 쓰면서 왜 늦잠을 잤는지, 늦잠을 잤을 때 이미 망쳐버린 나의 기분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기상 시간은 아침에 울리는 알람 5개보다 밤에 몇 시에 잠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제시간에 잠들려면 하루 동안 충분히 에너지를 불태우는 것도 중요하겠지. 결국 다시 돌고 돌아 늦잠을 잤더라도 오늘 하루를 충분히 잘 보내야 다시 제시간에 잠이 들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바로 10살 된 우리 아들이다. 아이는 자기 전에 “아빠, 나 6시 30분에 깨워줘.”라고 말해둔다. 하루는 아이가 곤히 자고 있어서 차마 못 깨운 적이 있었다. 아이가 버럭 화를 낸다. “나 왜 안 깨웠어!” 헉. 화내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내가 똑같이 당할 수도 있겠구나.      

아이에게도 꼭 말해줘야겠다. 내일 기상을 위해 제시간에 잠드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일화에서 내가 깨우친 나름의 의미를 담아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하지만 꼭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내게 그런 날이 있었다.’ 정도로 담백하게 끝이 나면 읽는 독자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넘어 가는 페이지가 되기도 합니다.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처음, 중간, 끝이 있으면 완성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꾸준히 글을 쓴다는 저에게도 늘 어려운 일입니다. 분명한 건 어설픈 글쓰기라도 안 해보는 것보다는 한 자라도 써보는 편이 글쓰기 실력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완벽한 마무리가 아닌 완성을 위한 마무리인 셈이지요.     

오늘 여러분이 쓸 만한 에피소드는 어떤 게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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