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벚꽃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히 남아있다. 바닥에는 꽃잎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사람들의 발자국에 꽃잎이 선명하게 눌려있다. 2주 전에 벚꽃나무가 활짝 핀 거리를 걸을 때는 꽃비가 내려 낭만적인 모습에 하늘을 바라보며 길을 걸었다면 오늘은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을 보며 길을 걷는다.
봄비로 인해 길에는 물웅덩이마다 꽃잎들이 쌓여있다. 꽃잎들을 밟으며 물웅덩이를 첨벙 거릴 때마다 어릴 적 장화를 신고 학교 가는 길에 물웅덩이를 일부러 밟기 위해 점프하던 때가 기억이 난다. 등굣길에 만난 물웅덩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친구와 물웅덩이를 힘차게 밟으며 교실에 들어가면 흙투성이 된 바지를 발견하게 된다. 예쁘게 입은 옷들이 엉망이 된 걸 보면서 열심히 울었다. 그 뒤로 물웅덩이만 보면 열심히 울던 나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벚꽃나무 사이 길을 걸으며 2주 전의 거리와 어릴 적 추억까지 떠올렸다. 같은 공간을 걷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생각은 달라진다. 매일 걷는 거리조차 매일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심지어 나무조차 꽃잎이 매달려있거나 꽃잎을 바닥에 떨구기도 한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몸을 웅크리고 걷기도 하고 비가 많이 와서 우산 속에 숨어서 지나가기도 한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지니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어록
프루스트는 무엇을 보고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그 관점의 넓이를 내가 닿을 수 있는 세계의 범주로 넓혀주었다. 매일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왜 글을 쓰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나가서 놀고 싶고, 못 잔 잠도 더 자고 싶을 때도 있다. 어느 날은 뭐 쓰는지조차 모르고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연필을 끄적인다. 매일 무언가를 쓰지만 쓰는 내용은 신기하게도 다르다. 어젯밤 보았던 책에서 좋았던 문장에 대해서 쓰거나 일상에서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하기 위해 쓰기도 한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가 깨달을 것들을 끄적일 때도 있다. 새로운 눈을 지닌다는 건 글을 쓰면서 만들어갈 수 있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