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고 배가 나오면서 제법 임산부티가 나면 아기용품을 사러 가거나 돌아다닐 때 ‘어머님’이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처음 듣게 된 ‘어머님’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낯설던지요. ‘엄마’는 되고 싶었지만 ‘어머님’이라고 불리고 싶지는 않은 이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머님 이후로 제게 어울리지 않은 단어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작가’였습니다. 역시나 책은 쓰고 싶었지만 ‘작가’라고 불리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었습니다. ‘어머니’, ‘작가’라는 단어에는 더 위대한 무언가 담겨 있어야 할 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전 단지 아이만 가졌을 뿐이고, 글만 썼을 뿐인데, 아무래도 어머니와 작가라는 단어 안에 든 어마어마한 내공에 미리 주눅 들었던 거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 초고를 쓰고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일. 엄마와 작가는 닮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되고 나서 작가가 되었던 저에게는 두 단어가 제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었을 만큼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 권을 쓰고, 또 한 권을 쓰고, 이 책은 벌써 세 번째 자식이 되었습니다. 머나먼 소망은 흰머리가 가득하고, 돋보기안경을 쓰고, 꼬부랑 허리가 될 때까지 책을 좋아하는 글 쓰는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유명한 작가도 많고, 글쓰기, 책 쓰기 전문가도 많습니다. 저는 유명하지도 않고 전문가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책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엄마 사람입니다. 크고 위대한 사람에게는 글을 쓰고 책을 만들 자격이 충분히 주어집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유명 유튜버나 인기 많은 선수들 등등 인지도 높은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와 정 반대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유명하지 않아서 옆에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공감과 위로가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저는 오늘도 글쓰기를 계속합니다.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나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던 일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중 1군에 속해있던 목록 중 하나가 ‘책 쓰기’였습니다. 책을 쓰면서도 스스로가 ‘너 같은 게 무슨 책을 쓰냐고.’,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제는 ‘책도 썼는데. 뭔들 못 하겠어.’ 라는 자신감이 마음 한 구석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무엇을 찾아나가는 발걸음부터 떼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분명 ‘아. 내가 원하는 게 여기있었구나!’ 싶은 순간이 올 것입니다.
행복하게 나이 드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모두들 안녕하시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